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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20.03.05 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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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홍렬 목사.jpg

 

교회 교우들에게 유무선 통지를 보냈다. ‘코로나 사태로 인하여 감염의 위험을 줄이기 위하여 이번 주일부터 성찬식을 비롯한 일체의 예배를 중지하오니 교회에 오시지 마시고 온라인 예배에 동참해 주시기 바랍니다목사가 성도들에게 교회에 오지 말라고 말해야 하는 이 아이러니에 한동안 할 말을 잃고 말았다.

 

코로나19로 인하여 온 국민이 이전에 겪어보지 못한 고통을 겪고 있다. 예배와 회의는 취소되고 따뜻한 악수도 사라졌다. 마스크를 구입하기 위하여 새벽부터 줄을 서고 사회적 거리나 판데믹이라는 생소한 단어도 등장했다. 마스크를 쓰고 길거리를 지나가는 사람을 보면 혹시 확진자가 아닐까 하는 의심을 해도 자연스러운 일이 되어 버렸다. 지하철에서 앉아가려면 기침을 크게 두 번만 하면 앉아 있는 사람이 알아서 자리를 비켜준다는 우스갯소리까지 떠돈다. 왕관이라는 아름다운 이름을 가졌으면서 실상은 전 세계 사람들에게 고통을 안겨주는 코로나바이러스가 정말 야속하고 밉다.

 

 

흔히 고통의 시간을 맞이하게 되면 우리는 희생양을 찾는다. 그리고 그를 집중적으로 비난하고 원망함으로써 답답한 마음에 위로를 얻으려 한다. 그 비난과 원망의 대상은 대통령이나 정부 당국일 수도 있고 정치인일 수도 있고 때로는 정책이 되기도 한다. 나중에는 바이러스 확진자에게까지 비난과 원망의 화살은 쏟아진다. 그들이 스스로 원해서 감염되었는가? 고의로 바이러스를 확산시켰는가? 자신도 모르게 감염되고 자신도 모르게 전파된 것이 아닌가? 감염자는 단순한 피해자일 뿐인데 어느새 죄인 아닌 죄인이 질시를 받는다.

 

하지만 비난이나 원망, 희생양 찾기로는 이 사태를 끝낼 수 없다. 설사 사태의 책임자를 찾아 감옥에 보낸다 한들 이미 엎질러진 물 같은 코로나19 사태를 종식할 수 없다. 오히려 서로의 가슴속에 깊은 상처만 남길 뿐이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가 너와 나의 구별 없이 모두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 첫째는 반드시 이겨내리라는 각오와 다짐이다. 어려움과 고난 앞에서 두려움과 원망의 마음으로는 사태를 더 악화시킬 뿐이다. 이겨내고 극복해 내겠다는 의지를 앞세울 때 다양한 방법론들을 찾아낼 수 있다. 둘째는 합심이다. 서로에게 혹은 누군가에게 비난의 화살을 퍼붓고 있는 사이에도 바이러스는 쉬지 않고 활동한다. 비난의 대상을 찾거나 책임자를 처벌하는 일은 나중에 해도 늦지 않다. 우리가 먼저 할 일은 정부와 국민이 함께 힘을 모으는 일이다. 힘을 모아도 힘든 바이러스와의 싸움인데 분노와 비난만으로는 바이러스를 이길 수 없다. 셋째는 위로와 격려이다. 지금 코로나19 때문에 전 국민이 고통을 받고 있다. 정책당국, 감염환자, 의사, 간호사, 방역당국, 나아가서 자영업자, 항공회사, 여행업계 등등 사실 고통받지 않는 국민이 없다. 이럴 때 비록 빈말일지라도 필요한 것이 위로와 격려이다. ‘이겨냅시다. 물리칠 수 있습니다. 힘내세요. 잘 버텨주셔서 고맙습니다. 응원할게요이런 말들이 온 나라에 파도치게 해야 한다. 목숨 걸고 바이러스와 사투를 벌이는 의료진들에게 마음속 큰 박수를 보내야 한다. 우리 국민은 이번 코로나 사태보다 더 힘들고 고통스러운 시대도 헤쳐나왔다. 더 어려운 역사의 고통도 자랑스럽고 슬기롭게 싸워 이긴 민족이다. 코로나19도 반드시 이길 수 있음을 믿는다.

 

성경에 보면 이스라엘 백성이 광양에서 불뱀에 물려 큰 고통을 당한다. 이때 모세는 하나님의 지시에 따라 놋뱀을 만들어 장대 위에 매단다. 뱀에게 물린 이들이 놋뱀을 쳐다봄으로 모두 살게 된다. 지금 우리는 코로나 사태는 극복될 수 있다는 희망이라는 이름의 놋뱀을 바라보아야 한다. 온 국민의 하나 된 마음과 이길 수 있다는 의지가 모일 때 코로나19는 우리 앞에 무릎을 꿇을 것이다. /루터회 전 총회장·새길교회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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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픔을 딛고 함께 일어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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