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방에서 드리는 기도 (1)
정광일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여”
당신은 하늘에 계십니다.
하늘 위에 계시고 하늘 안에 계시고 하늘 그 아래도 계십니다.
우리는 그동안 그저 구름 위의 하늘 끝을 바라보며 저 멀리 계시는 당신을
하늘님이라고 하느님이라고만 불러왔지
감히 당신을 아버지라고 부르지는 못했습니다.
그러나 이제부터는 당신을 아버지라고 부를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건 당신의 외아들이 우리가 살고 있는 이 땅에 내려 오셔서 그렇게 알려주셨기 때문입니다.
하늘을 바라봅니다.
이 땅이 온통 잿빛으로 물들어도 그 너머에
맑고 푸른 하늘이 있음을 잊지 않게 하옵소서.
어둡고 캄캄할 때는 별빛을 보게 하옵시고
한걸음 한 걸음 잘 딛으며 나가게 하옵소서.
참으로 감사한 일은 당신을 ‘우리 아버지’라고 부르도록 한 것입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그동안 ‘우리’라는 말을 참 좋아하며 즐겨 써 왔다는 사실을 알고 계실겁니다.
‘우리나라’ ‘우리 집’ ‘우리 아버지’ ‘우리 엄마’ 심지어는 ‘우리 아내’ ‘우리 남편’ 이렇게 말입니다.
그러니 당신을 ‘나만의 아버지’라고 하지 않고 ‘우리 아버지’라고 부르도록 하니 더욱 쉽고 편합니다.
그런데 하는 말이 그렇지 실은 ‘나’만 생각하며 살고 있습니다.
그래도 기도하겠습니다.
하늘에 계시는 우리 아버지께 기도드리겠습니다.
골방에서 조용히 기도하겠습니다.
하늘에 계시는 우리 아버지께 드리는 이 기도가 혀끝 말을 넘어서
발걸음이 되기를 바랍니다.
삶이 되기를 바랍니다.
몸이 되기를 바랍니다.
주님이시여, 긍휼을 베푸소서 자비를 베푸소서
키리에 키리에 엘레이손
Kyrie Kyrie Eleison!
/가락재 영성원 원장·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