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3-28(목)
댓글 0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밴드
  • 페이스북
  • 트위터
  • 구글플러스
기사입력 : 2020.07.30 16:39
  • 프린터
  • 이메일
  • 스크랩
  • 글자크게
  • 글자작게

정이녹.jpg

 

1999년 12월말, 프랑스를 중심으로 유럽에 엄청난 태풍이 있었다.


최고 시속 270km의 광풍이 휩쓸고 지나갔다. 당시 20세기에서 21세기로 넘어가는 해이어서 세기말적 이야기들을 하곤 했었다. 12월 31일은 금요일이었고, 아들과 딸이 친구들과 메리벨 스키장에 갔다가 밤늦게 돌아왔다. 그 새벽에 또 한차례 태풍이 파리 서쪽에서 동남쪽을 강타했다. 아침에 나가보니 뒷동산에 10여 미터 크기의 전나무가 뿌리째 뽑혀 넘어져 있고, 우리 집 오른쪽 도미니크 집은 지붕의 기와가 반 넘게 날아가고, 왼쪽에 말리끄 집은 뒷마당 헛간이 쭈그러졌다. 가운데 있었던 우리 집은 건재했다. 토요일 교회청년부 예배를 드리러 파리 동쪽에 있는 벵쎈느 숲을 지나가는데 아름드리나무들이 뿌리를 하늘로 향하게 뽑히어 즐비하게 눕혀져 있다. 두 팔을 쭈욱 벌려 안아도 손끝이 닿지 않을 만큼 늠름했던 용감한 나무들이 제 속 뿌리들을 다 내놓고 누워 있으니 보기에도 딱했다. 숲속 은 완전히 원자 폭탄 맞은 것 같았다.


어린 나무들에게 적당히 바람을 불어주면 뿌리가 단단 해지고 깊이 자리를 잡는다고 한다. 바닷가 가로수 나무들은 해풍 덕에 거의 뽑히지 않았는데, 베르사이유 궁정 정원의 나무들은 온실에서 자란 나무 같아서 만여 그루 넘게 뽑히었다. 복구하는 데 20년이 걸렸다고 한다.


하늘 향해 흙덩이 뿌리를 드러내고 누워 있는 나무들을 보며, 우리에게 고난의 바람을 적당히 주시는 것도 은총이라는 생각을 했다.


마라나타 우리 주님 어서 오시옵소서 

태그

전체댓글 0

  • 47667
비밀번호 :
메일보내기닫기
기사제목
[마라나타 8] 뿌리 깊은 나무
보내는 분 이메일
받는 분 이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