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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19.12.31 1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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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규창국장-최종.jpg

 

아침 햇살이

온 누리에

쫙퍼질 때

까치소리가 요란하다.

 

반가운 소식이

무더기로 올 모양이지.

 

몇 굽이를 넘은

깊은 마음 속에

또다시 명절이 오고 있다.

 

조금도 염려하지 말자.

구하는 것마다

다 주실 것이다.

 

밤새 얼었던 마음이

다 녹아지고,

또다시 맑은 빛이 스며든다.

 

달고 오묘한 말씀이

가슴에 부딪칠 때마다

또다시 밖에서는

까치소리가 들린다.

- 「까치소리」의 전문


이 「까치소리」도 그가 지금까지 추구한 토속적 정서와 향토적인 시의 맥락에서 감상해야 한다. 이 시에서 ‘까치소리’나 ‘명절’ 등이 주는 토속적 정서가 바탕에 흐르고 있다. ‘까치소리’가 주는 것은, ‘반가운 소식’으로 토속적인 정서이다. 그리고 ‘명절’도 마찬가지이다. “까치가 울면 반가운 손님이 온다”는 전래 이야기를 통해 하나님 앞에 간구의 응답이 ‘달고 오묘한 말씀’으로 나타나고 있다. 까치소리에 기대하던 마음은, 하나님의 말씀대로 “조금도 염려하지 말자./구하는 것마다/다 주실 것이다”라고 실현되는 심상을 엿볼 수 있다. 이 시의 ‘까치소리’나, ‘명절’이란 표현은 우리의 전통적 정서를 담고 있다. 옛부터 까치소리가 들리면 ‘반가운 사람’이나 ‘반가운 소식’을 가지고 온다고 인식되어 왔기 때문이다. 

 

이 시는 6연으로 구성되어 있다. 1연은 아침 햇살이 쫙 퍼질 때에 까치소리가 요란하게 들린다. ‘아침 햇살’과 ‘까치소리’는 하나의 이미지로 이해할 수 있다. ‘아침 햇살’이 쫙 퍼질 때에 ‘까치소리’의 이미지는 극대화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이 ‘아침 햇살’과 ‘까치소리’는, 2연에서 ‘반가운 소식’이 ‘무더기로 올 모양이지’로 연상작용을 한다. 아침 햇살이 쫙 퍼질 때에 까치소리가 요란하고, 반가운 소식이 무더기로 올 것으로 기대한다. 3연의 “몇 굽이를 넘은/깊은 마음 속에”는 지난 날의 삶을 함축하고 있다. 특히 ‘몇 굽이를 넘은’의 삶은 역경의 삶이었음을 담고 있다. 그리고 ‘명절’은 설날처럼 ‘좋은 날’을 의미하고 있다. 역경의 삶이었던 마음 속에 또다시 좋은 날이 오고 있다고 희망한다. 4연은 빌립보서 4장 6절인 “아무 것도 염려하지 말고 다만 모든 일에 기도와 간구로 너희 구할 것을 감사함으로 하나님께 아뢰라”를 바탕에 두고, 시적으로 구성했다. 그래서 성서의 가르침대로 조금도 염려하지 말고 하나님께 구하는 것마다, 다 주실 것이다고 확언하고 있다. 신앙에 대한 믿음의 확신이다. 그것은 메시지이다. 3연에 ‘좋은 날’이 오고 있기 때문에 염려하지 말고 구하는 것마다, 다 주실 것이다는 메시지를 들려주고 있다.

 

5연은 1연의 ‘까치소리’와 2연의 ‘반가운 소식’, 3연의 ‘명절’인 좋은 날과 4연의 하나님의 메시지로, 밤새도록 불안하고 어둡던 마음에 복음의 삶이 시작된다. ‘밤새 얼었던 마음’은 불안하고 어둡던 삶으로 이해할 수 있으며, ‘밝은 빛’은 ‘복음’의 의미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6연은 ‘달고 오묘한 말씀’ 즉 하나님의 말씀 ‘복음’인 반가운 소식을 접할 때마다, 밖에서 들린 까치소리가 반가운 소식을 전해준다.

이 시의 전체적인 구성은 ‘까치소리’→‘반가운 소식’→‘맑은 빛’→‘달고 오묘한 말씀’으로 연결되고, 그것은 ‘복음’이다. 그리고 ‘몇 굽이를 넘은’이나 ‘밤새 얼었던 마음’이 ‘복음’으로 밝은 삶을 영위하고 있음을 보여 준다.

 

이러한 이성교의 기독교시는 토속적 정서와 향토적 소재에 체험적 신앙을 접목해 절제된 언어로 추구해 왔다. 그의 시에는 성숙한 신앙인의 생활이 담겨져 있고, 오직 하나님만을 향한 자세로 거듭나는 삶을 추구했으며 신앙의 생활화와 하나님을 향한 의지가 형상화되었다. 

    /시인·한국기독교문인협회 전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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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기독교시 다시 읽기 51] 우리 정서 속에 ‘복음의 빛’ 형상화 - 이성교의 「까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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