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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20.06.01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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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의 역사가 겸 철학자인 요한 하위징아는 제2차 세계대전을 코앞에 둔 1938년 인간의 정신적 창조 행위로서 나타나는 유희 활동과 인간 본질의 연결성을 고찰한 명저 〈호모 루덴스〉를 공개했다. 그가 이야기하길 예부터 인간의 정신은 동물을 사냥하고 씨를 뿌리며 철을 두드리는 생산 활동에서 창조적인 사고를 이루는 힘을 얻는 게 아니라 아이들처럼 뛰놀며 몸과 마음을 소진하는, 물리 세계에 아무런 생산성을 지니지 않는 잉여 활동 속에서 창발적 사고를 성취하는 힘을 얻었다. 무언가를 만들어내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는 데에만 치중하기보다 순간순간 유희 활동을 통해 가슴속 깊은 곳까지 저미는 즐거움이란 감정을 사고의 확장을 이끄는 중요한 동인으로 여긴 것이다.

 

전 세계가 전쟁의 암운으로 드리우던 시절 발표된 하위징아의 저서는 인간다움이 무엇인지 되짚어볼 수 있는 유익한 고민거리를 던져주었다. 그런 연유였는지 찰리 채플린의 「위대한 독재자」나, 로베르토 베니니감독의 「인생은 아름다워」, 타이카 와이티티감독의 「조조 래빗」 등 제2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하는 여러 미디어 콘텐츠를 보면 마냥 우울하거나 비참함만을 그리는 게 아니라 작지만 아름다운 선행과 유머, 그 속에서 피어나는 자그만 미소와 웃음 그리고 인간성을 잃지 않고 살아가는 이들의 모습을 간간이 보여 준다. 이를 통해 거스를 수 없을 듯한 거대한 힘 앞에 고개를 조아리지 않고 이를 극복하고자 하는 인간 의지를 우리에게 비친다.

 

이렇듯 비극의 역사 안에는 인간은 거기에 절망하지 않고 웃음으로서 이를 이겨내고자 하는 무수한 시도가 기록됐다. 그러한 역사는 오늘날에도 동일하게 되풀이되고 있다. 코로나19가 가시지 않은 지금 WHO에서 집 안에 머물길 권하면서 독서와 음악, 영화와 함께 비디오 게임을 권하는 것은 이러한 까닭에서 이뤄지는 것이라 본다.

 

코로나19가 가실 기미가 보이지 않으면서 우리나라를 비롯한 많은 나라에서 코로나19 이전의 생활상이 더는 존재할 수 없으리라 예측하고 있다. 오프라인을 통해 누군가 실제 사람을 만날 수 없게 된 지금 자택 근무가 사회적으로 큰 반발 없이 자연스럽게 녹아들었듯, 놀거리를 향유하기 위한 인간 본연의 흐름을 타기 위해서라도 비디오 게임을 중심으로 하는 놀거리에 관한 사회적 인식의 재고가 절실하다고 볼 수 있다. 회사와 학교, 음식점과 클럽, 심지어 교회에 이르기까지 모든 오프라인 모임을 탈피해야 한다고 이야기하는 지금 온라인 환경에서 누구보다 빠르게 유희를 제공하며 젊은이들에게 위기를 극복할 힘을 주는 비디오 게임계를 향한 따가운 눈초리를 코로나19 시대와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까지 적용하는 것은 큰 무리가 있다. 무엇보다 젊은 사람을 사회적으로 한 명의 인격체로 인정하지 못하고 부모나 가족의 미래를 책임지는, 경제적 생산 활동의 도구로 키워내는 데에 혈안을 내는 우리네 사회에서 타인의 인격을 인정하고 드높이는 데에 힘을 쏟아야 할 모임인 교회가 이를  선도해야 한다. 바로 예수 그리스도께서 하나님 나라는 어린아이와 같은 이들의 것이라면서 어린이들이 자신에게 다가오는 것을 막지 않으시며 존중하셨듯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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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로암] 뉴 노멀 시대의 놀이 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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