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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대문학산책]한강, 역사적 트라우마에 맞선 시적 산문(6)
    아마는 죽었다. 경하는 새의 죽은 얼굴을 손수건으로 감싸 여민다. 한뼘 남짓한 너비의 작은 통이지만 새의 몸이 워낙 작아 쓸리고 부딪히지 않게, 두르고 있던 목도리를 풀어 상자의 안쪽 사면을 두른다. 쥐와 벌레가 파먹지 못하게 흰 수건을 꺼내와 상자를 감싼다. 무명실을 길게 끊어 두 번 십자가로 묶고 매듭을 짓는다. 인선이라면 어디 묻으려 할까. 나무 아래에 다다른다. 체중을 실은 삽날이 조금씩 언 땅을 비집고 들어갔다. 더 큰 눈이 내리려고 한다. 불 켜진 안채 앞으로도 성근 눈발이 날리고 있다.  구덩이 속에 새의 알루미늄 상자를 내려 놓는다. 두 손으로 흙을 떠 놓는다. 종전에 퍼냈던 흙을 삽으로 퍼서 덧 쌓아 작은 봉분을 만든다. 경하는 검은 흙의 표면이 금새 눈에 덮히는 걸 지켜 본다. 경하는 인선이처럼 아마라는 새를 사랑치 않는다. 그러나 인선의 부탁을 받고 폭설을 뚫고 목숨을 건 산행길로 마침내 그녀의 목공방에 이르렀다. 새의 사체를 거두어 팽나무 아래 땅을 파고 소중하게 파묻었다. 제주 4.3 사건에서 죽은 자들은 아직도 무덤이 없는데 새인 아마는 봉분까지 만들어졌다. 새는 제주 4.3에서 죽은 자를 상징하고 있다. 삶과 죽음, 현실과 상상의 경계 프랑스를 중심으로 소개된 한강의 <작별하지 않는다>가 노벨문학상을 수상하게 된 것은 ‘이 소설이 꿈과 현실 사이의 매혹적인 연속체로 독특하고 신빙성 있는 정신적 공간을 만들어내었기 때문이다. 특히 눈의 이미지가 거느리고 있는 시적 산문은 20세기 한국 역사의 정치적 폭력의 기억을 응시하고 피해자를 향한 애도의 윤리를 재현하고 있다,’는 것이다. 경하와 인선 그리고 정심이 그녀의 오빠를 찾기위한 기억과 기다림에 관해 서사는 불가능한 작별이라는 것이다. 1부 ‘새’는 2부 ‘밤’을 견인하기 위한 밑자락이다. 서두에서 인선은 두 손가락 봉합 수술을 받고 삼 주나 봉합된 부위를 삼 분마다 바늘로 찔러야만 했다.  그래서 앵무새 ‘아마’를 살리기 위해 친구 경하를 폭설로 뒤덮힌 중산간 외딴곳 에 있는 자신의 목공소로 보낸다. 경하는 제주 P읍에서 인선과 통화를 하고자 했으나 간병인이 다급한 목소리로 인선이에게 위급한 상황에 처했는지 대신 받아 이따 전화하라고 끊었다. 2부 ‘밤’의 전개는 인선과 경하의 회상, 인선의 부모와 외삼촌에 대한 회상등이 인선을 통해 잔잔하게 묘사된다. 삶과 죽음, 현실과 상상의 경계가 모호하게 중첩되어 몽환적이다. 꿈인지 환상인지 뼈들을 본 뒤 부터야 인선이 말했다 ·······만주에서 돌아오던 비행기에서 제주공항 활주로 아래에서 4.3 희생자들의 유골들이 발굴됐다. 다른 유골들은 대개 두개골이 아래를 향하고 다리뼈들이 펼쳐진 채 엎드려 있었는데, 그 유골만은 구덩이 벽을 향해 모로 누워서 깊게 구부리고 있었어. 잠들기 어려울 때, 몸이 아프거나 마음이 쓰일 때 우리가 그렇게 하는 것처럼
    • 출판/문화/여성
    • 문학
    2025-0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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