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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20.09.01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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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제일교회 사태는 극우적 정치이념과 근본주의적 믿음이 결합해서 일으킨 국가적 재앙이다. 자신의 주장을 관철하기 위해 국민의 생명안전은 안중에도 두지 않는 ‘몰상식의 끝판’이다. 신앙의 이름으로 막말과 폭언이 횡횡하고, 그 어디에도 이성과 합리적 판단이 들어설 곳은 없다. 이론 인해 한국교회는 코로나 재유행의 진원지가 되었고 사회적 공분의 대상이 되었다. 사랑제일교회 이외에도 교회감염이 지속되고 있지만, 사랑제일교회 발 감염은 그야말로 메가톤급이어서 우리 사회의 일상을 완전히 흔들어 놓았고 한국교회에도 치명적 타격을 주었다. 

 

그렇지 않아도 교회의 사회적 공신력이 좋지 않았는데, 그 추락의 속도가 무서울 정도다. ‘신천지보다 더 하다’는 표현은 의료진들의 입에서 제일 먼저 나왔다. 신천지 교인들은 그래도 치료에는 순종적이었는데, 이번 교회발 감염자들은 병상에서 의료진들에게 폭언을 하고 생떼를 쓰는 등 그 태도가 불량하기 짝이 없다고 한다. 결국 식당이나 마트에 ‘교회 다니는 사람은 받지 않는다.’는 공고가 붙을 정도가 되었다. 

 

필자의 교회도 버스정류장에 ‘교회가 진심으로 미안합니다.’라는 포스터를 붙여놓았는데, 지나가는 행인들이 계속 찢는다. ‘미안하다’는 말도 하지 말라는 것이다. 교회가 혐오와 배제의 대상이 된 것이다. 심각하고 비상한 상황이다. 한국교회는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전광훈 현상’의 구조는 간단치 않다. 교계의 문제를 넘어 여러 사회·정치적 고리를 가지고 있다. 그동안 전광훈목사의 행보는 거침이 없었다. 한국교회총연합 대표회장을 역임하며 한국교회 지도자들과 광범위한 관계를 맺었고, 보수 정치인들과의 폭넓은 인맥을 형성하며, ‘보수기독교의 아이콘’으로 전국적 지명도를 얻게 되었다. 

 

그래서 그런지 막무가내다. 국가적 재앙을 일으키고도 ‘바이러스 테러다’, ‘확진자 조작이다’는 가짜뉴스를 유포했다. 여기에 사랑제일교회 교인들은 검사를 거부하고, 병원을 탈출하는 등 반사회적 일탈행위를 일삼고 있다. 심지어 국민생명안전을 위한 국가의 방역활동을 정치방역으로 몰고 가며 방역당국을 고발하기까지 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기독교장로회총회,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 교계원로 몇 분이 비판하는 성명을 내기는 했지만, 의외로 한국교회의 각 교단은 침묵하고 있다. 사회적 이슈마다 자신의 목소리를 내던 한국교회의 내로라하는 지도자들의 침묵도 계속되고 있다.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동안 전목사와 함께 한 사안들이 있고, 무엇보다 교인들 중에서 그의 입장을 지지하고 따르는 이들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기의 상황일수록 교회지도자들은 예수의 가르침에 따라 ‘예’할 것을 ‘예’하고, ‘아니요’할 것은 ‘아니요’해야 한다. 한국교회는 ‘사랑제일교회 사태’에 대해서 용기 있게 한 목소리를 내야 한다. ‘사랑제일교회 사태’가 우리사회에 끼친 해악과 그 어두운 그림자에 대해서 침묵하는 것은 세상의 등불인 교회로선 부끄러운 일이다. 이미 여러 교단들에서 이번 가을총회에서 전목사를 이단으로 지정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그것은 아마도 공교회가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조치가 될 것이다. 

 

‘전광훈 사태’는 한국교회와 우리 사회를 돌아볼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분단된 나라에 살아가는 아픔으로 인해, 사랑과 용서라는 복음의 가치와 정반대되는 증오와 대결을 키워 온 한국교회의 모습을 돌아보게 된다. 상식과 합리에 기초하여 시민사회에 소통하지 못한 우리의 현주소를 돌아보게 된다. 어떤 의미에서 한국교회에게 이 일은 새로운 계기가 될 것이다. 뼈를 깎는 아픔의 시간이 왔다는 말은 껍질을 벗고 새롭게 태어날 때가 되었다는 뜻이기도 하다. 진실로 그렇다.

/기장 총회장·성북교회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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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제일교회사태’와 한국교회의 대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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