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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21.08.06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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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이병주(1921-92)의 실명소설 〈당신의 뜻대로 하옵소서〉는 ‘소설 김대건’이란 부제가 붙어 있는 작품이다. 그러므로 이 작품은 역사상의 실재 인물인 김대건 신부를 주인공으로 내세우고 있다. 이처럼 교역자(성직자) 신분의 실재 인물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소설 작품으로 완성한 일들이 ‘소설 김대건’의 출현 이전에 몇 작가들에 의해 시도된 바 있었다.

 

그중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정연희 작가의 〈내 잔이 넘치나이다〉(1983)란 제목의 소설이었다고 생각된다. 이 작품은 중공군 포로수용소에서의 특수 목회에 종사한 맹의순 전도사를 주인공으로 내세웠기 때문에서인지 독자들에게 주는 감동도 그만큼 컸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그리고 그 작품이 나온 바로 다음 해(1984)에 이병주의 작품 〈당신의 뜻대로 하옵소서〉가 나왔다.

 

〈당신의 뜻대로 하옵소서〉는 〈내 잔이 넘치나이다〉와 서로 유사한 점이 많은 것으로 보이는데, 특히 이 두 작품들이 1인칭 시점의 작품들 못지않은 간증적 효과를 크게 거두고 있는 것은 두 작품들의 후반에 삽입된, 주인공들 자신의 서간문들이 상당한 분량으로 배열되었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겠다. 그러면서도 〈당신의 뜻대로 하옵소서〉가 〈내 잔이 넘치나이다〉와 확연히 다른 점은 이 작품이 일종의 역사소설 형식을 취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소설은 지나치게 역사적 사실에만 충실한 탓인지, 이 작품이 소설인지 아니면 전기(傳記)인지 구별이 잘 되지 않는다는 생각을 독자들로 하여금 갖도록 만들고 있다.

 

1838년부터 시작된 마카오 경리부에서의 신학수업 장면들만 아니었더라면 이 작품은 분명히 하나의 ‘김대건 전기’로 되어 버렸을 개연성이 없지 않았던 것 같다. 특히 후반의 많은 편지글들의 나열이 더욱 그러한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들고 있다. 왜냐면 허다히 나열된 김대건의 서간문들은 그것이 결코 작가에 의해서 소설적으로 꾸며진 것이 아니라 김대건 자신에 의한 편지글 자체인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서양의 신부들에게 김대건 자신이 보낸 거의 비슷비슷한 서간들, 아니라면, 얼마간은 완전히 똑같은 내용의 서간들을 거듭 나열한 것은 독자들에게 매우 지루한 느낌을 가져다주기까지 하지 않았나 하는 비판을 금치 못하게 했던 것 같다.

 

이 작품은 하나의 전기 작품이 독자들에게 주는 감동 그 이상의 벽을 뛰어넘지 못하게 되었으리란 짐작을 하게 한다. 결과를 두고 말하자면 사실이 그러하다고 하겠다. 우리나라의 첫 번째 신부인 김대건이 살았던 시대(19세기)의 역동성을 살리고, 그 속에서의 우리 민족의 비운과 천주교의 전래에 따른 신도들의 수난, 그리고 그러한 여건 하에서의 김 신부의 파란만장한 일생을 그의 고뇌와 순교라는 차원에서 심층적으로, 밀도 있게 다룰 수도 있었을 것이었다.

 

그러나 이 작품은 독자들의 그런 기대에는 미흡한 작품이 되지 않았나 생각된다. 그저 전기적 테두리를 크게 벗어나지 않도록 처리한 속에서 약간의 소설적 요소를 가미시킨 정도에 머무르지 않았던가 하는 생각이다. 차라리 그러려면 아예 ‘김대건전’을 처음부터 시도하는 게 더 나은 결과를 가져다 줄 수도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금치 못하게 한다.

 

그만큼 이 소설은 이런 유(類)의 작품들이 대체로 테마로 삼게 되는 어떤 순교나 배교 등의 문제에 정면 도전을 하고 있지도 못하고, 또 김대건 신부 자신의 개인적 고뇌나 아니면 신앙적 승리의 개선을 부각시키는 일에도 결코 득의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결국 주제의식이 희박한 소설이 기독교문학 작품으로서 성공하기가 매우 어려우리라는 교훈을 이 작품은 결과적으로 우리에게 남겨 주었다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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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건 신부의 적극적인 순교 자세(상)-이병주의 〈당신의 뜻대로 하옵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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