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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19.12.05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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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규창국장-최종.jpg

 

내 혼의 눈부신 나라에 가 닿으리

 

 내가 나이던 것을 다 허물고

 가진 것 다 비운 목숨으로 가 닿으리

 어디였을까 어디였을까

 내 안에 찬란히 소리치는

 서러운 혼이 있어

 영생의 물줄기를 흔들며 노래하는 물소리

 

 내 혼의 눈부신 물의 나라

 눈멀어 더듬듯 황홀히 흘러

 그렇게 가 닿으리

 가 닿으리

                 - 의 전문

 

가영심(賈永心)의 이 시는 2000년 제20회 한국기독교문학상 수상시집인 저녁향기(문학아카데미 펴냄·1999)에 수록되어 있으며, 물의 이미지를 통한 영생에의 소망을 추구했다. 물은 투명하고 깨끗하며, 정화시키는 이미지를 지니고 있다. 이 물이 흘러가 닿는 곳은 눈부신 나라이고 물의 나라인 영원한 생명을 누릴 하늘나라로 전개했다. 하늘나라는 물처럼 깨끗하고 투명한 나라이며, 눈부신 나라이기 때문이다.

 

이 시에서 물은 고여있는 것이 아니라 흐르는 물이다. ‘가 닿으리물줄기’, 그리고 물소리는 흐르는 물에서만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물은 정적인 것이 아니고 동적인 이미지를 지닌다. 물의 흐름은 깨끗하게 정화시키는 작용을 한다. 그 물의 흐름은 물의 나라로 가는 길이다. 이 물의 생리를 시적 상상력으로 화자가 꿈꾼 영생의 나라를 형상화했다.

 

1연은 1행으로 구성되어 있다. ‘눈부신 나라에 가 닿으려는 굳건한 의지를 보여준다. ‘가 닿으리란 것은 물과 함께 동행한 단호하고 흔들리지 않은 자세를 표현했다. 또한 물의 동적인 생리가 표현상 생략되어 있지만, ‘가 닿으리에는 물과 함께 동행하여 눈부신 나라에 가겠다는 의지이다. 1행의 구절에는 절제되고 함축된 표현으로 눈부신 나라에 대한 간절한 소망을 담았다.

 

2연은 영원한 생명을 영위하기 위해 하늘나라를 향한 노래이다. 육신의 세속적이고 이기적인 모든 것을 씻어내고, 인간적인 탐욕을 비운 깨끗한 영혼으로 합류하려고 한다. 1행과 2행은 빌립보서 27절과 8절의 자기를 비워자기를 낮추시고”, 그리고 123절의 차라리 세상을 떠나서”, 313절의 나는 아직 내가 잡은 줄로 여기지 아니하고 오직 한 일 즉 뒤에 있는 것은 잊어버리고 앞에 있는 것을 잡으려고, 14절의 푯대를 향히여란 구절의 가르침에 연유한다. 나란 존재를 허물고 지닌 모든 것을 비운다는 것은 속물적인 심성들을 버리고, 순수하고 깨끗한 양심으로 목적한 지점인 하늘나라에 가겠다고 염원한다. 그것은 기독교인들의 통곡의 회개기도이다. 하나님 앞에서 눈물의 기도로 내가 나이던 것을 허물 수 있고, 가진 것을 다 비울 수 있기 때문이다. “어디였을까를 반복하는 것도 스스로를 돌아보고, 목적한 지점을 향한 간절함의 표출이다. 특히 영생의 물줄기를 흔들며 노래하는 물소리는 천사들의 찬양을 연상시켜 준다.

 

3연은 꿈꿔왔던 눈부신 물의 나라인 하늘나라로 향하는 황홀한 걸음걸이다. “그렇게란 제2연의 1행과 2행의 전형적인 신앙의 삶으로, 그리고 눈멀어 더듬듯 황홀히 흘러서 하늘나라로 향한 의지이다. “가 닿으리를 반복한 것도 소망에 대한 결연한 자세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러한 이 시에서 물의 이미지를 극대화시켜 현실의 세계에서 내세의 세계로 갈 것을 소망한 것은, 기독교시의 지평을 확대시키고 있음을 보여준 것이다. 특히 기독교적인 세계관이거나 내세관에 대한 비유의 시적 방법과 구성, 훌륭한 시적 상상력 소재의 활용 등은 시작의 능숙함을 엿보게 한다. 그의 제4시집인 내 가슴의 벽난로에 장작을(마을 펴냄·1994)에 수록된 내 사랑은이란 시에서도 과 같은 기독교적 내세관을 드러내 보여준다

  /시인·한국기독교문인협회 전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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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기독교시' 다시 읽기 48] ‘하나님나라’를 꿈꾸는 소망 - 가영심의 「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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