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주의 말씀] 열매 맺는 포도나무
요한복음 15장 18절

중세교회가 무너진 결정적 원인은 궁극적으로는 교회가 예수라는 포도나무에서 떨어져 나왔기 때문이다. 열매 맺지 못한 가지가 되어버렸다는 뜻이다. 사실 이 비유는 당시 예수께서 율법과 성전의 전통에 얽매여있던 유대사회를 비판하며 하신 말씀이기도 했다. 하나님의 말씀을 율법의 형식과 성전의 권위에만 국한시키려 했던 유대교의 모습이 결국 열매 맺지 못한 가지나 다름 없다고 지적하신 것이다. 예수님은 본문 8절의 말씀을 통해 이를 다른 각도에서 설명해 주시기도 했다. 열매 맺지 못하는 가지의 모습을 제자로서의 삶을 살아가지 못하는 것에 견주어 설명하신 것이다.
사실 제자로 산다는 말은 한마디로 스승의 가르침을 따르는 삶이라고도 할 수 있다. 예수님의 가르침은 매우 분명한 것이었다. 바로 ‘서로 사랑하라’는 계명이었다. 요한복음 15장 10절에서 예수님은 계명을 지킬 때 주님의 사랑 가운데 머물 수 있다고 하셨다. 이는 두 가지 사실을 알려주는 말씀이다. 하나는 포도나무의 열매를 사랑이라고 가르쳐주고 있다는 사실이다. 다른 하나는 주님의 가르침을 따라 제자로 살아갈 때 비로소 포도나무 안에 거하는 지체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이다. 결국 제 아무리 화려한 건물을 짓고, 율법에 아무리 능통하더라도 사랑하지 않으면 그것은 쓸모없는 가지나 다를 바 없다는 것이다.
유대의 형식적 율법주의처럼 중세교회가 개혁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는 이유도 여기에서 찾을 수 있다. 교회가 세상을 사랑하기보다 오히려 세상을 자신의 욕망과 유익을 위한 도구로 삼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는 남에게 큰 잘못을 범하거나 해를 끼치지만 않으면 된다는 소극적 의미보다 더 강력한 요구라고 할 수 있다. 교회가 사랑하지 않으면, 결코 포도나무의 지체로 남아 있을 수 없다는 말씀이다. 무엇을 크게 잘못해서가 아니라 사랑을 하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도 교회는 반성과 참회를 해야한다는것이다. 그것이 바로 예수님이 말씀하시는 포도나무의 열매 맺는 방식이라는 것이다.
지난해 분단된 한반도의 상황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판문점에서 역사적인 사건이 있었다. 남북한 정상이 만나 한반도의 평화와 화해 그리고 통일에 대한 합의문을 발표하게 된 것이다. 약 10㎝밖에 되지 않는 경계를 두고 지난 65년의 시간을 반목과 갈등으로 보낸 우리 민족에게 역사적 변화를 알리는 신호탄이 되는 사건이 아닐 수 없다. 물론 여전히 갈등과 분열의 씨앗이 남아있다 하더라도, 일단 평화의 길을 열어가기 위해 첫 발걸음을 성큼 내디뎠다는 사실만으로도 매우 의미 있는 감격적 순간이라 말할 수 있다.
남북한이 갈라져 반세기이상을 반목하며 살아온 남과 북도 이제는 너무나도 다른 체제와 환경, 그리고 생활방식을 갖게 되었다.
바라기는 남북한의 평화와 화해 그리고 통일의 노력도 이와 같이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며 받아들이는 것에서부터 시작할 수 있기를 소망한다. 이를 통해 서로를 존중하고 상생의 길을 모색 할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이 바로 서로 사랑하는 포도나무의 열매를 맺는 길일 것이다. 그때 비로소 우리는 하나된 포도나무의 모습을 회복할 수 있을 것이다. 급격하게 변해가는 환경과 정세 속에서 오늘 우리의 교회가 그리스도 예수의 가르침을 따라 열매 맺는 삶을 살아갈 수 있기를 소망한다. 서로 사랑하며 그리스도의 몸된 교회로 모두가 열매 맺는 포도나무의 지체가 될 수 있기를 간절히 축원한다.
/나눔교회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