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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20.04.02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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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영수.jpg

 

사무엘하 14장 25절에서 압살롬의 제일 아름다운 것이 그의 머리털이라고 했다. 압살롬이 노새를 타고 큰 상수리나무 밑으로 달려갈 때, 그의 아름다운 머리채가 상수리나무에 휘감기는 바람에, 그는 공중에 매달리게 되고, 요압에 의해 죽임을 당한다. 자신의 아름다움 때문에 자신이 죽임당하는 아이러니를 보게 된다.

 

아일랜드 시인이며 런던의 극작가 오스카 와일드(Oscar Wilde)는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The Picture of Dorian Gray)에서 초상화가 바질 홀워드는 비범한 미모의 도리언 그레이의 전신 초상화를 그렸으나, 아이러니하게도 초상화가는 자신의 예술의 극치요 아름다움의 절정인 모델 도리언 그레이로부터 죽임당하는 비극적인 실상을 기술하고 있다. 좀처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빼어난 아름다움을 지닌 도리언의 초상화를 세워놓고, 그 초상화 앞에 초상화를 그린 화가 바질이 앉아서 얼굴에 기쁨의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는 도리언 그레이의 미모에 매혹되었으며,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화는 바질의 걸작품이었다.


바질 홀워드는 친구인 헨리경에게 말했다. “브렌드 부인 집에서 열린 어느 환영회에 갔었네. 그때 처음으로 도리언 그레이를 보게 되었지. 그가 너무나 매력적이어서 나의 온 영혼과 바로 내 예술마저도 모조리 다 빨아들일 것 같았어. 지금 나에겐 그 젊은 친구가 내 예술의 전부야. 도리언의 초상화는 내 생애에서 가장 뛰어난 작품이지. 그는 스무 살이 넘었지만 나에게는 소년의 모습인 도리언. 아! 낭만적 정신의 그 모든 열정, 영혼과 육체의 조화. 바로 그것이었지. 내가 살아있는 한 도리언 그레이의 개성이 나를 지배하게 될 거야”

 

도리언도 자신의 초상화를 보는 순간 그의 뺨에는 기쁨에 겨운 불그레한 기운이 감돌았다. 황홀에 겨워 꼼짝 않고 서서 자신의 아름다움에 나르시스적 감정으로 도취되어 있었다. 그러나 도리언은 오페라 하우스에서 셰익스피어의 「로미오와 줄리엣」의 줄리엣 역을 하는 17세의 여배우 시빌 베인의 뛰어난 미모와 찬란한 연기에 마음이 빼앗겨 사랑에 빠지게 되어 결혼하자고 했다. 여배우 시빌 베인도 도리언의 사랑의 고백에 빠져들었다. 그러나 도리언은 시빌의 연기가 수준미달이 되자 “당신은 내 사랑을 죽였어!”하고는 시빌을 버리고 떠나가 버림으로써 시빌을 자살하게 했다.

 

초상화가 바질이 도리언을 찾아와서, “여배우 시빌 베인은 어느 더러운 방구석에 죽어 누워 있는데, 자내는 오페라 극장에 갔단 말이지? 런던에서 자네를 비난하는 끔찍한 험담들을 자네가 알아야 하네. 난 자네한테 설교 좀 하고 싶네.” 도리언의 입술에서 조롱하듯 하는 웃음이 새어 나왔다. “따라오세요. 당신의 손으로 직접 그린 초상화를 보세요. 못 볼 이유가 없잖습니까?”

 

바질은 자신이 그린 도리언의 초상화를 보자 기겁에 가까운 외마디 비명을 질렀다. 초상화는 추악하고 역겹고 혐오감에 차 있었다. 반인 반수의 얼굴이었다. 악마의 눈이었다. 도리언의 나르시스적인 행동이 초상화에 표출되고 있었다. 도리언 그레이는 냉소적인 표정으로 “이게 바로 제 영혼의 얼굴입니다”라고 했다.

 

도리언의 흐느끼는 소리가 들렸다. 초상화가 바질은 “기도해, 도리언. 우리를 시험에 들지 말게 하소서! 우리의 죄를 용사 하소서!”라고 하자, 도리언은 갑자기 칼을 빼어들고서 초상화가의 귀 뒤 큰 혈관을 찔렀다. 그의 머리를 테이블 위에 처박으면서 찌르고 또 찔렀다. 바질은 자신이 그렇게도 미의 극치요 예술의 최고봉으로 자랑하든 자신의 모델에 의해 아이러니하게도 죽임을 당한 것이다. 그리고 도리언은 자기의 초상화를 칼로 찔렀다. 마태복음 26:41에서 예수님은 “시험에 들지 않게 깨어 기도하라 마음에는 원이로되 육신이 약하도다”고 하셨다. /라이프신학원 총장, 국제크리스천학술원 원장, 한국기독교영성총연합회 총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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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명작과 성경의 만남 3] 초상화가의 걸작과 죽임 당함 - 오스카 와일드의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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