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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21.10.06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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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박성철교수-202109.jpeg

 

 

박성철 교수, 비블로스성경인문학연구소 

「프로젝트: 기후 위기 시대의 기독교」의 집필진

『생태 위기와 기독교』 책임편집자 및 공동 필자

                                                          

한나 아렌트(Hannah Arendt)와 함께 20세기 공공성 담론을 이끌었던 위르겐 하버마스(Jürgen Habermas)는 『공론장의 구조변경』에서 근대사회에 존재하였던 “문학적 공론장에서 정치적 공론장”을 도출하며 자본주의적 경쟁 압력에 의해 언론이 개인의 이익에 휘둘리는 현대 사회를 비판하였다. 공론장(혹은 공적 영역)을 구성하는 가장 중요한 특성은 바로 공공성(公共性)이다. 일반적으로 공공성이란 ‘한 개인이나 단체가 아닌 일반 사회 구성원 전체에 두루 관련되는 성질’을 의미하기에, ‘개인적인 것’ 혹은 ‘사적 영역’(私的 領域)과 관련된 성질인 ‘사사성’(私事性)에 반대된다.

 

그러므로 공공성이 침해를 받으면 특정한 개인 혹은 사회의 소수 엘리트만이 이익을 누릴 뿐 다수는 어려움에 처하게 된다. 특히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서 사회적 소통이 제한되고 대규모 투자자들의 영향력이 비대해지면서 공공성이 약화되면 사회적 차원의 이익 혹은 공공의 이익이 위협을 받게 된다. 다수가 피해를 입고 어려움을 겪게 됨에도 공공성이 약화되는 이유는 사회 구성원들이 아무런 비판 의식 없이 맹목적으로 왜곡된 가치 체계를 추종하도록 억압하는 사회·정치적 논리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이러한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시민사회(civil society) 영역이 공공성을 잘 담아내고 공공의 이익을 위한 비판적 기능을 잘 유지할 수 있도록 언론을 감시하고 지속적으로 민주적 다양성을 확보하기 위해 공적 영역에 참여해야 한다. 시민들의 자발적이며 자율적인 공적 영역으로의 참여가 보장되고 사회적 소통을 통해 민주적 다양성이 확보될 때 공론장은 그 역할을 감당할 수 있고 공공성에 기반 한 사회적 가치체계는 강화된다. 이러한 사회적 환경 속에서는 구조적인 문제로 인해 이해관계들이 충돌할 때도 그 이해관계가 상대화되며 분명하게 분별할 수 있는 공공의 이익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질 수 있다.

 

2020년 이후 전 세계를 강타하고 있는 COVID-19 사태는 현대인들에게 14세기 중세의 흑사병만큼이나 심각한 생태학적 문제를 안겨다 주었다. 하지만 중세의 흑사병과 21세기의 팬데믹(pandemic)은 그 원인에 있어 분명한 차이점을 보인다. 전자에 비해 후자는 자연을 착취하며 부를 축적하였던 인간들이 만들어낸 재해, 즉 인재(human disaster)로서의 요소가 강하다. 인재(人災)로서 작금의 현실은 현대인에게 생태학적 전환(ecological transition)과 자연과 환경, 기후와 생태에 대한 새로운 가치관을 요구하고 있다. 늦은 감은 있지만 ‘2050 대한민국 탄소중립 비전’은 이러한 변화의 필요성을 반영하고 있다.

 

하지만 기후 위기로 대표되는 생태 위기는 국가적 차원의 정책 선언만으로는 극복될 수 없다. 안타깝게도 지난 20년 동안 수많은 국제적인 기후 협약들과 이에 기반하여 제시된 국가적 차원의 정책에도 기후 위기는 더욱 심화되고 있다. 이는 국가적 차원의 정책적 노력만으로는 현재의 위기를 극복할 수 없다는 것을 명백하게 보여준다. 2021년 들어 현실화되고 있는 기후 위기는 더 이상 먼 미래의 담론이 아니라 바로 현재의 문제이다. 폭우와 대규모 산불과 같은 자연재해로 인해 이미 지구촌 구성원들은 심각한 피해와 고통을 경험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고통받는 이들은 안타깝게도 최빈국의 시민들과 사회적 약자들이다. 지구촌 구성원 전체에 두루 영향을 미치고 공공의 이익을 파괴한다는 측면에서 기후 위기의 문제는 또한 공공성의 문제로 바로 볼 수 있어야 한다.

 

공공성의 관점에서 기후 위기를 바라볼 때 지구촌 구성원 전체가 고통받고 있음에도 일부 부유한 국가들이 기후 위기 해결에 비협조적 자세로 나오고 있는 현실과 개발 논리에 의해 환경 정책이 갈피를 잡지 못한 채 흔들리는 모순이 분명하게 모습을 드러낸다. 특히 개발 논리라는 왜곡된 가치 체계가 경제 논리를 넘어 사회 윤리적 가치를 지배하는 지배적 이념으로 작용하고 있는 현실이 드러날 때, 국가 정책적 차원이나 국제 협약의 관점에서 해결되지 않던 기후 위기의 적나라한 모순이 현실로 다가온다. 기후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생태학적 전환이 국가적 차원의 정책뿐 아니라 사회 윤리적 가치체계, 나아가 종교적 가치체계의 변화와 재구성을 필요로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그러므로 현대의 그리스도인은 교회의 공적 책임이 강조되고 있는 현실 속에서 생태 위기를 신앙적 차원에서 인식하며 기후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공적 영역에 참여하는 교회, 즉 ‘녹색 교회’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녹색 교회는 공공성을 위한 시민으로서의 참여인 동시에 우리 시대에 주어진 그리스도인의 사명을 실현하기 위한 헌신을 의미한다. 녹색 교회는 단순히 자연보호에 앞장서거나 자원 재활용을 잘하는 교회를 일컫는 말이 아니다. 물론 환경 파괴와 소비만능주의로 인한 쓰레기의 범람은 기후 위기를 심화시키는 중대한 요인이다. 하지만 녹색 교회의 출발점은 창조주 하나님과 피조 세계에 대한 새로운 이해여야 한다.

 

예를 들어, 땅을 단순히 투기의 대상으로 바라보는 이에게 땅을 개발함으로써 얻어지는 이익은 자연 파괴로 인해 초래될 위기를 상쇄하고도 남을 것이다. 그런 이들에게 땅으로 상징되는 자연 혹은 피조 세계는 하나님 나라가 실현되는 공간과 아무런 상관관계를 가지지 않는다. 이처럼 생태학적 전환을 위한 자연과 환경 그리고 피조 세계에 대한 그리스도인의 새로운 이해는 기독교 신앙의 문제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왜냐하면 유한한 존재로서 인간은 언제나 눈에 보이는 자연을 이해하는 방식으로 눈에 보이지 않는 하나님을 이해하려는 경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스도인은 세상의 모든 이념과 그 논리적 구조를 항상 기독교 신앙의 관점에서 바라보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근대사회의 등장과 함께 이상적 가치로 여겨졌던 개발 논리에 대해 교회는 진지한 성찰과 질문을 던지지 않았다. 그러므로 녹색 교회는 바로 이 개발 논리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하나님과 피조 세계에 대해 그리스도인으로서 올바른 이해를 정립하기 위해 신학적 사유를 시작해야 한다.

 

테오도르 아도르노(Theodor W. Adorno)와 막스 호르크하이머(Max Horkheimer)가 『계몽의 변증법』에서 밝힌 것처럼 개발을 통한 발전이 지향하였던 “진보”는 파괴적 힘을 내포하고 있었다. 지난 200년 동안 인류는 개발 논리를 통해 자연을 착취해 왔고 경제적 이익에 대한 집착은 공공성을 파괴하였다. 이러한 현실은 기독교 신앙에도 많은 영향을 미쳤지만 교회는 그러한 왜곡 현상에 대해 성찰하지 않았다. 하나님을 인간의 인식으로 전부 파악할 수 없는 “절대적 타자”(totaliter aliter)로 믿는다면 하나님의 뜻(마 6:10)이 개발  논리보다 우선되어야 하며 사적 이익과 공적 이익이 충돌할 때 그리스도인은 기독교 신앙에 기반하여 공적 이익을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 21세기 우리 시대의 공적 이익을 파괴하는 가장 심각한 요인은 바로 기후 위기이다. 더구나 기후 위기는 우리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이웃(눅 10:36)으로서 사회적 약자와 가난한 이들에게 더욱 심각한 피해를 안겨다 주고 있다.

 

우리 시대의 교회는 녹색 교회를 지향해야 한다. 왜냐하면, 녹색 교회를 향한 그리스도인의 노력은 교회의 공적 책임과 창조주로부터 부여받은 시대적 사명을 동시에 감당하는 길이기 때문이다. 모든 피조물의 ‘생태학적 공존’(ecological coexistence)의 가치가 개발 논리나 경제적 이익으로 인해 침해받지 않도록 노력하는 녹색 교회의 시대를 소망한다.


- 프로젝트: 기후 위기 시대의 기독교 ; 생태신학 녹색교회 생명목회를 위하여 - 

- 공동주최: 기독인문학연구원-이음사회문화연구원·기독교환경교육센터 살림·에이치투그룹 주식회사

- 후원 및 연대기관: 주)천일식품 · 한국교회생명신학포럼 · 비블로스성경인문학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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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젝트: 기후위기 시대의 기독교 4] 기후위기와 공공성 그리고 녹색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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