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독교소설산책]박요한의
세속사회의 영웅 성직자(1)
미국 헐리웃 한인교회의 담임목사 시절에 그의 첫 장편소설을 쓴 작가 박요한(1943- )의 <인자의 땅>(1987)이란 소설 작품에 대하여 살펴보기로 하겠다. 영화의 도시 헐리웃의 화려함을 연상시키리만큼 ‘헐리웃 거주 작가’ 박요한의 이 소설은 화려함의 정도를 넘어 호화찬란함의 극에 이르고 있다는 인상을 풍긴다. 특히 작가의 문체가 화려체의 극치를 보여주고 있다. 남녀 간의 관계나 정사 장면 등의 묘사는 독자의 머리를 혼란케, 아니 현란하게 할 정도로 화려하게 수식되고 있다. 이 작가가 무엇을 주제로 나타내려 하느냐에 대하여 독자는 그 파악에 있어 자신이 없게 마련이다. 어느 편이냐 하면, 이 작품에 대한 작가의 의중은 그 주제의식을 강력하게 표출하느니보다는 작품 전체의 세계를 유미주의적인 터치로 이끌고 나가는 데에 주안점을 둔 것으로 보인다.
이 작품의 후반에 이를수록 그런 색깔은 더욱 선명해지는 것으로 보인다. 이 작가의 관심은 미의 추구에 있다. 소설 문학이 지니는 ‘의미의 예술’로서의 한 특성은 이 작가의 이 작품에 이르러 많이 희석되고 있다. 대신 미의 세계를 본격적으로 추구하는 작가답게 그는 대담한 표현과 대범한 장면묘사에 장기를 보여주고 있다. 그만큼 작가는 그 자신의 작품에 대한 과도한 열정으로 인해, 자기 자신의 목회자란 또 하나의 신분을 거의 개의치 않거나 구애받지 않는 표현상의 과단성을 보여주고 있다. 그것이 그의 문학적 개성 때문에서인지, 아니면 미국의 헐리웃이란 이질적인 문화풍토가 이 작가에게 부여한 자유분방한 환경의 영향 때문에서인지, 또는 그 모두가 복합된 결과에서인지 잘 알 수 없는 일이지만, 목사 직함을 지닌 작가로서는 그만큼 대범하고도 대담한 작가를 찾아보기도 힘들 것이다.
이 소설의 주인공 ‘나’(최광복 목사)는 일종의 엑서더스 콤플렉스에 빠져 있다. ‘나’의 탈출 콤플렉스는 집요하게도 성직자인 그(최 목사) 자신을 현세 안주로부터 미지의 세계로 이끌어 가려고 한다. 그의 탈출의지는 그의 친구 이건식 목사에 의해 ‘망명’이란 고상한 말로 미화되고는 있지만, 그러나 그것은 쉽게 말해서 ‘도망’이란 표현이 오히려 사실에 더 가까운 그런 성격의 것이었다.
그렇다고 해서 그가 처음부터 무슨 도망을 쳐야 할 큰 죄라도 저질렀느냐 하면 그런 것은 아니다. 우연히 일들이 꼬이다 보니 그의 처지가 불가불 도망자의 신세로 바뀌어버리고 말았던 것이다. 광명교회란 이름의 개척교회를 만들어 그 교회를 십여 년쯤 운영하다가, 이제 최 목사는 어느 후배 목사에게 그 교회를 인계하고 자신은 미국으로 떠나려는 단계에 놓여 있다. 그러나 일이 안 되려고 하다 보니, 모모사사가 다 뒤틀려 그의 출국을 가로막는 장애 요소로 둔갑을 하는 것이었다.
첫째는 그 교회의 운전기사가 사사로이 영업행위를 하다가 사람을 치어 죽게 만든 사건이 있었다. 둘째로 그 일 못지않게 장애요인으로 작용한 것이 그(최 목사)의 아내 김광순의 끈질긴 음모 작전이었다. 또 그 다음의 문제가 그 교회 교인들의 태도였는데, 이쪽도 최 목사에게는 하등 도움이 안 되는 집단으로 남아 있었다. ‘나’는 지금 한마디로 사면초가의 신세이다. 고국 초나라로 가려고 마음먹었으나, 협약을 어기고 다시 싸우자고 달려드는 유방의 연합군에게 밀리는 항우처럼 진퇴양난의 지경에 처해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