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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21.06.08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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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로 작가의 장편소설 〈산촌의 소리〉(1988)에 대하여 살펴보기로 하겠다. 그런데 김병로라는 소설가의 이름이 좀 생경하다는 반응을 일으킬 이들이 적지 않을 것 같아 이 작가에 대하여 조금은 소개해야 될 것 같다.

 

1926년 평안북도 태생인 김 작가는 장로회신학교에서 신학 수업을 마치고 목사가 되어 정신교회(예장)에서 상당 기간 실제 목회를 한, 일명 ‘목사 소설가’라고 부를 수 있을 작가였다. 1968년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소설이 당선된 후 수십 편의 단편소설들과 수(數) 권의 장편소설을 써낸 역량 있는 소설가였다. (그는 현재 생존해 있지 않은 것으로 그의 신상 기록에 보이는데, 몰沒 연대가 제대로 나타나 있지 않다.)

 

그의 장편소설 〈산촌의 소리〉는 시종일관 ‘준열한 비판의식’을 견지하고 있는 작품이다. 김 작가는 보수 정통적 신학이론에 굳게 서서 하나님에 대한 절대 신앙으로 신자(목회자)의 생활을 영위하되, 다른 신도(평신도·교역자)들의 교회공동체에서의 삶이 비(非)기독교적(또는 反기독교적)인 것에 대해서는 준열한 비판을 가하는 위치에 서있다.

 

작가는 오로지 절대자 하나님을 믿고 또한 구원자 예수 그리스도의 구원의 권능을 힘입어 우리 신도들이 교회공동체의 삶을 통해 어떻게 변화되어야 하며, 또 어떻게 거듭난 자의 새로운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까, 하는 문제에 시종일관한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작가의 구호를 한마디로 표현해 본다면, “변화를 입어 새사람이 되라!”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작가는, 참사람이 되지 못하고서도 그리스도인인 체 행세하는 허다한 군상들을 향해 사이비 그리스도인의 자리에서 과감히 뛰쳐나와 참 그리스도인이 되라고 줄기차게 외쳐대고 있는 것이다. 이런 외침이 교회공동체 구성원들의 타락성에 대한 그의 ‘준열한 비판’과 함께 토로되고 있다.

 

그러나 타락한 그리스도인들의 ‘인간화’를 목표로 한 ‘새로운 존재’(New being)에의 열망과, 중생(重生) 지향적인 작가의 문학적 메시지가 어느 면에서는 그의 작품으로 하여금 자기(기독교) 옹호적이고 나아가서는 체제 옹호적인 것으로 평가받게 만드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러면서도 이 소설은 일그러진 교회공동체 구성원들의 비인간화된 모습에 대해서는 준열한 비판을 견지하는 예언자적 선포의 정신이 충일한 작품이라 볼 수 있기에, 이 작품이 아무리 자기(기독교) 옹호적인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하더라도 결코 선교 목적적이거나 교권(체제) 옹호적인 그런 의도의 작품으로까지 평가 절하되지는 않는다고 말할 수 있다.

 

이 소설에 대한 긍정적 평가는 전혀 다른 각도에서 행해져야 한다고 본다. 이 작품이 도스토옙스키의 〈죄와 벌〉이나 N. 호손의 〈주홍 글씨〉와 같이 기독교문학 작품으로서 순수문학(본격문학) 계열에 드는 작품이 될 수 없으리란 것은 확실하다.

 

또한 이 소설이 코리 텐 붐의 〈피난처〉나 안이숙의 〈죽으면 죽으리라〉와 같은 간증문학적 특성을 지닌 신앙수기 계열에 드는 작품으로 볼 수도 없으리란 판단이다.

 

일인칭 시점의 서간체소설 형식을 취하고 있는 이 작품은 이것이 픽션(소설)이므로 좁은 의미의 간증문학이나 신앙수기로 볼 수 없으며, 그렇다고 본격문학(순수문학)으로 분류하기에도 미흡하다 하겠으므로 결국 〈산촌의 소리〉는 양자 절충 양식의 기독교 실천문학 작품이란 데서 그 의의를 찾아야 할 것이다.

/문학평론가, 조선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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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도들의 결연한 ‘마음 비우기’ 실천운동(상) - 김병로의 〈산촌의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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