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음서에 나오는 그리스어 ‘에레모스 eremos’는 광야로 번역되지만, 때로는 ‘한적한 곳’ ‘외딴 곳’ 그리고 ‘빈들’로도 표현하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에레모스는 유대 광야나 신 광야 같은 특정한 장소를 뜻하는 고유명사를 뜻하기도 하면서 또한 사람들이 모여 사는 마을 밖에 있는 한적한 곳을 말하기 때문이다. 우리 동요 가운데 ‘동구 밖 과수원 길’에서 말하는 마을 어귀를 벗어나서 어느 정도 떨어진 곳으로도 간주할 수 있겠다. 예수께서 사역을 시작하실 때 요단강에서 세례를 받으시고 성령에 이끌려 가신 광야는 그야말로 황량한 벌판이었다. 그러나 3년의 사역 기간 동안 찾으셨던 외딴 곳은 그런 거친 광야만은 아니었다. 복음서 기자들이 에레모스라고 기록한 장소는 때로 강 언덕이기도 하고 골짜기이기도 하며 야산의 동굴일 수도 있었다. 이 경우 예수께서 찾고 싶은 곳은 ‘한적함’이 느껴지는 여느 장소라고 해도 틀리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왜 예수께서는 이러한 한적한 곳을 찾고자 하셨을까? 예수에 대한 소문이 동네방네 방방곡곡 온 지역으로 퍼져나가자 그가 가는 곳에는 늘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물론 말씀을 듣기 위함이며 병 고침을 받기 위해서였다. 그러한 일이 계속되자 예수에 대한 대중적 인기는 하늘 높은 줄 모르게 올라갔으며 급기야 민중들은 ‘그분’을 왕으로 삼으려는 움직임마저 보였다.
이스라엘 민중에게 있어서 메시아는 곧 왕이었으니 이는 당연한 귀결이라고 할 수 있었다. 12제자들 가운데서도 자신이 따라가는 ‘그분’이 왕권을 잡으면 자기들도 한 자리 차지할 것을 기대하는 이도 있었으니까. 메시아 사역이란 과연 어떠한 것이어야 하는가? 메시아 초기 사역부터 줄곧 되묻게 하는 자문자답의 나날이 계속될 수밖에 없었다. 예수님은 이 문제를 놓고 기도하면서 아버지 하나님께 묻고 또 그 답을 얻고자 하였다. 그분은 이런 기도를 하기위해서 적합한 장소를 찾으셨는데 여기가 바로 ‘에레모스’였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