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의 시대를 구약으로 말하면 메대가 쇠하고 파사가 흥하는 시대와 같다. 그래서 이스라라엘은 바벨론 포로에서 벗어나 고국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바벨론 유수가 끝난 것은 시대의 거대한 전환이었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 시대가 어떤 의미에서 시대적 전환기인가?
무엇보다 ‘제국’이 쇠하는 시대이다. 1980년 대 후반 냉전이 무너지고 미국의 일국패권이 지속됐는데,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미국의 패권은 쇠하기 시작했다. 결국 2021년에 아프가니스탄에서 철수했고, 이라크에서도 철수했다. 이 전쟁을 통해 미국은 과연 무엇을 얻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남아메리카에서는 좌파 정권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올해 브라질 대선에서도 ‘핑크 타이드’의 바람이 불지 관심이 몰리고 있다. 이들의 특징은 미국의 지배와 통제에서 벗어나려는 것이다.
미국이라는 제국은 내부의 분열로 사실상 ‘내전상태’라고 평가하는 사람도 있다. 그만큼 미국의 위상이 그전만 못하다. 이 모든 변화들이 그동안 세계를 쥐락펴락하던 미국이라는 제국의 쇠퇴를 가리키는 것이다.
그래서 한반도에서는 평화통일의 정세가 조성되고 있다. 그 첩경은 종전선언이 될 것이다. 그럼에도 아직 뚜렷한 성과는 보이지 않고 있다. 문재인 정권은 종전선언에 미온적인 미국을 설득하고 있다.
여전히 북한과 미국의 관계는 개선되지 않고 있다. 미국은 대북 적대정책을 고수하고 있고, 이에 대해 북한은 핵무력 강화로 나가고 있다. 그나마 종전선언에 북한이 흥미를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종전선언과 평화의 불씨를 어떻게 살리느냐가 아주 중요하다.
이러한 정세 속에서 평화통일을 향한 교회의 역할을 매우 중요하다. 무엇보다 두 갈래로 해야 한다. 먼저 미국의 조야를 설득하고, 미국교회와 시민단체와 우호적인 관계를 맺어야 한다. 미국교회는 대단히 평화지향적이다. 또 미국의 시민사회를 움직여 집권자들이 평화의 정책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
다음으로 남북관계에서 남한의 교회들은 북한의 교회들과 관계개선과 교류에 힘써야 한다. 물론 현재로서는 북미관계, 남북관계의 경색으로 큰 성과가 보이지 않는다. 여기에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더 큰 어려움에 빠져있다.
그러나 교류를 위한 노력을 멈출 수 없다. 한국교회는 평화와 변화의 마중물 역할을 해야 한다. 그것이 복음이고, 신앙의 힘이다. 모두가 희망이 없다고 할 때, 신앙은 거기에 희망과 소망이 있다고 말하는 것이다.
통일운동을 전개함에 있어 연합기구이건 개인이건 형식은 중요하지 않다. 모든 것이 한데 어우러져 통일운동을 전개해야한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는 분명한 대표성을 지니고 있다. 교회협은 그동안 한국교회 통일운동을 주도적으로 진행했다. 그만큼의 역사적 데이터가 있기에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야한다.
한교총은 한국교회의 가장 큰 연합기구로 성장했다. 과거 한기총이 보여줬던 극단성에서는 많이 벗어나 있는 것으로 보인다. 평화통일운동에도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역사가 짧기에 한계는 분명 있다. 그러므로 역사성과 상징성이 있는 교회협과 실천력이 있는 한교총이 서로 함께 통일운동에 나서야 한다.
또한 현장운동이 다시 살아나야 한다. 그동안 노력에 비해 특별한 성과가 없었기에 허무감과 회의감이 팽배하다. 이를 극복하려면 다시 현장이 살아나야 한다. 민족의 역사를 생각하며 우리 기독교의 본질이 무엇인가 깊이 고민해야 한다. 이 민족을 향한 하나님의 계획과 섭리를 바라보며 희망을 놓지 말자.
미래세대에 대한 교육도 필요하다. 이 세대는 평화통일운동에 관심이 없고 극단적 개인주의에 빠져있는데, 민족을 위해 헌신하는 한국교회의 고유한 자기전통을 전수해줘야 한다.
/목사·기독교평화연구소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