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신학동향 - 교회사] 칼빈의 성경의 권위로서의 자증성에 대한 이해 (끝)
오늘의 신학동향 - 교회사(대신대학교 양신혜 교수)

칼빈은 자증성을 성경의 내용인 독트리나, 진리 내지는 하나님의 말씀과 연결시켜 사용한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성경은 그 자체로 진리이며, 신적 위엄을 지니고 있으며 이것이 바로 객관적인 신적 권위의 토대가 된다는 의미이다. 이를 칼빈은 그의 히브리서 4장 12절 주석에서 “결국 말씀이 인간들에게 항상 그 힘을 분명하게 드높이지 않았을 때조차 항상 어떤 형태로든 그 자체 안에 내재되어 있다”라고 서술하고 있다. 이 문장에서 주목해야 할 점은 바로 부사 “어떤 의미에서 또는 어떤 형태에서”로, 칼빈은 성경이 지닌 객관적인 신적 권위를 ‘비유적’으로 이해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둘째, 이 문장에서 칼빈은 성경의 객관적 힘이 모든 인간에게 동일하게 적용되지 않으므로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다는 것을 강조한다. 이로써 성경의 권위를 수용함에 있어서 자유공간을 허락한다. 그렇지만 이 자유공간에서도 성서의 권위는 의문시되지 않으며, 성서가 지닌 자증성의 힘은 오히려 다양한 사람들에게 스스로 그들의 의지, 믿음과 삶을 판단하고 점검하는 방법으로 작용한다. 그렇기 때문에 칼빈은 “그(하나님)는 혼의 모든 부분들을 관통하기 위해서 생각들을 점검하고 욕망을 간파하기 위해서 짧게 말해서 심판자로 증거하기 위해서 그의 말씀 안에 이러한 힘을 불어 넣는다”라고 말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칼빈은 성경에 내재된 신적 본질을 ‘힘’으로 이해하여, “진리의 힘”, “주제의 위엄” 또는 “말씀의 빛”으로 표현하여 성경이 지니는 객관적 진리를 표현할 수 있었던 것이다.
성경에 내재된 진리의 힘은 독자를 텍스트의 세계로 인도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여기에서 텍스트의 진리의 힘이 주체로서 독자를 부르는 역할을 수행하며, 독자는 그 부름에 응답을 할 뿐이다. 이로 인해 텍스트와 독자와의 인격적 관계가 형성된다. 성경에 내재한 진리의 힘은 성령의 개입으로 독자를 텍스트의 세계로 인도한다.
다시 말해서 읽기의 객관적 대상인 성경 안에 내재된 힘이 성령의 개입으로 독자 앞에서 그 텍스트의 세계를 펼침으로써 그 힘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이는 칼빈이 하나님의 위엄이라고 표현한 것과 동일하다. 이로써 성경은 읽기의 대상으로 머무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위엄을 경험으로 승화되어 텍스트의 세계가 우리에게 펼쳐지게 된다. 이 세계가 바로 이 성경의 자증성을 “우리에게” 펼쳐지는 진리의 세계로 이해한다.
칼빈은 베드로후서 1장 19절에서 성경을 어두운 곳을 밝히는 빛, 즉 믿는 자들과 믿지 않는 자들에게 비추는 빛으로 표현하여 성경에 내재된 힘의 보편성을 나타낸다. 그러나 이 빛은 단지 믿는 자들에게만 효력이 발생하는데, 믿지 않는 자들에게 있어서 성경은 단지 밀폐되어 어둠에 갇혀 있는 책일 뿐이다. 성경을 통해서 우리에게 다가오는 하나님께 “순종 가운데 모든 인간에게 믿음의 눈이 열리며 각자의 경험을 통해서 성경이 ‘빛’이라는 이름을 얻게 된 이유”를 깨닫게 된다. 이 “빛”은 인간의 이성이나 판단에 근거한 것이 아니라 이보다 훨씬 더 높은 근원, 곧 성령의 내적 증거에 의해서 우리가 확신하게 되는 그 무엇이다.
이는 성령의 작용으로 깨끗하게 정화된 지식으로, 어떤 이론도 필요치 않은 지식이자 확증이다. 칼빈은 성경의 자증성을 앞에서 언급한 하나님이 성경 안에서 나에게 말씀하신다는 실존적 경험에 근거한 그 지식을 다양한 논증들 가운데 최고의 증거이자 논증으로 다른 어떤 다른 어떤 논증보다 더 안심하게 머물 수 있는 그 무엇으로 간주하였다.
요약하면, 칼빈은 성경의 자증성은 성경해석의 출발점으로 여겼다. 이는 “신앙의 유비” 와 동일한 의미에서 이해된다. 이 원칙은 성경의 세계를 우 리에게 열어주어 예수 그리스도의 구원을 인식하도록, 그리고 더 나아가 그것을 확증하도록 이끈다.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은 칼빈은 인간의 이성이 신앙의 세계 뒤편으로 사라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오히려 그는 성령을 통한 인간의 순수한 이성에 의한 성경해석의 길을 열어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