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수감사절은 영국 국교회의 박해를 피해 신앙의 자유를 염원하며 아메리카 대륙으로 건너 온 청교도들이 아메리카 대륙에 도착한 첫 해의 살인적인 겨울을 무사히 넘기고 맞이한 이듬 해 첫 수확을 거둔 것을 기념하기 위하여 마련한 절기였다. 주로 미국교회로부터 파송된 선교사들이 한국에 와서 선교활동을 하여 형성된 교회가 한국교회이기 때문에 미국교회의 관행들이 한국교회에도 도입되었고, 그 관행들 가운데 추수감사절을 지키는 것도 포함되었다.
그런데 추수감사절을 미국교회로부터의 기원과 관련하여만 생각한다면 현대 한국교회에서 그 의미가 약화 되는 것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우선 현대 한국의 많은 교회들이 도시에 세워져 있고 대다수의 성도들이 농사가 아닌 다양한 직업에 종사하고 있다. 그래서 이 사실 때문에 일 년 단위로 추수하는 것을 전제로 하는 추수감사절은 피부에 와 닿는 절기가 되기 어렵다. 농사를 짓지 않는 성도들의 경우에는 이들이 행한 수고에 대한 보답이 반드시 11월에 한 번 주어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게다가 추석이라는 한국민족 고유의 전통적인 절기가 이미 국가적인 명절로 크게 지켜지고 있기 때문에 추수감사절의 의미는 한층 더 약화될 수밖에 없다. 추수감사절(thanksgiving day)이 국가 최대의 명절 가운데 하나로 지켜지고 있는 미국과는 달리 오늘날 한국사회에서는 추수감사절이 교회 내의 절기로서만 지켜지고 있다는 점에서 미국과 한국에서 추수감사절이 차지하는 위상은 매우 다르다.
현대 한국교회가 추수감사절을 의미 있게 지키기를 원한다면, 추수감사절의 근거를 성경에서 찾을 수 있어야한다.
추수감사절에 상응한다고 볼 수 있는 성경 상의 절기로는 수장절을 들 수가 있는데, 사실상 수장절은 미국의 추수감사절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절기는 아니다. 수장절은 구약성경에서 유월절 - 맥추절 - 수장절로 이어지는 ‘삼대 절기’의 하나로서 한해 농사를 마무리 짓는 절기다. 유월절은 하나님이 애굽에서 장자를 죽이실 때 어린 양의 피가 문지방에 묻어 있는 집의 장자를 구원한 것을 기념하는 절기로서 시기적으로는 씨앗을 뿌리는 시점에 거행하는 절기다. 이 절기는 신약시대에는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상의 죽음을 기념하는 의미를 갖는다. 맥추절은 보리의 첫 열매를 거두는 시점을 기념하는 절기로서 신약시대에는 성령이 강림하셔서 예수 그리스도께서 십자가의 죽음을 통하여 뿌리신 구원의 씨앗의 첫 열매를 거두는 것을 기념한다. 그러면 수장절은 무엇을 기념하는 절기인가? 수장절은 완전히 익은 모든 열매를 다 거두어 곳간에 들이는 것을 기념하는 절기로서, 신약시대에는 예수 그리스도께서 재림하셔서 온 세상을 심판하며 모든 믿는 자들을 천국으로 모아들이는 사건을 예기적으로 기념하는 절기가 된다.
현대 한국교회가 추수감사절에 구약 수장절의 의미를 부여하여 준수한다면 추수감사절은 영구적인 의미를 가진 교회의 절기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 추수감사절을 맞이하여 주님이 재림하셔서 온 세상을 심판하시는 때를 묵상하고, 알곡을 모아 곳간에 들여보내듯이 신자들을 모아 천국에 들여보내시는 광경을 생각해보자. 또 쭉정이를 모아 불에 태우듯이 믿지 않는 불신자들을 지옥에 넣으시는 장면을 생각하면서 복음전도의 시급함과 필요성을 다시 한 번 확인하는 시간을 가져보자. 그렇게 된다면 추수감사절은 시대와 장소를 초월하여 보편적인 의미를 가진 절기로서 유지되며 지금 한국교회에게 큰 유익을 끼칠 수 있을 것이다.
/총신대 부총장·신학대학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