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탄의 현대적 의미
장재호
성탄절이 다가오면 이런 의문을 갖는 분들이 계신다. “예수님께서 정확히 12월 25일에 태어나셨을까? 마구간에서 태어나시고, 하늘의 별이 인도했고, 동방박사가 경배하러 온 이야기 등 어디까지가 사실일까?”
예수님의 탄생 이야기는 바울이 활동했던 당시에도, 성경이 기록된 당시에도, 초대 교회에서도 큰 관심사가 아니었다. 따라서 성경에서 다른 절기는 정확히 날짜를 알려주는 반면 성탄절은 언급하고 있지 않다. 당시에 수많은 저작을 남긴 이레니우스와 오리겐도 성탄절의 날짜에 대해서는 아무 언급하지 않는다. 초대교회의 주된 관심은 예수님의 사역, 수난, 부활이었기 때문이다.
2세기 후반이 되면서 성탄절의 날짜에 대한 관심이 생겨난다. 성탄절에 대한 기록을 처음으로 남긴 알렉산드리아의 클레멘트가 당시에 성탄절로 언급된 날짜들 8월 28일, 5월 20일, 4월 20일, 21일을 말하고 있지만, 모두 12월 25일과는 상당한 거리가 있다. 그리고 누가복음에 보면, 양을 치던 목동들이 예수께 경배하러 오는 장면이 나오는데 양을 치는 시기는 보통 3~9월이라 12월과는 거리가 멀다.
성탄절이 현재의 12월 25일로 굳어진 데에는 여러 학설이 있다. 태양신을 숭배하는 축제일이 12월 25일로 성탄절과 일치한다. 그래서 일부 이단에서는 성탄절을 지키는 기성 교회를 태양신을 숭배하는 이단이라고 말하며, 자신들만이 진정한 기독교라고 말하기도 한다. 이런 이해는 유대인들의 문화를 잘 몰라서 나온 주장이다.
당시 유대인 기독교인들의 사고에는 예수께서 이 땅에 오신 날, 즉 잉태된 날과 십자가에 죽으신 날짜가 서로 같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었다. 하늘 보좌에서 세상에 오신 날과 같은 날에 다시 하늘 보좌로 올라가셨다는 믿음이다. 예수께서 돌아가신 니산월 14일이 태양력으로 계산하면 3월 25일이다. 즉 하늘의 천사로부터 예수의 수태의 사실을 3월 25일에 알게 되었는데, 이날을 기준으로 해산날을 계산해보면 12월 25일이 된다. 이렇게 이해하면, 왜 동방교회에서는 성탄절을 1월 6일에 지키는 지도 설명이 가능하다. 히브리달력 니산월 14일을 그리스달력을 따라서 계산하면, 그 날짜가 3월 25일이 아닌 4월 6일이 된다. 4월 6일을 기준으로 해산날을 계산하면, 1월 6일이 된다.
즉, 성탄절의 날짜가 정확하게 언제인지는 알 수 없다. 그런데 초기 기독교인들이 성탄절을 기념하기 위해 정한 날짜의 기준이 예수께서 십자가에서 돌아가신 날과 같은 날로 정했다는 것이 의미가 있다. 즉 예수님은 우리를 구원하기 위해 십자가에 달리려 세상에 오셨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복음서들이 기록될 당시에 예수 탄생에 대한 이야기는 거의 알려지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후대에 전할 목적으로 기록하면서 유대인 중심의 마태 공동체는 예수를 아브라함의 족보에서 출생하신 유대인 중의 유대인으로, 모세와 같이 위대한 분으로 구약에서 예언한 예언의 성취로 묘사했다. 우주 만물의 주관자이신 하나님께서 인간으로 오시기에 천체의 별의 움직임을 기록했고, 그 별을 보고 박사들이 경배하러 왔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누가 공동체가 경험한 예수님은 어떤 모습인가? 늘 병자, 약자, 과부, 어린이와 함께하신 분이다. 이들이 고백하는 예수는 낮고 천한 모습으로 세상에 오셔서 평화를 선포하신 분이다. 마구간에서 나시고, 밤늦도록 퇴근하지 못한 목동들의 경배를 받으시는 분이다.
주님의 관심은 우리의 고백에 있다. 마태 공동체는 유대인 공동체답게 유대인 중의 유대인, 왕 중의 왕으로 예수를 고백했고, 누가 공동체는 세상에 평화를 주시기 위해 낮고 천하게 오신 분으로 고백했다. 요한은 태초부터 말씀으로 하나님과 함께 계신 초월적인 분으로 묘사했고, 바울은 신성과 인성을 모두 갖춘 분으로 묘사했다. 초대교회는 예수께서 돌아가신 날을 세상에 잉태되신 날로 여기며 예수는 세상을 구원하시기 위해 오시는 분으로 고백했다.
이 땅에 오신 예수님은 여러분에게 어떤 분이신가? 예수님에 대한 이야기를 글로 남긴다면 어떻게 고백하시겠는가? 이 대답은 스스로 해야 한다. 성탄절이 12월 25일인지 아닌지는 전혀 중요하지 않다. 마태복음의 기록이 사실인지, 누가복음의 기록이 사실인지도 전혀 중요하지 않다. 이런 논쟁에 빠지면 성경본문이 말하고자 하는 의미도 놓칠뿐더러, 훨씬 더 중요한 것 성탄절이 여러분 각자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를 놓치게 된다. 다시 한 번 묻는다. 성탄절이 ‘여러분’에게 ‘지금’ 어떤 의미가 있는가?
/감리교신학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