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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19.09.25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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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김병욱.jpg

 

꽤 오랜 시간 학자가 되고자 열심히 공부하다 하나님의 부르심에 순종하여 사역자의 길을 걷게 되면서 스스로에게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졌다.

“사역자의 길, 아무나 갈 수 없는 길이자 아무도 가지 않으려고 하는 길, 나는 왜 그 길을 가고자 하는가?”

 

이 질문을 스스로 할 때마다 한결같이 “하나님이 부르셨기 때문입니다” 라고 대답하며 하나님께서 나에게 주신 소명을 확인했다. 하지만 막상 그 길을 실제로 걸어가면서 하나님께서 나에게 주신 소명을 바라보기보다 눈앞에 다른 목표들을 보면서 걸어가기 시작했다.

 

그 결과, 하나님께서 맡기신 한 영혼에 대한 간절함보다 내가 이 교회에 부임한 뒤로 부서나 교구가 얼마나 부흥하고 있는가를 고민했다.

 

또한 하나님의 말씀을 목숨을 바쳐 준비하여 담대하게 선포하기보다 성도들이 좋아할 만한 좋은 프로그램이나 교재는 무엇인가에 온 신경을 집중했다. 하나님의 사랑으로 성도들의 영혼을 돌아보기보다 피상적인 교제를 통해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것에 마음을 두며, 선포하고 가르치는 말씀과 나의 삶의 간극이 좁혀지기보다 점차 넓어졌다. 

 

이외에도 글로 다 표현하지 못한 부끄러운 나의 모습을 보면서 하나님께 받은 소명보다 자신의 유익과 만족을 위해 걸어가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언젠가 어렵게 얻은 휴가를 가기 위해 준비하던 중 한 교인의 부모가 소천했다. 그 소식을 전해들은 그 짧은 순간에 ‘제발 우리 교구가 아니길’이라는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하지만 나의 바람과는 달리 그분은 우리교구의 교인이었고, 나는 휴가기간 내내 장례일정에 참석하였다. 장례식 첫날 솔직하게 약간 불편한 마음으로 장례식장에 갔다. 하지만 장례식장에서 본 그 교인의 눈빛을 보며 소스라치게 놀랐던 기억은 지금도 잊을 수 없다. 그 교인의 슬픈 눈빛 속에 우리 주님의 눈물이 보였기 때문이다. 마치 주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시는 것 같았다.

 

“얘야, 사랑하는 내 딸, 내가 너에게 맡긴 이 영혼이 가슴이 찢어지는 슬픔 가운데 있어 내 마음이 너무나 아픈데 너는 아무렇지도 않니? 내가 피로 값주고 산 이 귀한 영혼, 이 영혼의 슬픔의 무게는 네가 휴가 가서 보내야 할 시간의 무게와는 비교할 수 없이 무겁단다”

 

그날 내가 그토록 싫어하던 먹고 살기 위한 도구로서의 사역자의 길을 걸어가고 있는 나의 모습을 처절하게 확인하고 하나님 앞에 진심으로 회개하고 이렇게 토로하였다.

 

“하나님, 사역자의 길은 정말 아무나 가는 길이 아닌 것 같습니다. 제가 평생 그 길을 걸어갈 자신이 없습니다”

 

마음이 너무 힘들어 지쳐있을 그 때, 우리 주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시는 것 같았다.

 

“사랑하는 얘야, 네가 나를 사랑하느냐?”

 

이 짧은 한 토막의 질문에 큰 위로를 얻었다.

 

사역자의 길을 걸어가면서 하나님께서 주신 소명이 흔들릴 때 내가 주님을 얼마나 사랑하고 있는가를 생각해보게 된다. 나에게 소명을 주신 그 주님께서 나를 얼마나 사랑하시는지 생각하게 된다. 

 

/예담교회 전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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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로암] 네가 나를 사랑하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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