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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20.02.19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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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규창국장-최종.jpg

 

지금 내가 읽고 있는/이 책은/어머니께서 유물로 남겨주신/성경이다./이 두툼한 성경을/사경회로 부흥회로 다니시며/돋보기 너머로 읽으시던/그 책이다./기쁘고 외로우실 때마다/혼자 읽으시던/그 책이다./이 두툼한 성경을/두 손으로 모아잡고/아들을 위하여/축복해 주시고/하나님께 간구하시던/그 책이다./붉은 연필로/언더라인을 그으시며/80평생을/의지해 사시던/그 책이다./지금 내가 읽는/성구마다/어머니의 눈길이 스쳐가시고/어머니의 신앙이/증명해 주시고/어머니의 축복이 깃들어 있는/어머니의 성경/어머니의 기도로써/내가 받은 축복/어머니의 기도로써/내게 내리신 하나님의 은총/지금 나도 돋보기 너머로 어머니의 성경을/읽으면서/자식들을 위하여/주님께 축복을 간구한다./만일 내가 이 성경을/자식들을 위하여/유물로 남기면/우리 집안의 기도는/3대로 이어질 것이다./주여/긍휼이 여기소서/주여/구원하여 주옵소서./주여/축복하여 주옵소서.

- 「어머니의 성경」의 전문


이 「어머니의 성경」 은 〈크고 부드러운 손〉에 수록된 시이다. 박목월은 ‘어머니의 성경’을 통해 하나님의 은총이 3대로 이어질 것을 간구한다. ‘어머니의 성경’에 집약된 ‘어머니의 신앙’은 시간을 초월해 ‘어머니’라는 의미 속에서 확대시켰다. 이 시는 신앙 속에 살으셨던 어머니를 떠올리고, 어머니의 기도와 축복을 3대로 이어질 것을 형상화한 것이다.

 

이 시는 50행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의 시가 대부분 짧은 행으로 구성되어 간결성을 보여주고 있지만, 이 시는 한 주제를 장시(長詩)에 가까운 기법을 활용했다. 그리고 ‘어머니’를 계속 반복하는 것은, 단순히 리듬을 위한 것이 아니라, ‘어머니의 신앙’을 강조하는 데에 있다. 특히 오늘의 신앙은 어머니로부터 이어온 것을 강조하는 의미구조이다. 또한 어머니가 삶의 전체임을 은연중에 전달하는 매개체로 활용되었다.

 

이 시의 전개양상은 ‘어머니의 성경’에 대한 의미를 확대시키는 데에 있다. ‘오늘’ 즉 ‘지금’의 시간성이 ‘어머니의 신앙’을 이끌어내고, 그 신앙의 유산을 형상화했다. 이 시의 구성은 전반부와 후반부로 나눌 수 있다.

 

전반부는 1행에서 30행까지로 ‘어머니의 성경’에 대한 의미와 신앙의 삶을 표현했다. 1행에서 4행은 지금 읽고 있는 성경이 어머니께서 유물로 남겨주신 성경임을 강조했다. 5행에서 9행은 어머니가 사경회와 부흥회를 다니시며 돋보기 너머로 읽은 성경이다.

 

10행에서 13행인 “기쁘고 외로우실 때마다/혼자 읽으시던/그 책이다”는 성경에 의지한 어머니의 삶을 표현했다. 14행에서 19행까지는 아들을 위하여 축복해 주고 간구한 성경이다. 그리고 20행에서 23행은 어머니가 80평생을 의지해 살아온 성경이며, 24행부터 30행까지는 성구마다 어머니의 ‘눈길’과 ‘신앙’, ‘축복’이 깃들어 있는 성경임을 강조했다.

 

후반부인 31행부터 마지막 행까지는 어머니의 신앙, 즉 그 기도의 축복과 은총이 3대로 이어질 것을 간구한다. 31행에서 39행까지는 어머니의 기도에 대한 결과로 ‘축복’과 ‘은총’을 이어 받아 3대인 자식의 축복을 위해 소망한다.

 

40행에서 44행은 어머니의 성경을 자식 위해 유물로 남기면, 그 신앙은 3대로 이어질 것을 단언했다. 그리고 45행에서 50행까지를 통해 시인은 이러한 어머니께서 평생 간직하고 있었던 성경에 대한 신앙을 긍휼히 여기고, 구원해 주시고, 축복해 달라고 간구한 것이다.

/시인·한국기독교문인협회 전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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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기독교시 다시 읽기 56] 어머니신앙의 유산 - 박목월의 「어머니의 성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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