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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21.07.02 0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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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면 김지은.jpg


내가 미국에 살면서 즐겨 이용하던 매장은 디스카운트 스토어다. 물건을 원래 가격보다 훨씬 싼 값에 살 수 있는 가게들이다. 안목은 나름 높은데 실제 구매력이 거기에 미치지 못하는 나 같은 사람에겐 꽤 매력적이었다. 

 

티제이xx나 아울렛 같은 상설 할인 매장에선 유명 브랜드를 몇 분의 일 가격으로 구입할 수 있어서 가격이 착할수록 득템의 기쁨도 컸다.

 

[헐값: 그 물건의 원래 가격보다 훨씬 싼 값.] 구매자로서 헐값에 산 질 좋은 상품은 분명 은총이다. 그런데 그 물건을 만들고 판매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헐값은 결코 달가운 일이 아니다. 물건이 말할 수 있어 물어본다면 값어치에 훨씬 밑도는, 공짜나 다름없는 값에 팔리는 자신에 대해 어떤 대답을 할까.

 

[값어치: 일정한 값에 해당하는 내용이나 쓸모. 또는 사물이 가지는 가치.] 모든 것을 가격으로 환산해 값어치를 따지는 현대 사회에서 우리는 사물의 쓸모를 누가, 어떻게 매기고 있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우리가 가치있게 여기는 것은 그만큼 값어치가 올라간다.

사실 ‘명품’이란 용어는 상술에 의해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명칭이라고 한다. 오늘날 우리 사회에서 사용되고 있는 명품은 ‘사치품, 고가품 혹은 호화품 (luxury goods 혹은 luxuries)’의 의미가 크다. 하지만, 원래의 명품에 해당하는 정확한 원어는 ‘걸작 혹은 명작 (masterpiece 혹은 masterwork)’이다.

 

사람과 동식물, 창조 세계의 생명이 지닌 가치를 값으로 매길 수 있을까? 그렇다면, 그 값은 얼마일까? “우리는 그의 만드신 바라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선한 일을 위하여 지으심을 받은 자니 이 일은 하나님이 전에 예비하사 우리로 그 가운데서 행하게 하려 하심이니라 (엡 2:10).” 새번역에서 “우리는 하나님의 작품”이라고 표현하였다. 우리는 하나님의 형상대로 하나님의 손으로 정교히 지으신 ‘남자와 여자’이다 (창 1:27). “하나님이 자기 형상 곧 하나님의 형상대로 사람을 창조하시되 남자와 여자를 창조하시고”. 하나님의 명품이다.

 

그런데, 세상에서 하나밖에 없는 작품인 사람의 값어치는 ‘값으로 매길 수 없는 (priceless)’ 가치를 지니고 있는가? 특히 여성, 청년, 노인, 장애인, 비정규직 노동자, 감정 노동자, 외국인 등 주변인, 소수자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형편없는 대우를 받는 현실이 슬프고 안타깝다. 제 값 다 치르지 않고도 헐값에 산 물건을 좋아라 하는 우리 모습 속에서 제 값 다 치르지 않고도 헐값에 특혜를 누리는 사회 계층의 모습을 보게 된다.

 

하나님의 은혜는 거저 주신 선물이다 (롬 3:24). “그리스도 예수 안에 있는 속량으로 말미암아 하나님의 은혜로 값 없이 의롭다 하심을 얻은 자 되었느니라이 예수를 하나님이 그의 피로써 믿음으로 말미암는 화목제물로 세우셨으니 이는 하나님께서 길이 참으시는 중에 전에 지은 죄를 간과하심으로 자기의 의로우심을 나타내려 하심이니”. 그 말은 하나님의 은혜나 그 은혜를 받는 사람이 싸구려 (cheap)라서가 아니라 값으로 매길 수 없기 (priceless) 때문이다. 알량한 선행으로 얻을 수 없는, 값으로 매길 수 없는 것이기에 오직 믿음으로, 선물로 받는 것이다.

 

모든 피조물, 모든 사람은 값으로 매길 수 없는 존엄한 생명을 부여받았다. 할인 쿠폰, 원 플러스 원에 익숙해진 소비 행태로 사람을 상품처럼 대하는 일은 없어야겠다. 상품이 아닌 작품으로 자신과 이웃을 그리고 생태계를 서로 환대해야 하겠다. /미국장로교 동아시아 선교 책임자.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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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유옥합] 헐값도 이런 헐값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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