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3일 대구 동성로에서 열린 퀴어문화축제와 맞불 성격의 가족사랑콘서트는 퀴어와 기독교인 사이의 전쟁터와 같은 모습이었다. 서로 공연을 펼치고 피켓을 든 모습은 비슷했지만 그 내용은 동성애 반대와 프라이드로 극명히 달랐다.
이날 전쟁에서의 승리는 기독교인들이 가져갔다. 퀴어축제의 하이라이트인 퍼레이드가 시작되기 전부터 기독교인들은 길목을 틀어막고 통성기도를 하며 퍼레이드 차량을 몸으로 막아섰다. 한시간 넘는 대치 끝에 차량을 이용한 퍼레이드를 포기했고, 퀴어들은 흩어져서 자신들만의 행진을 할 수 밖에 없었다.
외형적으로 이날 기독교인들은 동성애자들의 퍼레이드를 막아내는 큰 성과를 이루어냈다. 그러나 우려되는 점은 이런 모습이 2014년 서울 신촌에서의 모습을 연상케 했다는 것이다. 당시에도 기독교인들은 퀴어퍼레이드를 막기 위해 필사적으로 길목을 막아섰고, 결과적으로 기독교인들의 승리로 보였다. 그러나 이에 분노한 퀴어들은 이듬해 퀴어축제를 서울의 중심이라 할 수 있는 서울시청앞광장에서 열겠다고 예고했으며, 결과적으로 그렇게 됐다. 화들짝 놀란 교계에서 이를 막기위해 온갖 노력을 다했음에도 불구하고 막을 수 없었다.
사실상 우리나라의 퀴어운동은 기독교계의 반대운동으로 인해 더욱 확장됐다고 보아도 무방하다. 기독교인들이 동성애 확산을 우려하고 염려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지만, 우리나라는 기독교 국가가 아니다. 여러가지 의견이 공존하는 민주사회에서 필요한 것은 물리적 저항이 아닌, 설득을 통한 여론조성이다.
수년간 퀴어축제와 반대집회를 바라본 비기독교인들을 우리는 제대로 설득했는지 의문이다. 사랑하기 때문에 반대한다는, 제발 동성애에서 벗어나 돌아오라고 말하는 기독교인들의 모습에서 ‘사랑’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 비기독교인들의 비난이다. 동성애 반대운동이 성공하기 위해선 몸으로 동성애자들을 막아설 것이 아니라, 비기독교인들을 설득하여 우리편으로 만들어야 한다. 사랑의 모습을 보여주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