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가 알고 있는 경북의 한 시골교회에서 담임목사 청빙 공고를 낸 적이 있었다. 시골의 작은 교회였지만, 접수된 이력서가 80여 통에 외국 박사 학위 소지자도 포함되어 있었다. 왜 이 교회에 지원을 했냐고 물으니, 목사 안수 후에 사역지가 없어서 차선으로 유학의 길을 선택했는데, 돌아와보니 한국교회의 상황은 더 힘들어져 있더라는 것이다. 그만큼 한국 교회에 목회자는 점점 늘어나는데 사역할 수 있는 여건은 어려워지고 있다는 것이다.
주요 4개 교단의 자료에 따르면 2010년부터 현재까지 교인의 수는 줄고 있는데 목회자의 수는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예장합동),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예장통합), 대한예수교장로회 고신(예장고신), 한국기독교장로회 등 주요 4개 교단의 교인 수는 약 658만 명에서 620만 명으로 6% 정도 감소한 반면, 목회자의 수는 약 4만 명에서 4만 7천 명으로 17% 정도 증가하였다.
또한 한국교계의 신학교에서는 매년 약 9천 명의 목회자 후보생들이 배출되고 있다. 교육부의 인가를 받은 정규 신학교 졸업자가 약 4천 명 그리고 무인가신학교들을 비롯한 각종 군소교단의 신학교들에서 배출되는 졸업자가 약 5천 명 정도로 파악되고 있다.
이러한 자료들을 종합해보면 현재 한국교계의 상황은 신학교에서 배출되는 목회자의 수에 비해 안정적으로 사역할 수 있는 사역지가 한정되어 있으므로 목회자 수급에 대책이 필요하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이러한 이유로 개척을 시도하는 초년생 목회자들도 늘고 있다. 그러나 오랫동안 기도하고 준비하고서도 개척에 실패하는 경우가 많은데, 제대로 된 준비 없이 개척을 시도하는 목회 초년생들이 성공적인 개척을 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래서 목회를 포기하고 사업에 뛰어들거나 다른 직업을 가지고 목회를 병행하는 목회자들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최근 커피숍이나 도서관, 목공방 등을 열고 평일에는 영업을, 주말에는 예배를 드리는 형태의 교회들이 생겨나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심지어 임지를 찾지 못하고 소명없이 선교지로 나가는 목회자들도 나오고 있다.
반대로 일선 교회 현장에서는 준비된 목회자를 청빙하는 것이 어렵다고 말한다. 영성이 있고, 기도와 말씀으로 준비된 목회자가 드물다는 것이다. 청빙 공고를 내면 이력서는 많이 들어오지만, 목회자다운 목회자는 찾아보기 힘든 것이 현실이라고 한다.
이것은 매년 쏟아져나오는 목회자들 가운데 가장 기본적인 덕목과 자질을 갖추지 못한 목회자들이 많다는 것을 말해준다. 신학교에서 목회자 후보생들을 훈련시키며 인성과 영성에 대한 부분을 소홀히 하지는 않았는지 되돌아보아야 할 지점이기도 하다.
사실 목회자 수급에 관한 논의는 십 수년째 계속되어 왔다. 목회자의 과잉 공급으로 미자립교회와 무임목사가 양산되고 있다. 최근에는 전임목사의 은퇴금 대납을 조건으로 한 청빙까지 이루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청빙을 받기위해 교회에서 마련해야 할 은퇴금을 후임자가 대신 마련해 주어야 한다는 조건으로 인해, 은퇴금을 마련할 능력이 없는 목회자들은 청빙의 대상에서 제외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신학교에서부터 장기적인 계획을 가지고 목회자 양성에 힘을 쏟아야 한다. 체계적인 교육과정을 거쳐서 영성이 있고, 훈련된 목회자를 배출해야 한다. 신학교는 목회를 함에 있어 가장 필요한 덕목인 인품과 영성을 고루 갖춘 목회자를 키워내어야 한다.
한국교회의 내일과 미래를 위해서라도 목회자 수급에 관한 체계적인 대책 마련을 함께 논의해봐야 할 시점이다.
/대신대학교 재단이사장・대명교회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