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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20.03.10 1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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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0년 사순절은 특별하다. 고난의 한복판을 지나면서 맞는 사순절이기 때문이다. 사순절이 시작되는 재의 수요일을 전후해서 코로나 19 바이러스가 급격히 확산되었다. 사이비 종교집단인 신천지가 감염의 진원지가 되면서 다중이 모이는 교회의 예배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었고, 예배의 자제를 요청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일기 시작했다. 교회 역시 이 어려운 상황의 극복을 위해 앞장서야 할 사회의 중요한 구성원이기 때문에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와 한국기독교장로회,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 등을 중심으로 주중예배 자제와 주일예배를 온라인 가정예배로 전환할 것을 요청하고 나섰다.

 

필자 역시 교단장으로서 총회장 목회서신을 통해 코로나19 바이러스가 확산되는 향후 2.3주, 주일예배를 영상예배로 가정에서 드릴 것을 요청하였다. 총회장 목회서신에서 이렇게 말했다. “교회는 ‘그리스도의 몸’입니다. ‘하나님이 세상을 이처럼 사랑하사 독생자를 내어주신 것’(요 3;16)처럼, 교회는 세상을 위해서 존재합니다. 주님의 교회는 ‘세상의 소금과 빛’이요, 세상을 살리는 생명공동체입니다. 그러므로 교회가 생명에 해를 끼치는 전염 확산의 진원지가 되어서는 안 됩니다. 교회가 사회 전체의 안녕과 유익을 위해 주일예배를 가정별로 드리는 일은 우리의 신앙을 시험하는 일이 아닙니다. 오히려 교회가 세상 속에서 어떤 모습으로 존재해야 하는지를 새롭게 인식하는 기회가 되고, 교회가 세상 속에서 그리스도의 몸으로 존재하고자 하는 신앙고백적 행위가 될 것입니다.”

 

여기서 핵심적인 언급은 ‘교회는 그리스도의 몸’이란 고백이다. 이 고백은 에베소서 1장 23절에 등장하는 사도 바울의 고백으로 교회의 본질을 가장 잘 설명하는 말이다. 예수 그리스도는 하나님의 성육신(incarnation)이다. 하나님이 육신이 되어 나사렛 예수의 모습으로 오셨다. 그는 십자가에 죽으시고, 부활하시고, 승천하셨다. 그리고 승천하신 그리스도는 오늘도 성육신의 역사를 계속하신다. 당신이 세우신 이 땅의 교회를 통해서 성육신의 역사를 계속하신다. 그러므로 교회는 또 하나의 성육신 사건이다. 교회 하나가 세워질 때마다 매번 성육신 사건이 일어나는 것이다. 교회는 그리스도의 몸이다. 그러므로 교회는 자신의 삶을 통해 세상에 예수 그리스도를 보여주어야 한다.

 

예수 그리스도의 삶은 ‘너를 위해 나를 내어 준’ 희생적 사랑의 결정체이다. “인자는 섬김을 받으러 온 것이 아니라 섬기러 왔다”는 말씀 그대로다. 예수는 세상을 살리는 ‘생명의 양식’으로, '세상의 밥‘으로 오셨다. 자신의 몸을 내어주고 우리를 살리셨다. 코로나 19 현장에서 이러한 모습을 보여주는 이들이 있다. 바로 대구로 달려가는 의료진들의 모습이다. 지난 2월 25일자 경향신문 1면 기사제목이 “주변엔 ’차출됐다‘ 말하고.. 대구로 달려온 ’백의의 전사들‘” 이다. 실제로는 자원해서 대구로 내려갔으면서도 주변에서 걱정할까봐 차출되었다 말하고 내려간 의료진들의 모습을 기사화한 것이다. 거룩하고 향기롭다. 이 중에 그리스도인들이 얼마나 있는지 모르겠지만, 이들의 헌신과 희생 속에서 십자가의 그림자를 본다.

 

3월 첫 주 온라인 영상예배를 드리고 나니, CBS 노컷 뉴스에서 우리 교회를 비롯해서 주일예배를 가정예배로 전환한 교회들의 이야기를 다루었다. 노컷 뉴스 실시간 검색 1위였고, 기사에 댓글이 무려 1,500여개가 달렸다. 댓글보기가 무서웠지만 교회를 향한 원성과 충고, 기대들을 채찍을 맞는 심정으로 보았다. 그 중에 기사제목을 패러디한 댓글이 기억에 남는다. “예배를 멈추니 예배가 보이네”가 기사 타이틀 인데, 누군가 “예배를 멈추니 예수가 보이네.”라고 댓글을 달았다. 아픈 말이었다. 하나님을 예배하는 일이 교회공동체에 얼마나 소중한가. 그러나 예배하는 공동체인 교회가 세상에 예수 그리스도의 모습을 보여주지 못할 때, 세상은 예배를 멈추라고 소리칠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세상은 교회를 통해, 우리의 예배를 통해 예수 그리스도를 보기 원하는 것이다.

 

사순절이다. 우리를 살리시려고 고난의 길을 가신 그리스도를 기억하는 계절이다. 우리의 기억이 예수의 고난을 슬퍼하는 감상에 그치고 않고, 그리스도의 십자가의 사랑을 삶으로 보여주는 기억이 되기를 바란다. 세상은 그리스도의 몸, 그리스도의 사랑을 필요로 한다. 코로나 19의 상황은 실로 그러한 상황이다. 그리스도의 몸인 교회가 사순절에, 코로나 19의 상황 한 복판에 십자가를 세우기를 원한다. 우리의 희생과 헌신으로 세상을 살리고 구원하는 예수 그리스도의 계절, 사순절이기를 소망한다.

/한국기독교장로회 총회장·성북교회 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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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북교회(담임=육순종목사)는 온라인으로 주일예배를 드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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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댓글 1

  • 21341
삼춘

성북교회뿐만이 아니라 한국의 교회가 코로나로 말미암아 큰 몸살을 앓고 있다 유사이래 초유의 고난의 시대에 당면하고 있는
데 코로나 사태가 심각하다 이 아픈기억이 언제 사라질지 그게 큰 문제이다 앞으로 얼마나 지속될지를 모르는 코로나의 늪을
빨리 극복해 나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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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의 한복판에 십자가를 세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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