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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21.09.05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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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계유지 힘들고, 가장 큰 고통인 질병으로 병원 엄두 못내

무료 진료, 약품 제공, 종기 제거·구순구개열·무항문증 수술 

 

매캐한 연기로 덮인 거리. 아이들이 살이라곤 찾기 힘든, 거의 뼈만 남은 치킨을 사 먹고 있다. 치킨집에서 버린 쓰레기를 주워 다시 튀긴 것이었다. 숯을 만드느라 자욱해진 연기 때문에 스모키 마운틴으로 잘 알려진 톤도라는 곳이었다. 그곳 주민들은 쓰레기 매립지에 무허가 판잣집을 짓고 대부분 쓰레기를 주워 팔거나 숯을 만들어 생계를 유지했다. 그런데 정부에서 그곳을 철거하면서 많은 사람이 갈 곳을 잃고 말았다. 

 

이렇게 집을 잃은 톤도 주민들과 각 지역의 집 없는 사람들이 모여든 곳이 바띠아(Batia)다. 마닐라 북동쪽에 있는 시골 마을로, 끝이 보이지 않는 목초지와 논 한가운데 6평 남짓 되는 3,600세대의 집이 빽빽이 들어차 있다. 정부에서 도시의 빈민촌을 철거하면서 아주 싼 월세에 거주할 수 있도록 조성한 빈민 이주촌이 필자의 사역지다. 이곳에서 사역할 수 있었던 것은 톤도에서 사역하던 선배 선교사 덕분이다. 그는 이곳에서 사역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었고 많은 재정적인 도움도 아끼지 않았다.

 

바띠아의 이른 아침 거리에서는 직장을 가기 위해 분주한 이들보다 그늘에 쭈그리고 앉아 카드놀이를 하는 젊은이들을 찾기 쉽다.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해 특별한 기술이나 자격증이 없고 더구나 농촌에서 할 수 있는 일을 찾기 어려운 탓이다. 우리 교우들 가운데 몇 가정이 아직 철거되지 않은 톤도로 다시 돌아간 이유이기도 하다. 

 

생계를 유지하기도 버거운 이들에게 가장 큰 고통은 질병이다. 비싼 진료비와 약값으로 병원에 갈 엄두를 내지 못한다. 하지만 주님은 무료진료와 약품 제공은 물론, 종기 제거 수술, 구순구개열 수술에 이어 한국에서 무항문증 수술까지 할 수 있도록 인도해 주셨다. 이 모든 과정을 섬세하게 예비하시고 섭리하시는 하나님의 손길을 느끼는 것은 선교지에서 누리는 나만의 행복이다. 

 

바띠아에서 선교사에게 가장 큰 힘이 되는 것은 청소년들이다. 처음에는 학교가 멀어 걸어서 등교할 수 없고, 가정의 생계를 걱정해야 하는 아이들에게 ‘꿈’이란 그야말로 꿈같은 이야기였다. 처음 만난 날, 10년 후의 자신의 모습을 그려보라고 했더니 돌아오는 것은 눈물뿐이었다. 이 아이들은 한 달에 3만 원 정도면 교통비와 점심 한 끼는 감당할 수 있다. 하지만 그 돈이 없어 꿈을 포기하고 학교에 가지 않는 아이가 많았다. 이들을 위해 장학 사역과 함께 리더십 훈련과 성경공부를 시작했다. 지금 이 아이들은 우리 교회 예배의 핵심들로서 예배 악기 반주, 찬양 인도, 교회학교 교사의 일을 감당하고 있다. 아직 예배당이 없어 농구장까지 새벽 5시부터 모든 예배 장비를 옮기는 것도 이들이다. 가끔 구제 식량이나 물품이 부족할 때 자신의 것을 슬그머니 내려놓아 내 가슴을 먹먹하게 만들기도 한다. 

/필리핀 박종민 선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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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교사 통신] 청년들에게 장학사업과 성경공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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