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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19.09.15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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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씨암탉’하면 장모님과 사위가 생각이 난다. 언제부터 이러한 전통이 생겼는지는 모르지만 반가운 손님이 오면 닭을 잡아 대접하는 것이 정성스런 대접이라면, 그 손님 중에서도 으뜸인 사위가 처가에 오면 씨암탉을 대접하는 것이 최고의 대접이라 여겼기 때문이다.

사실 씨암탉이란 ‘씨를 받기 위해 기르는 암탉’을 가리키는 말이다. 병아리를 깔 수 있는 알을 낳는 암탉이 바로 씨암탉이다. 씨암탉을 잡는다는 것은 그 집안에 큰 손일이 되는 일이었다. 이제는 그 암탉을 통해서 더 이상 알을 낳을 수 없다는 것이고, 병아리를 깔 수 없다는 것이며, 가정의 단백질 공급원인 계란을 얻지 못하는 것은 물론 중요한 재산 하나를 잃어버린다는 뜻이 된다. 그런데도 씨암탉을 잡아서 대접한다는 의미는 가난했던 농가에 있어서 최고의 대접이었던 것이다.

사실 씨암탉이라는 말에 관해 잘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금년에 전라남도 신안군 증도에 있는 문준경전도사 순교지를 거듭 방문하게 되면서 그 말의 의미를 가슴 깊이 새기게 됐다.

처녀 문준경은 참으로 불쌍한 가련한 인생으로 끝나버릴 수 있었던 사람이었다. 왜냐하면 17세에 결혼을 하자마자 곧바로 생과부처럼 되었기 때문이다. 그의 남편이 아이를 낳지 못하는 그녀를 버리고 곧바로 후처를 맞이했던 것이다. 게다가 며느리를 사랑하여 글을 가르쳐 주셨던 시아버지마저 돌아가시고 난 후에는 목포에서 바느질을 하며 끼니를 유지해야 했다.

그러나 하나님은 이렇게 아이를 갖지 못해 소박을 당한 문준경에게 다가가셨다. 어느 날 복음을 전하던 한 여인의 전도를 받고 교회를 나가기 시작한 그녀는 당시 부흥사로 이름을 떨쳤던 이성봉목사를 통해 큰 은혜를 받게 되었고, 드디어 1927년 예수님을 영접하게 된다. 그 후 여러 사람들의 권유로 신학을 하게 된 문준경은 남다른 전도의 열정으로 나룻배를 타고 전남 신안군 21개 면을 순회하며 복음을 전하고 교회를 개척하는 복음 전도자가 됐다. 처음에는 온갖 핍박을 당하고 극심한 고난에 좌절을 겪기도 했다. 그러나 영혼구원을 향한 그녀의 뜨거운 열정은 척박한 섬사람들의 가슴을 녹이기에 충분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하나님의 능력이 그녀와 함께하시면서 결국 그녀는 그녀가 죽기 전까지 약 20년 만에 증도를 비롯한 주변 다도해 일대에 100개 이상의 교회를 세운 여인이 되었다. 그리고 더 감동적인 것은 그녀가 세운 첫 번째 교회는 바로 그녀를 슬픔으로 몰았던 남편의 후처가 살던 임자면의 임자진리교회였다. 하나님은 육신의 아이를 낳지 못해 생과부가 된 여인을 수많은 영의 자녀를 잉태하는 생명의 여인으로 바꾸어 주신 것이다.

문준경전도사에게는 이미 ‘새끼를 많이 치는 씨암탉’이라는 별명이 붙어 있었다. 그녀가 가는 곳마다 영적 자녀들이 수없이 생겨났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6·25가 발발하고 공산당이 증도까지 쳐들어가서 수많은 교인들이 순교를 당해 죽어갈 때, 문준경전도사는 자신을 죽이는 대신 다른 교인들을 살려달라고 하며 많은 사람들을 대신해 순교를 자청했다. 바로 그때 공산당이 문준경전도사를 향해 외친 음성은 이것이었다. “이 여인은 새끼를 많이 치는 씨암탉이니 살려 두어서는 안 된다”

하나님은 민족의 복음화를 위해 새끼를 많이 치는 씨암탈과 같았던 한 여인을 순교로 이끄셨다. 그러나 그것이 끝이 아니었다. 씨암탉 같던 한 여인은 수많은 씨암탉 같은 민족의 지도자들을 배출했기 때문이다. 하나님은 그녀를 통해 그 지역에서 수많은 일꾼을 배출하도록 했고, 그들의 가슴에 구령 열정을 심어 민족복음화를 위해 섬기도록 했기 때문이다.

오늘날 문준경전도사 한 사람의 헌신으로 시작된 증도의 복음화는 대한민국 전체의 전무후무한 기록을 남기고 있다. 그것은 기독교 복음화율 90%까지 이른 것이다. 주일이 되면 마을 대부분의 사람들이 교회를 가는 그런 지역이 된 것이다. 아직도 우리 주변에는 구원해야 할 영혼들이 많이 있다. 이번 가을이 구원의 역사가 넘치는 가을이 되길 간구한다. 

/대전중앙교회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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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회자 칼럼] 새끼를 많이 치는 씨암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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