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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22.09.26 2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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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해 전 광화문 교보빌딩 외벽에 붙었던 시구가 기억난다. “황새는 날아서 / 말은 뛰어서 / 달팽이는 기어서 / 새해 첫날에 도착했다.” 반칠환 시인의 시였다. 짧은 시의 전문을 다시 소개하면 이렇다. “황새는 날아서 / 말은 뛰어서 / 거북이는 걸어서 / 굼벵이는 굴렀는데 / 한날 한시 새해 첫날에 도착했다. / 바위는 앉은 채로 도착해 있었다.” 이 시의 제목은 새해 첫 기적이다. 시인은 여러 동물들이 각자의 보폭으로 다다른 새해 첫 날의 장면을 기적이라고 명명했다.

 

2022831일 독일 남부의 아름다운 소도시 카를스루에에 도착한 세계 각국의 그리스도인들의 모습이 필자에게는 기적이었다. 서너 달 전까지 정상 개최가 불확실했던 코로나 팬데믹의 와중에서 세계교회협의회 제11차 총회 첫 날 4천 명의 참가자들이 도착했으니 말이다. 단순히 비행기와 기차와 자동차로 총회 장소에 도착했다는 뜻이 아니다. 총회의 정상 개최를 위하여 몇 달 전부터 기도하며 준비한 대표들과 참가자들, 독일 정부와 협력하며 도시를 세계교회의 축제의 장으로 만들어낸 주최측, 총회 프로그램마다 성실하게 참석하며 풍성한 논의를 만들어낸 참가자들 모두 다양한 전통과 장소와 역할을 가지고 있었지만 한날 한시에 같은 장소에 도착한 것이다. 하나님의 인도하심이 만들어낸 기적이라고 믿는다.

 

두 주간 진행된 총회에서 세계교회 대표들과 참가자들을 전쟁과 질병, 기후위기의 위협 앞에 고통당하는 인류를 위하여 기도하며 교회의 사명을 나누었다. “그리스도의 사랑이 세상을 화해와 일치로 이끄신다는 주제는 코로나 바이러스가 전 세계로 확산하던 2022,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일어나기 전에 정해졌다. 십자가와 비둘기, 원을 조합하여 그리스도교의 복음과 화해, 일치를 상징하고, 이 땅의 교회가 걸어가는 십자가의 길을 형상화한 포스터는 단순하면서도 분명하게 현대 교회의 비전을 담아냈다. 그리고 2022년 늦여름 총회가 열렸고, 성공적으로 마무리되었다.

 

한국교회는 네 회원교회가 중심이 되어 한국준비위원회를 조직하고, 이번 총회의 주제와 의미를 알리는 사업을 진행하며, 교회일치를 통한 복음화를 알렸다. 각 교단이 공식적으로 모집한 120명의 참가자들과 취재진, 개인 참가자들을 포함하면 200명의 한국 그리스도인들이 참가한 것으로 추산할 수 있다. 어느 기사의 표현대로 이전에 열린 아홉 번의 해외 총회에 참가한 한국 대표단의 전체 인원보다 많은 규모였다. 참가자들이 보고, 듣고, 만나고, 경험한 세계교회와의 교감은 한국교회가 장차 걸어갈 에큐메니칼 운동의 토대가 될 것이다.

 

그리스도의 사랑이 세상을 화해와 일치로 이끄신다는 주제로 열린 총회를 마치고 발표한 총회 메시지 “A Call to Act Together"는 고린도후서 514절의 말씀을 근거로 세 가지 부르심을 담았다. 첫 번째는 그리스도를 따르라”("Come, follow me")이다. 두 번째는, “공동의 여정에 참여하라”(”Our journey together")이다. 세 번째는, “온 세상으로 가라”(“Go into the whole world")는 부르심이다. 여기에서 부르심은 소명으로 읽을 수 있다. 그리스도를 따라, 함께, 세상으로 향하는 교회로 부르는 것이다. 교회는 이미 세상에 있는데, 새삼 세상으로 가서 무엇을 할 것인가? 그리스도께서 세상에 계실 때 명하신 분명한 사명을 공동의 사명으로 행하는 것이다. 즉 세상의 빛이 되는 것이다. 세상은 지금 짙은 어둠 속에 있다. 전쟁으로 신음하고, 질병으로 고통당하고, 자연재해로 넘어지는 어두운 세상에서 교회는 사랑과 소망의 빛을 발하는 사명을 감당해야 한다. 그것이 총회를 마치고 각자의 자리로 돌아간 세계교회 모든 그리스도인들과 교회에게 주어진 사명이라고 믿는다./동인교회 목사·WCC 중앙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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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 속에 빛을 발하는 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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