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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19.12.11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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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규창국장-최종.jpg


우리의 연약함을 보시고

우리의 이파리를 꺾이지 않게 하시며

당신의 이름을 위해 우리를 지키소서.

야훼, 우리 하나님

태풍이 몰아쳐도 뿌리뽑히지 않게 하시고

들불이 번져와도 타지 않게 하소서.

비록 어둠 속에서도 두 눈 크게 뜨게 하시며

나팔을 높이 불어 쓰러진 동족을 일으키소서.

우리의 햇살을 전과 같이 함께 하게 하시고

우리의 새들도 처음처럼 돌려보내 주소서.

짓밟는 자에게 생명의 귀함을 일깨워 주시고

낫질하는 자의 낫은 녹슬게 하소서.

야훼, 우리 하나님

우리의 땅은 더욱 기름지게 하시고

우리의 영혼을 버러지로부터 보호해 주시고

우리의 뿌리는 더욱 깊이 뻗게 하시며

우리의 하늘은 더욱 푸르르게 하소서.

- 허형만의 「풀잎이 하나님에게」의 전문


이 시는 기도라는 형식을 통해 밀도있고 정제된 언어로 감동을 준다. 삶의 위기에 처한 풀잎처럼 연약한 사람들의 나약하고 위태로운 삶을 영위하는 공동체를 제시하고, 하나님을 향한 기도로 생명유지의 소망을 간구하고 있다. 이 시의 전체가 “하나님은 우리의 피난처시요 힘이시니, 환난 중에 만날 큰 도움이시라”(시편 46편 1절)란 귀절을 연상시키고 있다. 

 

“우리의 연약함을 보시고/우리의 이파리를 꺾이지 않게 하시며/당신의 이름을 위해 우리를 지키소서”는 풀잎의 연약함을 보호해 달라는 간구이다. 즉 연약한 사람들이 권력에 의해 짓밟히지 않도록 해달라고 간구한다. 또한 “야훼, 우리 하나님/태풍이 몰아쳐도 뿌리 뽑히지 않게 하시고/들불이 번져와도 타지 않게 하소서”는 풀잎이 ‘태풍’이나 ‘들불’에서 보호해 달라는 간구이다. 그것은 권력에 의한 어떤 억압에도 흔들리지 않는 삶으로 사랑과 평화의 공동체를 희구하고 있다. 또 “비록 어둠 속에서도 두 눈 크게 뜨게 하시며/나팔을 높이 불어 쓰러진 동족을 일으키소서”는 어둠의 절망을 극복하고, 하나님의 사랑으로 새로운 삶의 의지를 담고 있다. 그리고 “우리의 햇살을 전과 같이 함께 하게 하시고/우리의 새들도 처음처럼 돌려보내 주소서”는 지금의 위태로운 삶이 아니라, 지난 날의 평화로운 삶과 자유를 간구한다. 또한 “짓밟는 자에게 생명의 귀함을 일깨워 주시고/낫질하는 자의 낫은 녹슬게 하소서”는 짓밟고 핍박하는 자에게 생명의 귀중함을 일깨워 주고, 낫질하는 자의 낫이 녹슬어 사용하지 못하게 해달라고 간구한다. 특히 “낫질하는 자의 낫은 녹슬게 하소서”는, 칼로 흥한 자는 칼로 망한다는 진리를 상기시킨다. 

 

마지막으로 “야훼 우리 하나님/우리의 땅은 더욱 기름지게 하시고/우리의 영혼을 버러지로 부터 보호해 주시고”는 우리가 살고있는 땅을 더욱 기름지게 해주고, 버러지로부터 영혼을 보호해 달라고 간구한다. 그리고 “우리의 뿌리는 더욱 깊이 뻗게 하시며/우리의 하늘은 더욱 푸르르게 하소서”는 버러지로부터 보호받은 뿌리는 튼튼하게 땅속 깊이 뻗고, 푸르른 하늘처럼 자유롭고 아름다운 세상을 간구한다. 

 

이러한 이 시에서 ‘꺾이다’, ‘뽑히다’, ‘태풍’, ‘들불’, ‘어둠’, ‘짓밟다’, ‘낫질’, ‘버러지’ 등 어휘를 통해 연약한 자의 위태로운 삶의 현장을 형상화했다. 특히 ‘어둠’은 시대적 상황, 즉 군사정권의 독재시대를 집약적으로 표현했다. 또한 ‘꺾는 자’나 ‘짓밟는 자’, ‘낫질하는 자’나 ‘버러지’는, 그 당시 권력자들이 연약한 자들을 핍박한 행태를 보여 준다. 그리고 ‘지키소서’나 ‘일으키소서’, ‘돌려보내 주소서’나 ‘일깨워 주시고’, ‘녹슬게 하소서’나 ‘기름지게 하시고’, ‘보호해 주시고’나 ‘푸르르게 하소서’ 등에서 하나님을 의지하고 있는 삶임을 시사하고 있다. 

/시인·한국기독교문인협회 전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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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기독교시' 다시 읽기 49] 연약한 자들의 소망을 간구 - 허형만의 「풀잎이 하나님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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