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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21.09.13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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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간은 생산 없이 소비하는 유일한 동물이요, 그는 젖을 생산하지 않고 달걀을 낳지도 않소. 그는 너무 약해서 쟁기를 끌 수도 없으며, 토끼를 잡을 만큼 빠르지 않소” 조지 오웰(George Orwell, 1903-1950)의 작품 『동물농장』에 인간들에게 반란을 일으킨 한 동물의 말이다. 생산도 멈추고, 사회 활동도 멈추고, 더 나아가 육신의 연약함으로 그저 하루 세 끼 식사로 연명하는 인간, 긴 인생을 마감하는 시점에 있는 노년의 세대에서 볼 수 있는 모습일 것이다. 

 

  과연 노년을 살아가고, 살아 내야하는 존재의 의미는 무엇일까? 15년을 넘게 유럽생활을 하다 고국의 땅을 밟으며 길거리에서 유독 눈에 들어오는 생소한 간판들이 있다. 바로 ‘요양원’, ‘요양병원’이다. 노약자를 돌보며 인간의 목숨을 살리고 병을 치료하는 신성한 기관의 간판들은 마치 고객을 유치하는데 급급한 가게와 상점처럼 여겨졌다. 정부 기관의 보조가 크기에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한 목적으로 개업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씁쓸한 이야기들도 들려온다. 한번 들어가면 끝이라는 요양원과 요양병원, 인생을 마감하게 된다는 우리 노인 어르신들의 삶의 공간은 양계장을 연상시킨다. 유럽에서는 좁은 공간, 열악한 환경에서 운영하는 양계장을 고발하는 일들이 자주 보도된다. 닭들에게도 야외에서 먹이를 쫄 수 있는 자유를 허용하며 삶의 조건을 쾌적하게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좁은 공간, 야외 햇볕도 즐길 수 없는 열악한 노인들의 시설, 인간이 닭보다 못한 존재이던가? 

 

  2021년 한국이 드디어 선진국의 반열에 입성했다는 소식이 들린다. 선진국의 잣대는 의료나  교육지수 등 인간개발지수(HDI)도 포함이 되지만 무엇보다 한 나라의 경제 규모를 측정하는 일인당국내총생산(GDP)일 것이다. 물질만능주의 세상, ‘돈이 최고요, 돈이면 다’라는 세상의 논리에 따라 그렇게 자리매김 되었다는 것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인권과 자유의 문제에 바닥을 치는 한 나라가 세계 최고의 강대국의 대열에 있는 모습을 보면, 졸부(猝富)라는 단어가 떠오른다. 갑자기 벼락부자가 되어 떵떵거리는 사람들, 돈이 권력이 되어 힘을 휘두르는 사람, 돈과 자신을 동일성시키는 사람, 물화(物化) 적 인간. 그리고 그 반대편에서 돈을 쥔 권력가들에 굴종하는 사람들. 이런 모습은 개인을 넘어 사회공동체의 모습으로, 국가 전체의 모습, 세계의 모습으로 이어지는 오늘날의 현상을 발견한다. 모래 위에 지은 집과 같다.   

 

  노년이 슬픈 나라. 유럽의 선진국들과 비교할 때 한국은 유독 노년이 슬픈 나라이다. 아직도 도시 곳곳에서도 거리에서 쉽게 폐지를 줍는 노인들, 재래시장만 가도 굽은 허리에 깊은 주름이 그려진 얼굴을 한 노인들이 몇 가지 채소를 놓고 파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10여 년 전만 해도 거리엔 어린이를 위한 놀이방이나 학원 시설이 많았지만 이제는 거리 곳곳에 요양원, 요양병원, 노인 센타 등으로 즐비하다. “예전엔 노인들이 도대체 어디에 살았던 말인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효(孝)’, 우리는 적어도 유교적인 전통 속에서 부모에게 효도하는 민족으로 자부하던 민족이 아니던가? ‘가족’의 의미는 어디에 있는가? 결혼하여 자녀를 낳으면 부부가 ‘돈’을 벌기 위해 어린 자녀를 놀이방이나 어린이집에 맡긴다. 

 

  그 자녀가 성장하고 부모가 노년이 되면, 반대로 자녀들은 부모를 요양시설에 위탁한다. 자신의 부모의 세대와 마찬가지로 ‘경제활동’을 지속해야 하기 때문이다. 한 개인으로 저항할 수 없는 단단히 굳어진 사회 구조와 제도가 안타깝다. 인간은 행복을 추구한다. ‘행복’이 목적이고, 돈은 수단의 자리에 있다. 그러나 돈 자체가 목이 되는 세상이 되고 있다. 돈의 언저리에 붙어 있는 권력과 쾌락의 유혹이다. 인간의 삶에 중심을 차지하고 있는 ‘돈’, ‘생산능력’. 자본주의 관점에서 본다면 실용성과 유용성이 떨어지는 세대인 노년, 그들의 존재의 의미는 어디에서 찾을 수 있는가? 잠언의 기자는 “백발은 영화의 면류관(잠16 :31)”이라고 말하고 있다.

/ 파리대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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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유옥합] 노년, 그 존재의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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