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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19.10.04 1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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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규창국장-최종.jpg

 

가식(假飾)이 아닌 마음으로

오랜만에 평온한 마음으로

옥상(屋上)의 하얀 눈을 밟는다.

 

너무나 많았던

미움의 얼굴들에게

 

지금의 미소를 던질 수 있는

이 아침의 공기로

믿음이 새로워지는

이 순간이 황홀하다.

 

사랑의 깊은 의미와

행복의 참된 가치가

이렇듯 눈부시게 와 닿는

옥상에서

 

봄을 기다리는

반가운 소식이 이미 와있는

 

저 산봉(山峰)의 숨결이

이렇게 고맙게 들린다.

         - 「소망」 의 전문


향토적 정감을 불러일으키는 장수철(張壽哲)의 시는 인생적인 서정과 현실의식, 북녘에 있는 고향에의 향수 등 다양한 시세계를 구축했다. 제4시집인 〈관악산 뻐꾸기〉부터 기독교의 정신적인 맥락이 뿌리내리고, 하나님 앞에서 고독한 언어를 교신(交信)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제4시집 이전의 시에서도 그의 정신의 바탕은 기독교적인 맥락을 간직하고 있다. 특히 그의 아동문학에서 대표작인 장편 소년소설 〈해바라기의 노래〉는 철저한 권선징악의 정신과 서민생활을 돋보이도록 묘사했다. 그 정신적 바탕은 기독교의 신앙에 두고 있다. 이러한 기독교적 정신은 그의 시에서 갖가지 색깔로 형상화되었다.

 

소망은 현존치는 않지만 장래에 실현될 것에 대한 기대이다. 성경의 구약에 있어서의 소망은, 의로운 자의 삶의 근거가 되는 구원사적 표적이다. 하나님은 의로운 자의 신뢰와 소망으로써 미래에 대하여 약속을 주시는 이스라엘의 소망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신약에 있어서의 소망은 그리스도의 인격과 사역에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이 소망은 성령의 능력으로 우리에게 넘치게 된다.

 

이 시는 성경에서 일깨워 준 소망을 바탕에 두고 형상화했다. 신앙의 삶이 육화(肉化)된 이미지로 전개했다. 특히 “사랑의 깊은 의미와/행복의 참된 가치가/이렇듯 눈부시게 와 닿는”이란 구절이 신앙의 삶에서 비롯되었음을 보여준다. ‘사랑의 깊은 의미’나, ‘행복의 참된 가치’는 기독교가 추구하는 정신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눈부시게 와 닿는”이란 표현도 신앙의 삶 속에서 구현되는 결과이다.

 

이 시는 6연으로 구성되어 있지만, 시적 전개로 보면 3연으로 구분할 수 있다. 2연과 3연, 4연부터 마지막 연까지를 두 개의 연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제1연은 깨끗하고 안온한 마음으로 옥상의 하얀 눈을 밟는다. 그것은 일상의 삶에서 벗어난 모습을 보여준다. 일상의 삶은 가식적일 수도 있고, 생활에 찌든 불안의 연속일 수도 있다. 그것은 ‘옥상’이 상징하듯 도시민의 삶이다.

 

제2연과 3연은 용서의 삶에 대한 기쁨을 표현했다. 화자는 눈을 밟으며, 미움의 얼굴들을 미소로 용서하는 사랑을 깨닫는다. 그것은 스스로의 믿음이 새로워지는 그 순간 자체가 황홀하다. 이 순간에는 어떤 꾸밈이나, 가식된 마음의 표현도 필요없다. 그대로 내보이면 된다는 실상을 일깨워 준다. 특히 ‘눈’이 주는 깨끗함의 이미지가 ‘용서’로 환원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제4연부터 마지막 연은 ‘깨달음’과 ‘소망’을 깨우쳐 준다. 신앙의 삶을 표현했다. ‘사랑의 깊은 의미’나, ‘행복의 참된 가치’는 깨달음이다. 그리고 봄을 기다리는 반가운 소식이 고맙게 들리는 삶도, 신앙의 삶에서 비롯된 것이다. 특히 “저 산봉의 숨결이/이렇게 고맙게 들린다”란 표현은, 시의 가치성을 높여 준다. 산봉우리의 숨소리를 듣고 고맙게 생각하는 것은, 깨끗하고 평온한 마음을 지닐 때만이 느낄 수 있다.

 

이러한 장수철의 시 대부분은 일상적인 서정 속에서, 짙은 정감을 불러일으킨다. 어느 시를 읽어도 이 범주를 벗어나지 않는다. 그의 초기에 보여준 향토적 서정성은, 인생적 서정으로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시인·한국기독교문인협회 전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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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기독교시’ 다시 읽기 39] 깨달음에 대한 삶 - 장수철의 「소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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