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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19.11.20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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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규창국장-최종.jpg

 

밤사이

하나님은 쉬지 않고

나의 형상(形象)을 새로이 지으신다

 

이른 아침 뜰에 나서면

풀섶에 숨은 이슬

햇살이 꿰어 매듯

사랑을 엮어 주네

밤사이 진 감꽃들이

하얗게 웃음짓는다

못다한 결백(潔白)의 생명(生命)으로

내 형상(形象)을 짓는다

 

아, 밤사이

내가 무엇을 꿈꾸었나

어둠에 빠져 허위적이며

먼 데만을 향해

손짓을 하였구나

 

이 아침의 밝음을 두고

이슬의 총명(總明)과

감꽃의 결백(潔白)을 두고

나의 참 형상(形象)을 두고

- 「나의 형상」의 전문


 박이도(朴利道)의 「나의 형상(形象)」은 일상의 삶 속에서 하나님의 창조섭리를 형상화했다. 신앙의 삶 속에서 하나님은 쉬지 않고 나의 모습을 창조하신다고 일깨워준 시이다. 하나님의 창조섭리가 끝난 것이 아니라, 계속되고 있음을 보여 준다. 이 시는 「고린도후서」 5장 17절에 바탕을 두고 있다. “누구든지 그리스도 안에 있으면 새로운 피조물이라, 이전 것은 지나갔으니 보라 새 것이 되었도다”를 일상의 삶 속에서 대입해 형상화했다. 이 시에서 그리스도를 믿을 때, 누구든지 새로운 피조물로 창조됨을 보여준다. 이것은 아담 안에서 죄인이 되었으나, 그리스도 안에서 의인이 되는 새로운 창조를 가리키고 있기 때문이다.

 

이 시는 4연으로 구성되어 있다. 제1·2연은 하나님의 창조섭리를 형상화했다. 1연은 나의 형상을 통해 하나님의 창조섭리가 계속되고 있음을 보여 준다. ‘밤사이’란 귀절을 통해 계속 진행되고 있는 하나님의 창조성을 강조한다. 지금 밤사이에도 하나님은 쉬지 않고 나의 형상을 만들고 있다. 그것은 그리스도 안에서 새롭게 창조되고, 새 삶을 누리고 있다는 의미이다.

 

제2연은 자연의 계속되는 창조와 내 형상의 창조를 노래한다. “이른 아침 뜰에 나서면/풀섶에 숨은 이슬/햇살이 꿰어 매듯/사랑을 엮어 주네”나, “밤사이 진 감꽃들이/하얗게 웃음짓는다”는 창조의 섭리에서 비롯된다. 밤을 보낸 이른 아침의 ‘이슬’을 통해 햇살이 꿰어 매듯 엮어주는 ‘사랑’을 발견하다. 또한 밤사이 진 감꽃에서 하얀 ‘웃음’을 본다. 이슬의 ‘사랑’이나, 감꽃의 ‘웃음’은 창조된 자연의 순수성이다. “못다한 결백의 생명”은 이슬의 ‘사랑’이나, 감꽃의 ‘웃음’에서 연유한 깨끗하고 죄가 없는 생명을 의미한다. 이러한 자연의 깨끗함, 즉 순수함으로 내 형상이 창조됨을 보여 준다.

 

제3·4연은 현세적 참회의 모습으로 전환되어 있다. 3연의 “내가 무엇을 꿈꾸었나”라고 반문하는 것은 참회의 모습이다. 그것은 “어둠에 빠져 허위적이며/먼 데만을 향해/손짓을 하였구나”는 어둠에 빠져 바른길을 향하지 못한 참회에 대한 답변이다. 그리고 4연에서 깊은 참회의 모습을 보여준다. 

 

‘이 아침의 밝음’과 ‘이슬의 총명’, 그리고 ‘감꽃의 결백’과 ‘나의 참 형상’을 두고 어둠에 빠져 허위적거린 것을 참회한다. 이 3·4연은 하나님의 지으심을 깨닫지 못한 채 쓸데없이 ‘먼 데만을 향해’ 허위적거린 현실적 자아를 깨닫고, 깊이 회개하고 있음을 보여 준다.

 

이 「나의 형상」 은 신앙시가 빠지기 쉬운 창조섭리의 관념적 상황에서 벗어나 보편적 예술성을 획득하는 데에 성공한 시이다. 특히 하나님의 창조섭리가 오늘에도 계속 되고, 나의 형상을 통해 자연스럽게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창조의 섭리 속에서 참회의 모습은 시적 가치성을 더해 주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다. 무엇보다도 이 시는 신앙의 삶 속에서 ‘창조의 섭리’와 ‘참회의 모습’을 깨달을 수 있다고 보여 준다. ‘나의 형상’을 통해 하나님의 창조섭리를 발견하고, 참회의 삶을 지닐 수 있기 때문이다./시인·한국기독교문인협회 전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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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기독교시 다시 읽기 46] 일상의 삶 속에서 창조의 섭리를 추구 - 박이도의 「나의 형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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