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화의 의미 탐색하며 사각 캔버스 평면 안에서 입체를 표현
작품에 사도신경 신앙고백, 곳곳에 드러난 부활에 대한 믿음
◇신성희집사의 개인전이 갤러리 현대 두가헌에서 열린다.
신성희집사(사진)의 개인전 「회화공간」이 오는 30일까지 갤러리 현대 두가헌에서 열린다.
「회화공간」전에서 작품 총 21점을 선보인다. 1980년대부터 1990년대 초반까지 완성된 신성희집사의 종이 드로잉 작품을 중심으로, 평면과 입체가 공존하는 ‘회화를 넘어선 회화’ 영역을 개척한 그의 창조적인 작품세계를 조명한다. 신집사의 작품세계의 유기적 연속성을 확인할 수 있도록 드로잉 작품의 방법론과 긴밀하게 연결되는 <콜라주>, <연속성의 마무리>, <누아주> 회화 연작도 함께 소개한다.
신성희집사는 국내외 미술계에 ‘누아주’ 기법의 창시자로 알려졌다. 프랑스어로 ‘엮는다’ 또는 ‘묶는다’는 의미의 누아주는 평면에 입체를 더하기 위해 평생을 몰두한 신집사의 집념을 엿볼 수 있는 독창적 기법이다. 회화가 입체가 되어 스스로 일어남으로, 마치 죽음의 세력을 딛고 일어서는 부활의 사건과 같은 종교적 이미지도 연상된다.
기독교는 신성희집사의 작품세계에 있어 큰 영향을 줬다. 실제로 신집사는 믿음이 깊었다. 그의 신앙고백은 작품에서도 드러난다. 작품 중 <회화공간>(1986)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8’이란 숫자의 선을 따라 깨알같은 글씨로 ‘전능하사 천지를 만드신 하나님 아버지를 내가 믿사오며…(생략)’라고 적힌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작품에 사도신경을 적어 넣음으로 자신의 신앙을 고백한 것이다. 이 작품은 이번 전시회에서도 만날 수 있다.
◇회화공간(1986년작)
부인 정이녹권사(정운상 목사 딸)는 “남편의 작품엔 ‘8’이란 숫자가 자주 등장한다”며, “이는 영원을 의미하는 숫자이고, 영원한 생명과 부활을 내포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결혼 이전에는 불교에 심취했었으나, 하나님의 천지창조와 부활의 약속을 믿게 됐다. 불교의 윤회설에 반하는 하나님의 창조신앙과 섭리를 깊이 믿는 기독교인이 된 것이다. 천국소망을 믿는 우리에겐 시작과 끝이 있다”고 전했다.
신성희집사의 대표 연작인 <연속성의 마무리>와 <누아주>가 다채로운 색채와 입체적 형상을 통해 맥시멀리즘을 지향했다면, 그의 드로잉은 미니멀하면서도 작은 디테일을 통해 우리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회화공간」전을 통해 신집사가 프랑스에서 삶을 시작한 이후 평면에서 입체를 찾는 과정을 연대기적으로 살피며, 그가 우리에게 던진 ‘회화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답을 찾는 특별한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한편, 신집사(1948-2009)는 한강교회를 개척한 정운상목사(한국기독교부흥협 전 증경대표회장)의 사위이다. 서울예고와 홍익대학교 회화과를 졸업하고, 1980년 이후부터 프랑스에서 거주하며 독창적인 ‘누아주’ 기법을 처음으로 개발했다. 이후 스위스, 뉴욕, 일본 등 국내외 여러 곳에 다수의 그룹·개인전을 통해 작품을 선보였다. 1971년 한국미술대상전 특별상, 1969년 대한민국미술대전 특선을 수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