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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19.09.25 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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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규창국장-최종.jpg

 

장밋빛 두 볼에

아랫니 두 개

하루에도

열두번씩

내 딸아이는

엎어지는 연습을 하지.

 

딸아이 잠든 방

수만의 장미가

피고 또 지고

작은 별이

베개 밑에 잠들고.

 

배꽃잎에

꿀벌이 잉잉대는 아침

딸아이

잠을 깨

또 엎어지고.

 

나도

세상 바로 살고 싶어

엎어지는 연습을 하지

- 「엎어지는 연습」의 전문


김한나의 이 시는 시집 〈엎어지기〉(코람데오 펴냄·2001년)에 수록되어 있다. 엎어지는 행위를 통해 일어서기 위한 행위로 발전시키고, 바른 삶을 영위하기 위한 과정으로 승화시켰다. ‘엎어진다’는 것은, 스스로 ‘일어선다’는 행위가 전제된다. 똑바로 일어설 수 없고, 똑바로 걸어갈 수 없기 때문에 엎어질 수밖에 없다. 이러한 반복된 행위를 통해 넘어지지 않도록 신체적인 견고함을 지닐 수가 있다. 화자는 어린 딸의 행위를 일상생활 속에서의 삶으로 비약시키고 있다. 어린 딸이 엎어지는 것은 일어서기 위한 행위인 것처럼, 화자도 엎어지므로써 또다시 일어서서 바른 삶을 영위하기 위한 것이다. 어린 딸의 엎어지기는 신체적인 단련에 있지만, 화자의 엎어지기는 바른 삶을 위한 정신적인 행위이다. 엎어지는 것은 바른 삶을 위한 자성이다. 신앙적인 시각에서 보면 회개기도의 행위로 이해할 수 있다.

 

화자의 어린 딸은 하루에도 수없이 엎어진다. 어린 딸의 행위는 자의적인 것이 아니라, 일어서서 다닐 수 있을 만큼의 성장을 못했기 때문이다. 화자의 시각으로는 잠에서 깨자마자 엎어지는 어린 딸을 자의적 행위로 인식한다. ‘엎어지는 연습을 하지’나 ‘또 엎어지고’는 화자의 의식이다. 견고한 삶을 위한 행위가 전제되어 있다. 제4연에서 “나도/세상 바로 살고 싶어/엎어지는 연습을 하지”라고 고백하는 것처럼, 화자 스스로가 또다시 일어서기 위해 엎어지기 때문이다. 그것은 화자 스스로가 엎어지므로써 또다시 일어설 수 있고, 엎어지지 않도록 훈련되어 견고한 신체기능을 지닐 수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오늘의 일상생활 속에서의 삶을 그대로 영위하기 보다는 어느 계기를 통해 돌아봄으로써 성숙한 삶을 영위할 수 있게 된다.

 

화자는 시간적 고향인 유년에로의 회귀를 자신의 어린 딸을 통해서 성취한다. 제1연부터 3연까지는 어린 딸의 일상적인 생활이고, 4연은 화자의 삶이다. 어린 딸의 일상은 행복한 나날임을 보여준다. 그러나 화자의 일상은 어린 딸의 일상과는 다른 고뇌의 삶으로 전개했다.

 

특히 제4연은 이 시의 핵심으로 화자의 행위이다. 오늘의 세상을 새롭게 살아가려는 몸부림의 고백이다. 제1연부터 3연까지는 어린 딸의 ‘엎어지는 연습’을 보여주고, 화자의 삶을 위해 ‘어린 딸의 엎어지는 연습’이 그대로 이어진다. 그것은 “세상 바로 살고 싶어”서 ‘엎어지는 연습’이다. ‘엎어지는 연습’은 계속 바른 삶을 영위하기 위한 과정이다.

 

이러한 이 시는 바른 신앙인의 삶이다. 어린 딸의 행위를 통해 신앙적인 시각으로 스스로를 자각하고, 바른 삶을 위해 출발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한다. 우리의 삶은 계기를 통해 새로워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다. 고여있는 물은 썩듯이, 자각하는 삶만이 새로운 삶을 영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신앙의 삶도 회개를 통해 바른 삶을 획득할 수 있다. 끊임없는 기도생활로 하나님 앞에 가까이 다가설 수 있고, 죄악이 가득한 오늘의 세상을 살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김한나시인은 1994년 〈아동문학〉 신인상으로 등단해 〈엎어지기〉 등 시집을 펴냈다. 김시인은 사물의 속성을 감각적 이미지로 형상화하고, 순결한 동심의 세계를 통한 우리의 원형을 체험할 수 있도록 추구한다.

  /시인·한국기독교문인협회 전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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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기독교시 다시 읽기 38] 성숙한 삶을 위한 길 - 김한나의 「엎어지는 연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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