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6-03-06(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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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 현대문학 산책 49
       그녀는 술에 취하여 잠을 자다가 꿈속에서 울었다. 경아는 만준에게 받은 위자료로 사업이라고 하다가 다 털어먹는다. 그녀는 술에 절어 살다가 자신의 팔뚝에 청색잉크로 그려진 하트모양의 문신을 새기고 소유권을 행사하는 이동혁이라는 사내에게 농락을 당하며 술집 호스티스가 되었다.  경아는 그녀가 나가던 술집에서 대학 미술과 강사이자 화가인 김문오를 만나게 된다. 문오의 6층 꼭대기 층 아파트에서 문오와 경아가 동거하게 되었다. 문오는 경아의 재롱과 응석에 빠지고 그녀는 사람 좋은 문오에게 푹 빠진다. 그러나 알코올 중독에다 남자들에게 짓밟혀 온통 멍투성이인 그녀와 이지적이고 로맨틱한 문오의 사랑은 계속될 수 없었다. 게다가 경아에게 문신을 새긴 이동혁이라는 사내가 나타나서 소유권을 주장하며 문오와 경아를 괴롭혔다.  경아는 깨어 있으면 술병을 들고 살았다. 술에 취해 넋두리를 하며 울었다. 문오와 경아는 아파트 창문 베란다에 팔꿈치를 괴고, 아까의 눈물은 말끔히 가셔 정결한 얼굴로 밤하늘을 오도마니 쳐다보았다.   “별이 예쁘군.” 나는 나지막하게 말을 하였다. “별이야 예쁘죠. 멀리 있으니까요.” “그런가.” 나는 웃었다. “그렇군”    경아가 조그만 목소리로 노래를 부르기 시작하였다. '아가야, 나와 놀자, 달마중 가자. 앵두 따다 실에 꿰어 목에다 걸고 검둥 개야 너도 가자 냇가로 가자.' 6    문오도 입술만 꼬부려 휘파람을 불어 경아가 부르는 노래에 따라 부르고 있었다. 경아는 어릴적부터 노래를 잘불렀고 장래에 성악가가 되고 싶었었다. “들어가요. 바람이 차요.” “그런가, 벌써 가을이군.” “빨리 겨울이 왔으면 좋겠다.” 경아가 잠옷 바람으로 입술을 빨면서 흘리듯이 말했다. “왜 겨울이 좋나?” “난 겨울이 좋아요. 먹을 것만 많으면 겨울이 제일 좋잖아요?”7    겨울의 한 가운데에 이르러서 경아는 문오에게 소원을 말한다. 최인호 작가는 경아를 겨울여자로 묘사한다. 겨울을 좋아한다는 경아의 희망은 자신이 죽어 눈내리는 겨울 강가에 뿌려지는 것이다. 그의 육신이 재가 되어 강가에 뿌려지지만 그 우로 하얀 눈의 진혼곡이 내려진다.   “난 가족도 없으니까 죽으면 화장해서 눈 내리는 강가에 뿌려줬으면 좋겠어요. 난 그게 소원이에요. 아니, 내 희망이에요.”8    경아는 죽을 땐 예수 믿고 죽겠다고 한다. 그래서 천당 가겠다는 것이다. 지금이야 안 믿기지만 죽기 하루 전엔 교회에 나갈 테라고 문오에게 말한다.   “난 내일 일을 몰라요. 난 내 한 몸이라서 갈 곳도 없고 그래서 딱히 갈 곳이 없으면 죽고 말테예요.”9    이동혁이 찾아와 문오에게 경아의 소유권을 주장하고 나서부터 경아는 점점 술에 취해서 살았다. 문오는 경아에게 서울생활을 청산하고 고향에 내려가겠다고 말했다. 경아가 아파트를 떠나고 문오는 고향에 내려갔다가 대학에 강사자리를 은사가 추천한 편지를 받고 서울로 돌아오게 되었다. 문오는 초가을 학교의 젊은 강사들과 시내에 들러 술을 마시고 이차로 가자고해서 들린 곳이 조그마한 맥주홀이었는데 그 곳에서 경아를 다시 보게 되었다.  문오가 경아를 마지막으로 만난 것은 그 해도 저물어가는 연말 추운 겨울날 밤이었다. 경아의 소유권을 주장했던 이동혁이 문오가 사는 아파트를 찾아왔다. 동혁은 술에 쪄들어 주정만 일삼는 경아를 매질로 다스려도 보고 했지만 어찌 할 수 없어서 포기하고 문오에게 넘긴다는 것이다. 자신은 이제 배를 타러 부산으로 내려간다며 종이쪽지에 적힌 경아가 있는 곳을 알려주었다. 다음 날 문오는 연말의 들뜬 분위기로 흥청거리는 미아리 언덕 부근, 경아가 있는 술집을 찾았다. 경아는 추했고 몸은 굉장히 비대해져 있었다. 용모에도 관심이 없는 듯 되는대로 화장을 한 모습이었다. 경아는 문오에게 백 원짜리 한 장을 달라고 해 그 돈으로 밴드를 불러 노래를 불렀다. 그녀는 비틀거리며 무대 위로 올라가 마이크 앞에 서서 노래자랑에 나온 초등학교 아동처럼 두 손을 모으고 노래를 불렀다.   운다고 옛 사랑이 오리요마는 눈물로 달래보는 구슬픈 이 밤 고요히 창을 열고 별빛을 보면 그 누가 불러주나 휘파람 소리 10    최인호 작가는 경아가 부르는 노래말처럼 그녀에게서 사랑이 떠나감을 예고한다. 경아는 갈라지고 탁해서 마치 남자가 노래부르는 것 같았지만 술마시던 사람 중의 하나가 박수를 치고 재청을 청했다. 경아는 망설이지 않고 문오와 동 거하던 시절, 별을 보다가 부른 '아가야 나와 놀자.달마중 가자'를 재창으로 옛날 순박한 시절을 노래했다.기독교문화예술원 원장문학평론가    6. 최인호, 별들의 고향 2 209-210쪽 여백 2013 7. 최인호, 별들의 고향 2 216쪽 여백 2013 8. 최인호, 별들의 고향 2 261쪽 여백 2013 9. 최인호, 별들의 고향 2 262쪽 여백 2013 10. 최인호, 별들의 고향 2 369쪽 여백 2013
    • 출판/문화/여성
    • 문학
    2026-03-04
  • 한국 현대문학 산책 48
       이렇게 경아는 만준과의 만남을 이어가게 되던 어느 날, 만준의 승용차로 스카이웨이를 달리다가 멈춰 서서 만준과 단둘이 식사를 하였다. 둘은 밖으로 나갔다. 눈 아래 서울의 야경이 명멸하고 있었다. 둘은 아무 말도 없이 야경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맑은 하늘 위에 동전보다 큰 달이 걸려 있었고 별들이 조용히 흐르고 있었다.   “결혼해 주십시오.” 만준이가 경아를 쳐다보며 떨리는 소리를 내었다. “사랑하고 있습니다. 경아 씨.”(3)    경아는 만준의 어깨 너머로 하늘의 별을 쳐다보았다. 경아가 좋아하는 별은 어디에 있을까. 하늘의 별을 바라볼 때마다 경아가 점 찍어둔 그 가물가물 보일 듯 말 듯 연연한 빛을 던지고 있는 별은 어디에 있는 것일까를 찾았다. 만준은 경아의 약지 손가락에 다이아몬드 반지를 끼워주며 청혼을 했다.  경아는 신혼여행을 마치고 집에 들어오자마자 층계에 밀레의 만종 복사화를 사와 붙여놓고 꽃을 사다 응접실에 그리고 방마다, 나중에는 변소까지 꽃을 꽂아놓았다. 그녀가 이상하게 생각했던 것은 방방마다 만준의 죽은 전처의 사진이 벽에 붙여져 있고 숫제 응접실 벽에는 초상화까지 그려져 있는 것이었다.  경아가 사진과 그림을 치우려는 의사를 청주댁에게 했더니 그녀가 펄쩍 뛰는 것이었다. 청주댁은 이층 구석진 방에는 경아에게 죽은 전 마님이 있던 방에는 마님이 쓰던 물건이 고스란히 있다고 했다.    “나도 몇 번 들어가 본적이 있었지만 주인 양반님은 하루에 몇 번 그 방에 들어갔다 나오시 곤 한다우, 이건 참 이상하지만 밤에도 그 방에 들어갔다가 나오시곤 해요, 아 글쎄 그 방 엔 죽은 마님의 잠옷같은 것이 그대로 걸려있고 거의 십 년 전에 돌아가신 전 마님의 옷가지랑 화장도구가 그대로 놓여 있다우, 거참 이상도 하지, 아마도 주인 양반님이 죽은 전 마님을 너무 사랑한 모양이우, 하지만 이렇게 예쁘고 이렇게 참한 아가씨를 맞았으니 갑자기 할 생각을 말고 차츰차츰 없애 시구랴하면서 호들갑을 떨었다.(4)    경아는 청주댁의 조언을 받아 만준의 죽은 전처의 흔적을 지우는 것을 늦추다가, 인근 구멍가게에서 젊은 청년을 두 명 불러다 만준의 전처 물건을 김장독을 쌓아두는 지하실 속으로 옮겼다. 직장에서 돌아와 이 사실을 알게 된 만준은 분노했다. 어느 틈엔가 경아는 한숨을 자주 쉬는 여인으로 변해버렸다. 최초의 남자인 경아를 망가뜨렸듯이 두 번째의 만준이가 주는 음습하고 우울한 생활은 경아를 조금씩 조금씩 파괴하고 부서뜨리고 있었다.(5)    경아는 의처증이 있는 만준으로 인하여 전처가 자살한 것을 알게 되었다. 그 무렵부터 경아는 하루도 술을 마시지 않으면 잠을 잘 수 없는 상태가 되었다. 그러다가 헛구역질을 하게 되어 임신인 줄 알고 만준의 선배 되는 종합병원 산부인과 의사 김상필 박사의 진료를 받게 되었다. 김 박사는 본의 이니게 타인과의 행위로서는 상상조차 하지 않고, 경아의 소파 수술의 흔적을 만준에게 알려주게 되었다. 경아가 영석이로 인해 임신을 했고 허름한 산부인과에서 소파수술이 잘못되어 평생 아이를 가질 수 없게 된 사실을 만준이 알게 되었다. 아내에 대한 병적인 만준의 의처증이 발동되어 경아는 결혼한 지 십 개월도 채 못 되어 두 번째 버림을 받았다.  스물두 살, 찬연히 피어오르는 한참 나이에 경아는 버림을 받았다. 그리고 이미 함부로 무너져 있었다. 눈만 뜨면 술을 마시고 핸드백 속에는 신경안정제를 넣고 다니고 있었다. 경아는 겨울이 끝나기 전에 이혼 도장을 찍었다. 언젠가 겨울에 버림을 받았듯이 또 한 번의 지루하고 긴 겨울의 침묵 속에 침몰했다.                    /안준배 기독교문화예술원 원장·문학평론가   3 최인호 별들의 고향1 246-247쪽 여백 2013 4 최인호 별들의 고향1 296-297쪽 여백 2013 5 최인호, 별들의 고향1 332쪽 여백 2013
    • 출판/문화/여성
    • 문학
    2026-02-24
  • 한국 현대문학 산책 47
     소설에서 경아와 문오를 연결 짓는 기호로서 껌은 삶과 죽음, 만남과 헤어짐의 매개체가 되고 있다. 소설의 첫 장 ‘돌연한 사건’과 종장 ‘경아 안녕’에 이르는 서사에서 중요 매개체가 껌, 술이다. 눈 내리는 겨울에 시작해 눈이 쏟아지는 겨울로 끝이 난다. 《별들의 고향》은 눈 내리는 초겨울의 어느 날, 경아의 자살이 알려지면서 한때 동거했던 화가 문오가 그녀의 시신을 화장해 한강의 놋 배를 타고 뼛가루를 뿌리는 종장으로 이어진다. 경아와 문오를 이어주는 커뮤니케이션으로 술, 눈, 껌이라는 기호가 소설 속에 자리 잡고 있다. 경아는 1947년생으로 그녀의 아버지는 단신으로 월남해 강원도 어느 시골 역에서 역부로 일하였다. 그녀의 어머니는 그곳에서 꽤 알려진 조그마한 양조장 집 딸 다섯 명 중 셋째였다. 경아의 할아버지는 양조장을 경영하는 사람치고는 술고래였다. 경아가 국민학교 2학년 때, 그녀의 아버지가 서울로 전근 받아 일가족이 영등포 근처에서 셋방을 살았다. 경아는 노래를 잘했다. 음악 선생은 늘 경아를 교단 앞에 세우고 노래를 부르게 하였다. 경아가 고등학교 3학년 때 그녀의 아버지가 고혈압으로 쓰러져 사망했다. 경아가 연인처럼 사랑했던 아버지의 죽음으로 가난한 현실을 맞게 되었지만 어머니의 만류를 거부하고 자신의 고집대로 음대 성악과에 입학하였다. 입학금 마감 날에 경아의 어머니는 한 달 7푼의 고리로 이자 돈을 꾸어서 등록했다. 그녀의 어머니가 봄에 꾼 돈 7푼의 이자가 원금보다 많아져 2학기 등록을 포기했다.    경아는 조그마한 무역회사 경리직으로 취직했다. 그 곳에서 유난히 가불을 자주 부탁하는 영업부 직원으로 여섯 살 연상인 강영석과 사내 데이트를 하게 되었다. 만날수록 영석은 경아의 육체를 구애하였다. 경아는 별이 아름답게 빛나는 밤에 영석에게 떠밀려 마침내 남루한 호텔 방에서 첫정을 맺었다. 경아는 임신을 하게 되었고 다방에서 영석에게 그 사실을 알려 주었다. 영석은 킬킬거리며 농담으로 치부했다. 사랑해 당신을 정말로 사랑해 당신이 내 곁을 떠나간 뒤에    스피커에는 노래가 들려오고 있었다. 최인호 작가는 그 당시 음악다방에서 D.J가 틀어주던 라나에로스포의 ‘사랑해 당신을’을 주제가이면서 배경 음악으로 흐르게 한다. “얼마나 눈물을 흘렸는지 모른다오 에이 에이 에이 에이 에이 에이 ”. 경아의 첫 남자 영석은 경아의 육체만 사랑했을 뿐이다. “사랑해 당신을 정말로 사랑해” 노래는 영석과 경아의 헤어짐을 예고한다. 강영석은 거듭 소파 수술을 요구했고 며칠 후 종로 3가 극장 옆 골목에 있는 허름한 산부인과에서 경아는 애를 지웠다. 의사는 허가 있는 의사가 아닌 듯이 보였고 가운에 땟자국이 흐르고 있었다.    영석은 선금 오천 원을 꺼내주었고 의사는 경아를 진찰실로 데려갔다. 분명 사내는 마취를 한다고 하였지만 심한 통증에 경아는 비명을 발했다. 영석은 그의 어머니가 경아를 탐탁하지 않아 하니 궁리 끝에 경아에게 이별 편지를 보냈다. 영석은 어머니가 중매한 여성과 며칠 내로 결혼할 예정이며 직장도 옮겼으니 다시 만날 일이 없을 거라며 경아에게 쐐기를 박았다. 안준배/기독교문화예술원 원장·문학평론가
    • 출판/문화/여성
    • 문학
    2026-02-09
  • 한국 현대문학 산책 46
     1970년대 문학을 선도한 최인호가 1972년 9월 5일부터 1973년 9월 9일까지 조선일보에 연재한 《별들의 고향》을 통하여 경아를 대중 앞에 내놓았다. 나는 역촌동 자취방에서 매일 아침마다 조선일보 가운데를 펼쳐 연재소설 지면부터 읽었다. 《별들의 고향》을 읽어야 하루를 시작했었다. 내 나이 스무 살에 조선일보 연재소설 《별들의 고향》을 읽게 된 것이 계기가 되어 지금까지 오십사 년 동안 조선일보를 구독하고 있다. 비록 지금은 신문지면에서 연재소설이 사라졌지만.                              ◇'별들의 고향'의 한 장면  좌 김문오 역 신성일 우 오경아 역 안인숙    대학에 미술 강사로 나가고 있는 김문오는 간밤에 마신 술로 인하여 악몽 같은 어둠을 기어가 수돗가의 수도꼭지를 콸콸 쏟는 차디찬 물에 입을 틀어막는 작업을 대여섯 차례나 반복하였다. 그러다가 새벽녘에 잠에 빠져버렸는데 날카로운 새벽 전화 벨 소리를 들었다. 그는 오후에 서대문경찰서 수사과에 출석하게 되었고 방 형사로부터 어제 시립병원 무료 진료실에서 숨을 거둔 여성의 사진을 보게 되었다. 해수욕복을 입고 물가를 배경으로 찍은 사진 속의 여인이 바로 그와 한 일 년 동안 동거생활 했던 오경아였다. 그녀는 간밤에 술을 먹고 눈길을 걷다가 수면제를 다량으로 복용한 끝에 잠이 들었고 방범대원이 발견해 업어서 병원으로 데려다 주었다. 경아의 백 속에 김문오의 전화번호와 이름 석 자만 쓰인 메모와 낡은 사진 한 장이 있어서 김문오를 시신을 수습할 적임자로 보고 출석을 요구했던 것이다. 김문오는 시체 인수서류에 서명날인하고 나오는 길에 방 형사에게 그녀의 유품인 핸드백과 주머니 속에 있던 껌 한 개를 받아들고 시신이 안치되어 있는 적십자병원으로 향한다.   코트 속으로 백을 숨겨 들었고 나머지 한 손에 들었던 껌의 포장지를 무의식중에 벗겼다. 그리고 껌을 입 안에 털어 넣었다. 껌은 달콤하고 말랑말랑하게 내 입 안에서 녹아들어갔다. 그녀의 죽음이 입 속에 털어 넣은 껌으로 해서 그녀다운 장난스런 느낌으로 내게 부딪쳐오기 시작했다. 참으로 그녀다운 죽음이군. 나는 웃었다. 그러자 두어 방울 눈물이 굴러 떨어졌다. 경아의 죽음이 내게 껌 하나로 실감되는군. 그녀의 죽음과 내가 살아있음은 조그만 껌 하나로 연결되는군. 그래 우리가 살아간다는 것은 조그만 껌을 씹는 것과 마찬가지지. 우리는 무의식중에 껌을 씹다가 아무렇게나 투ㅡ 껌을 뱉어버린다. 더구나 껌 하나를 남겨두고 죽은 그녀의 죽음은 얼마나 그녀다운가.   경아는 언제나 어디서나 껌을 씹고 있었다. 어느 때는 두세 개를 한꺼번에 넣어서 씹고 있었다. 가끔 귀여운 입을 후ㅡ내불어 크나큰 풍선을 만들어냈다. 경아는 씹던 껌을 버리지 않고 벽에 붙여두었다. 부엌의 찬장 옆에, 욕탕의 거 울 위에, 화장대 크림 병위에, 변기 앞 세면도구함에, 타액을 후면에 잔뜩 묻혀 살짝 벽에 붙여 놓곤 했었다. 문오는 훗날 경아가 벽에 붙여놓은 껌을 발견해 그것들을 뜯어 씹곤 했었다. 최인호는 작가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거나 전달하는 기호로서 경아에게 일상적이다시피 한 껌을 매개체로 사용했다.   /  안준배 기독교문화예술원 원장·문학평론가
    • 출판/문화/여성
    • 문학
    2026-02-02
  • 문학평론⓶ 70년대 청년문화의 토대를 이뤄낸 최인호 소설
    최인호는 1971년의 한여름에 그때 빌빌 놀고 있던 덕수국민학교, 서울중고등학교 동창생 이장호 영화 조감독과 청주에 있는 조그마한 여승 절인 화장사란 곳에서 한여름을 머물렀다. 그는 “가까운 시일 내에 신문 연재를 쓰게 될 것 같다. 만약 쓰게 된다면 반드시 사람들에게 널리 읽히는 소설을 쓰겠다. 오래전부터 가지고 있던 소설의 소재가 있는데, 그것은 우리들이 함부로 소유했다가 함부로 버리는 도시가 죽이는 여자의 이야기를 쓸 것이다.” 스물여섯 살 동갑내기 이장호는 조감독으로 백수건달이었는데 최인호의 말을 듣더니 당장에 눈빛을 밝히며 이렇게 말하였다. “그 소설을 내가 영화화하자. 약속해 임마. 그 소설은 내거야.”                                          ◇소설 별들의 고향은 1974년도 이장호 감독에 의해 영화화된다.         조선일보 연재소설 《별들의 고향》 그러나 그 당시만 해도 신문에 연재소설을 쓴다는 것은 최인호가 원하는 하나의 바람이었을 뿐 현실적으로 이루어질 리 만무한 황당무계한 소망이었다. 당시 신문소설은 50년대 작가들의 독무대였다. 역사소설은 으레 박종화, 유주현의 차지였으며 현대소설은 40세 이상인 50년대 작가들이 대부분 쓰고 있었다. 손창섭의 《부부》, 이호철의 《서울은 만원이다》가 인기를 끌었으며 60년대 작가로는 유일하게 이청준이 조선일보에 연재소설을 쓰다가 도중하차한 뒤로는 젊은 작가들에게 신문 연재를 맡기는 것은 위험한 일이라는 고정관념이 신문사의 편집진들은 갖고 있었다. 조선일보 문화부장 유경환이 1972년도 조선일보 신춘문예 심사위원으로 참여하였던 황순원과 박영준에게 신문소설에 새 바람을 넣고 심은데 추천할 만한 젊은 작가가 있느냐고 묻고 그이들이 최인호를 거론해주었다. 당시 조선일보에는 손장순이 쓰는 《세화의 성》이란 소설이 인기를 끌고 있을 때에 유경환이 최인호를 만나 신문 연재소설을 쓸 수 있겠느냐고 물었다. 스물여섯 살 최인호에게 최대의 구독자를 확보하고 있는 조선일보에 연재소설을 쓰게 되는 기회가 성큼 다가왔다. 최인호는 도스토옙스키의 《죄와 벌》에서의 소냐, 톨스토이의 《부활》에서의 카츄사, 체호프의 단편 《귀여운 여인》의 올렌가, 토마스 하디의 테스처럼 소설의 여주인공 이름을 모든 사람들이 오랫동안 기억하는 살아 있는 여인의 이야기를 쓰고자 했다. 누구나의 가슴속에 한번쯤 깃들었다 스러지는 누구나의 호주머니에 한번쯤은 소유했다 버려지는 여인, 그러나 평범하기 때문에 누구나의 가슴 속에 살아 있는 연인, 한국판 올렌가와 테스를, 예쁘고 착한 환상적 여인상을 그려내려 하였다. 주인공의 이름이 기억되어 마치 자신의 첫사랑이나 친근하게 느껴져 이름을 부를 수 있을 만큼 자연스럽게 기억되는 여주인공을 내세우고자 했다.   별들의 고향   1970년대 문학을 선도한 최인호가 1972년 9월 5일부터 1973년 9월 9일까지 조선일보에 연재한 《별들의 고향》을 통하여 경아를 대중 앞에 내놓았다. 나는 역촌동 자취방에서 매일 아침마다 조선일보 가운데를 펼쳐 연재소설 지면부터 읽었다. 《별들의 고향》을 읽어야 하루를 시작했었다. 내 나이 스무 살에 조선일보 연재소설 《별들의 고향》을 읽게 된 것이 계기가 되어 지금까지 오십사 년 동안 조선일보를 구독하고 있다. 비록 지금은 신문지면에서 연재소설이 사라졌지만.   /안준배 기독교문화예술원 원장·문학평론가
    • 출판/문화/여성
    • 문학
    2026-01-23
  • 문학평론 19 극작가 이반의 분단극과 종교극
    이반은 도시의 황폐화를 바라보며 구원의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했다. 1984년에는 희곡<바람 타는 성>으로 제20회 동아연극상 희곡상을 받았다. 조보라미는 이반의 분단극은 종교극과 양면성을 갖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반의 종교극은 하나의 해답을 제시한다. 타자를 외면하지않고 타자의 고통에 대해 나를 희생할 정도로 책임지는 것.그리고 그럴 때 비로소 진리와 자유, 평화가 실현된다는 기독교적인 이상이다. 이반의 분단극은 월남민의 절절한 망향의식을 넘어 분단 극복 방안에 대한 모색으로 이어진다. 그러나 이것이 사회현실의 억압 혹은 작가의 한계로 인해 분단극의 테두리 안에서 정치하게 추구되지 못했다면, 한일문제를 다룬 종교극에서 비로서 그 실체가 명확히 드러난다. 이렇게 볼 때 한일 문제를 다룬 종교극은 분단과 종교 문제가 결합,착종되어 있는 이반 희곡의 특징을 드러내는 또 하나의 사례가 된다. 아울러 이반의 분단극에서 제기된 분단 극복 방안이 종교극에서 풀린다는 것은 그의 전 작품세계가 기독교적인 것으로 해석될 수 있음을 드러낸다고 하겠다. 이반은 2008년 8월 숭실대학교 문예창작학과를 정년 퇴임했다. 그는 오십여 년 동안 육지. 땅, 사회에 대한 이야기를 썼는데 이제는 어렸을 때의 바닷가로 돌아가서 바다와 하늘 이야기를 쓰고자 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한국문화예술위원회와 설악문화예술포럼이 주관한 '작고문인 이반의 희곡작품연구 심포지엄'이 지난 2022년19일 속초문화예술회관소강당에서 열렸다.   이반은 북쪽 고향 홍원이 가장 가까운 고성, 감나무가 가득한 왕골마을의 싸근다리집으로 부인 한순자와 이사를 하고 살았다. 그가 고향을 그리워하며 살았던 집에, 글은 아동문학가 이현주에게 받아서 문간에 반시재(盤柿齋) 라는 현판을 달았다 ’ 반시재‘를 풀어 보면, 본래 아버지가 지어준 이름은 이명수인데 휴전 직후 속초항에 내려와 있던 미군이 이명수를 양아들로 삼으면서 피터peter 베드로라고 불렀다. 베드로는 반석이라는 뜻이 있고 명수는 소년 때부터 이반이라는 이름을 썼다. 시(柿)는 감나무이고 재(齋)는 집이란 뜻이다. 그래서 ’반이네 감나무집‘이라는 의미이다. 이반은 귀향해 속초예총 회장을 지내며 지역 연극진흥에 큰 힘을 보탰다. 그는 2018년9월26일, 추석날 하나님 곁으로 떠날 때까지 분단극과 종교극으로 ,하늘과 바다를 그의 작품으로 그려냈다. 이반은 제7회 기독교문화대상 희곡 <심판을 막는 사람들>로 연극부문 상을 받았다. 이반의 희곡선집에는 빠졌지만, 그의 작품을 다 모아 보면 이반의 분단극과 종교극의 다른 이름으로 ’심판을 막는 사람‘이라고 명명 해도 될 것이다.       안준배 기독교문화예술원 원장· 문학평론가 
    • 출판/문화/여성
    • 문학
    2026-0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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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학평론(3) 극작가 이반의 분단극과 종교극
      고향과 바다를 버릴 수 없는 피난민 제1세대와 새로운 삶을 원하는 2세대 사이의 가치관의 갈등이 벌어지는 것이다. 고향이 아버지의 삶을 앗아갔다는 아들 창길의 지적에 김 노인은  “야, 힘든 문자 쓰지 말아. 생이라는기 무시기니, 생이라는기? 고향이 내 생을 앗아갔다구? 니는 처음부터 잘못 생각했다. 내기 있어서, 아이 나뿐이 아이다. 박 아바이나 북청아지미에게 있어서 생이라는 것은 말이다. 그기 고향을 그리는 맴하고 다른기 아이다.”라고 항변한다. 여기서 두 세대 간의 통일에 대해 의견 대립도 드러냈다. 김 노인은 고향에 가서 넓은 땅에 10층 집을 짓겠다고 한다. 아들 창길은 이곳의 낡은 집을 헐고 새로 지어 약혼녀와 결혼하여 살겠다며 갈등하고 대립한다.     서울 아가씨와 결혼을 앞둔 아들 창길이 집을 새로 짓자고 조르자 아버지 김 노인은 격노하였다. 창길에게 낡은 집의 천정에 올라가 보라고 한다.   김 노인 - 니, 저기 올라가 봐! 창길 - 거긴 올라 가서 뭘해요 김 노인 -  빨리 올라가. 창길 - 못가겠어요. 김 노인 - 니 내 죽는 걸 보겠니? 아이 들어 가겠니? 내 죽는 걸 보겠니? 아이 가겠니? 창길 - 무엇이 있는지 알아야 할 게 아녜요? 김 노인 - 여기 등잔이 있다. 가서 똑똑히 봐. 횟가루를 칠한 상자가 있을끼다. 뚜껑을 열고 똑똑히 봐. 창길 - 전 못가겠어요. 불길해요. 김 노인 - (망치를 들고) 니, 정 내 말을 아이 듣겠니? 창길 - 가겠어요. (식탁 위로 해서, 의자를 디디고 조심스럽게 다락으로 올라간다.) 김 노인 - 아아새끼들, 고향을 잊어버렸지비. 만길 - 아바에, 저기 무시기 있소? 김 노인 - 조금 있으면 안다. 창길 - 아─ 악─. (긴 비명이 들린다) 김 노인 - 간나 새끼, 이제야 정신이 드는 모양이구만. 창길 - (얼이 나간 사람처럼 다락에서 밑으로 떨어진다. 그런 그를 섭섭이가 부축한다.) 섭섭 - 어째 그러니? 창길 - 아버지……. 김 노인 - 간나 새끼들……. 창길 - 저기 다락 위에……. 김 노인 - 무시기 있디? 창길 - 시체가, 시체가 있어요. 만길 - 시체가? 김 노인 - 너어 어미다. 창길 - 이십 년 전에 죽은 어머니가? 김 노인 - 너어 어미다. 창길 - 어머닌 여기서 돌아가시지 않았어요. 그런 어머니가 어떻게? 김 노인 - 너어 어미는, 거제도에서 죽었다. 창길 - 네, 그래요. 거제도에서 돌아가셨어요. (계속)     / 기독교문화예술원 원장·문학평론가  
    • 출판/문화/여성
    • 문학
    2025-09-02
  • 문학평론(2) 극작가 이반의 분단극과 종교극
    이반은 웁살라의 춥고 어두운 겨울 속에서 통일을 염원하다 죽어간 내 아버지 세대의 처절한 삶을, 리얼을 그려야 되겠다고 결심했다. 속초 피난민촌 청호동에는 이북에 갓 태어난 딸아이의 이름도 지어주지 못하고 남으로 나온 노인이 살고 있었다. 그뿐이 아니었다. 피난 중에 남쪽에서 생활하다 병사한 아내의 시신을 다락에 눕혀놓고 통일의 날만 기다리는 노인도 있었다. 고향 땅에 묻어 달라고 유언한 아내의 소원을 들어주기 위해, ‘그날’만 기다리는 노인들이 있었다. 그는 그 노인들의 삶을, 리얼을 외면하고 작품을 쓴다는 것은 사치이며 사기라는 생각을 떨어 트릴 수 없었다. 당시 정치적 상황은 분단 이야기나 통일을 원하는 작품을 쓴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었다. 어느 한쪽 때문에, 전쟁이 일어났기 때문에 그쪽이 망하고 통일을 이뤄야 된다는 스토리는 가능했다.   □ 2 이반의 분단극 - 그날, 그날에    이반 작 그날, 그날에 제3회 대한민국연극제 희곡상 수상   이반은 이데올로기적 성향이나 정치적 색체를 띠지 않는 노인들의 소박한 소망을 담아서 《그날, 그날에》 라는 작품을 써서 제3회 대한민국연극제에 출품하였다. 이반의 《그날, 그날에》는 1979년 조명진 연출로 극단 광장이 연극인회관에서 초연하여 대한민극연극제에서 희곡상을 수상했다.     이반은 《그날,그날에》에서 희곡의 내재적 호소력을 강화시키기 위해 조용하면서도 절제된 행위 속에서 북에 고향을 두고 온 사람들의 실제 생활 모습을 보여 주었다. 언어는 함경남도 동해안 사투리를 썼다. 그때까지의 함경도 사투리는 남쪽은 남쪽대로, 북쪽은 북쪽대로 평안도 사투리와 혼용되고 변질되어 가고 있었다. 이반은 변질되지 않는 원형의 함경도 사투리를 사용하고 음의 고저를 조절하여 음악성을 살렸다. 공연직전에 박정희 대통령의 시해사건이 일어나고, 80년 봄을 맞이하는 시기에 상기작은 오히려 정치적 행정적 제재없이 공연될 수 있었다.   《그날,그날에》 는 두고 온 이북의 고향에서 가장 가까운 동해안 마을에 자리잡고 사는 어민 세 가족의 망향가이다. 김 노인과 박 노인과 북청댁은 전쟁 때 고향을 등진 월남 피난민들이다. 그 중 박 노인은 갓난이까지 가족을 몽땅 북에 두고 왔고, 북청댁의 남편은 월남에 실패했으며 김 노인은 처와 아들을 데리고 나왔다. 그런데 부인은 거제도 수용소에서 죽었고 아들은 도회지에서 유학 중이다. 전쟁 이후 오늘날 까지 이들은 마음 속의 고향, 그리고 고향과 자신을 이어 주는 바다와 함께 살고 있다. 비교적 안정된 생활을 누리는 김 노인은 배를 소유하고 있고, 박 노인은 그 배의 선장으로 배를 타고 있으며, 북청댁은 김 노인의 집에 붙은 주막집을 꾸리며 함께 거처하고 있다.     막이 오르면 장소는 북청댁의 주막이고 때는 한창 명태 잡히는 계절의 저녁나절이다. 그런데 술을 마시는 동네 어부와 김 노인의 배 일꾼들의 대화를 통해 선장인 박 노인의 기행이 드러난다. 그는 명태를 잡으러 나가는 것이 아니라 고향쪽 북쪽 바다로 배를 돌리곤 한다는 것이다. 이 말을 들은 김 노인은 북청댁과 박 노인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박 노인이 배를 못타게 해야겠다고 생각한다.     2막은 김 노인과 박 노인의 대결이다. 박 노인의 안전을 염려하는 김 노인과, 바다와 고향 생각에 사로잡힌 박 노인이 의견 대립을 벌인다. 결국 박 노인은 마지막 출항을 허락받고 운해가 낀 바다로 나간다. 박 노인은 고향으로 가기 위해 섭섭, 만길 등 선원들을 배에서 내리게 하고 단신으로 북쪽 군인들을 유인해 납북되었다.     그 사이 도회지 은행에 취직한 김 노인의 아들 창길이 어촌에 돌아온다.  / 기독교문화예술원 원장·문학평론가
    • 출판/문화/여성
    • 문학
    2025-08-25
  • 문학평론(1) 극작가 이반의 분단극과 종교극
    □ 1 분단극 - 실향민 이반의 바다 안준배       극작가 이반 ( 본명 이명수) 은 1940년 함경남도 홍원군에서 태어났다. 그는 1950년 12월, 10살 때 중공군의 개입으로 잠시 남쪽으로 피난 가야해서 부모님을 따라 배를 타고 할머니의 고향인 포항 죽도로 피난 내려갔다. 무동력선 범선을 타고 족보와 귀중품,마른 명태를 싣고 진눈깨비가 날리는 스산한 날 전진포구를 떠났다. 다음해 국군이 압록강까지 북진한다는 소식에 고향에 가려고 그의 가족이 다시 배를 타고 동해안을 따라 잠시 숨을 고르기 위해 내린 곳이 속초다.   속초는 인민공화국 치하에서 국군이 진격하여 수복한 땅이기 때문에 누구나 말뚝을 박고 주인 행세를 하면 주인이 되었다.그런데도 배에서 내려와 집을 짓거나 땅에 욕심을 내는 사람들이 없었다. 곧 고향에 갈 텐데 집은 장만해서 무엇하느냐는 심드런 표정들이었다. 이번 겨울이나 늦어도 봄까지는 고향에 갈 수 있겠지 하고 믿은 이들은 여전히 보트피플 생활을 했다. 그러다가 고향길이 열리지 않아 선착장 수로에다 성질이 급해 덤비기를 잘한다는 북청군 사람들이 맨 처음 판자 집을 지었다.그곳이 신포마을이 되고 이어 단천마을 홍원,서호진,안변마을이 들어섰다.     이반은 속초에서 다시 학교에 다니게 되었다. 수복지구의 피난민 학교였다. 그는미군교회,원산감리교 속초지소, 새로 생긴 속초중앙교회 등에 다니며 기독교에 대해 눈을 뜨게 되었다.   이반은 숭실대학교 철학과에 다니며 황석영, 김덕천, 전진호 등과 함께 숭실극회를 창단하고 초대 회장을 맡았다. 그리고 대학을 졸업하고 60년대 말에는 기독교방송에서 일하다가 루터란 아워와 연관을 갖게 되었다. 한국 루터교 폴 바링 선교사와 루터교세계연맹(LWF) 아시아 총무 지원용 박사가 지원해 LWF와 스웨덴교회, 영국 RADIUS에서 각각 일 년씩 책임을 져 스웨덴 웁살라대학원에 유학하게 되었다.     이반은 1974년에 스웨덴 웁살라로 갔다. 당시 스웨덴은 서구에서 제일 먼저 북한을 인정한 나라였기 때문에 우리나라로서는 위험국가였다. 도시가 대학 속에 있고 대학이 도시 안에 있는 웁살라는 스트린드 베르그와 잉그마르 베르그만, 다그 함마슐드 같은 이반에게는 친근한 사람들이 태어나거나 묻혀 있는 도시였다. 자유로운 사회주의 국가인 스웨덴의 문화는 이반에게 커다란 충격이었다.   스웨덴 수상이 대학생들과 함께 데모하고 경찰이 그 수상을 향해 곤봉을 휘두르고 있었다. 웁살라와 스톡홀름, 시그투나 세 도시에는 친북 인사 중에는 대학교수와 강사도 있었다. 이반이 스웨덴에서 유학하고 있을 때 한 해 전 일본에서 김대중 납치 사건이 있었는데 웁살라 대학교수들은 그 사건을 일으킨 한국정부에 대하여 비난 성명을 발표했다. 한반도가 아니라 세계에서 가장 변두리라 할 수 있는 북구의 인구 십만 명이 안되는 소도시 웁살라에서 이반이 확인한 것은 국토와 민족의 분단 상황이 치료할 수 없는 상처를 만들어 내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 기독교문화예술원 원장·문학평론가        
    • 출판/문화/여성
    • 문학
    2025-08-11
  • [현대문학산책] 한강, 역사적 트라우마에 맞선 강렬한 시적 산문(25)
    □ 우리가 이 세계에 잠시 머무르는 의미 황순원문학상과 윤동주문학상을 수상한 시인이며 새에덴교회를 목회하는 소강석 목사는 아시아 여성 최초의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소년이 온다.》, 《작별하지 않는다.》, 《채식주의자》 등에 내재된 한강의 문학성을 논했다. 한강의 문장은 화려함이나 현학 언어만을 연결하지 않고 자기만의 독특한 시적 압축성을 담아냈다. 암울하고 어두운 현실세계를 시적인 언어로 서사하여 역설적으로 삶의 희망을 그려냈다. 인간의 근원, 삶의 본질, 보편적 가치를 내면화하여 시적 산문을 서사한다. 한강의 소설은 인간의 폭력성을 고발하며 어떤 상황에서도 폭력은 받아들일 수 없기에 불편하고 처절하지만 인간의 고독과 고통을 지나 시적 산문을 묘사했다. 그것은 ’심장 속 불꽃이 타는 곳, 그게 내 소설이다‘ 는 한강의 고백을 담아낸 현대사의 증언문학이라고 서평했다. 한강 소설은 성경 최초의 폭력, 카인의 후예로서 아직도 자행되고 있는 인간이 인간에 대해 자행되는 폭력을 오월 광주, 제주 4‧3에서 처절하게 드러낸 것이라고 평가했다. 한강에게 노벨문학상이 주어지게 된 데는 번역의 힘이라 할 것이다. 우리 문학 작품은 199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해외 진출에 나서 지금까지 3000종 정도가 번역 출판됐다. 한강 작가는 한국문학번역원과 대산문화재단의 지원을 집중적으로 받았다. 지금까지 28개 언어로 80종 넘게 번역되어 한국 문학이 현지어로 지속적으로 읽혀졌기에 노벨문학상을 수상하게 된 것이다.   곽효환 시인은 한국번역문학번역원의 원장과 대산문화재단 사무국장, 상무를 지내면서 한국 문학의 번역을 주도했다. 대산 신용호 교보생명 설립자의 출연으로 김원일의 소설 <<마당 깊은 집>>등 5권을 영어, 불어로 출간했다. 국내 작품의 해외 출판이 두 기관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곽효환 시인이 조사한 바에 의하면 조남주의 소설 <<82년생 김지영>> 은 30만부, 신경숙의 소설 <<엄마를 부탁해>> 는 10만부, 한강의 <<채식주의자>> 는 16만부가 나갔다. 출판계에서 해외 번역 문학작품이 1만부를 넘기면 성공이라 하는데 성공적인 문학 번역작이 27종에 이르렀다.   번역 지원 초기에는 한국 문학을 세계에 소개하는 데에 자족했다. 그러다가 2003년 오정희 소설의 <<새>> 가 독일 리베라투르상을 받으며 수상의 포문을 열었다. 2016년 한강의 맨부커상 수상 이후 봇물 터지듯 한국 문학이 세계의 권위있는 상을 44회를 수상하게 되었다. 여기에 한강이 받은 노벨문학상은 한국 문학이 세계 문학의 인사이드가 되게 한 것이다.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은 한국사회와 한국교회 내부에 좌우 갈등을 일으켰다. 한강의 <<소년이 온다>> <<작별하지 않는다>>를 비판 하는 이들 대부분 한강의 소설을 읽은 이가 거의 없었다. 우리나라 성인 60퍼센트가 1년에 책을 한 권도 안 읽는다고 한다. 우리나라 국민의 문해력이 저하된 나머지 세계가 찬하하는 한국 문학을 읽어 보지도 않았거나, 혹 읽어도 이해를 할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한국교회는 무엇보다도 신자들에게 소설이나 시를 읽도록 권장해야 할 것이다. 나아가 한국 문학을 세계 언어로 번역할 수 있는 우수한 번역가를 키우는데 재정적으로 기여해야 한다.  한국 문학은 미국 선교사 호러스 알렌이 전래 민담을 모아 1889년 미국 푸트남 출판사에서 한국민담집을 냈다. 3년 후 프랑스에서 <<춘향전>> 이 나오고 그 이듬해 독일에서 한국 전래 동화와 민담이 출간되었지만 번안 수준이었다. 제대로 된 첫 번역은 캐나다 출신 선교사 제임스 게일이 1922년 영국에서 출간한 <<구운몽>> 부터이다. 한국교회는 1차적으로 한국교회가 연합해서 한국기독교문학번역원을 설립해 기독교 소설, 시를 영어, 불어, 독일어를 위시해서 제3세계 번역에 나서야 된다. 아울러 기독교 대학에 기독교 문학 번역가를 양성하는 학과를 설치하고 장학지원으로 내국인은 물론 외국인 번역가를 발굴해내길 바란다. 그로인하여 기독교적인 주제가 내면화된 제2의 한강의 문학을 번역해 세계 문학의 주류가 되길 희망한다.  / 기독교문화예술원 원장·문학평론가
    • 출판/문화/여성
    • 문학
    2025-08-04
  • [현대문학산책]한강, 역사적 트라우마에 맞선 강렬한 시적 산문(24)
    우리가 이 세계에 잠시 머무르는 의미      한강 소설의 대단한 점은 아주 섬뜩하고 끔찍한 것을 고결한 언어로 표현한다는 점이다. 과장하거나 선동하지 않는다. 그점이 증언 문학으로서 아주 효과적이다. 한강 작가는 광주 5.18, 제주 4.3의 비극을 과장과 선동하지 않고 인테그리티한 언어로 서사했다. 한강의 소설은 인간의 윤리성과 고통에 대한 강력한 감각을 문장마다 스며들어 있다. 보수적인 한국인들이 한강을 이데올로기적 작가라고 폄훼하지만 한강 작가는 예술적으로 설득력있게 현실을 표현해내는 고결한 문학을 성취했다. 2024년 12월10일 한강 작가는 스톡홀름 시청사 ’블루홀‘에서 영어로 수상연설을 하였다. 한강은 여덟 살의 어느 날 갑자기 폭우가 쏟아져 내려 건물 처마 밑으로 20여 명의 아이들이 모여 비를 피한 기억을 끄집어 냈다. 길 건너 건물 처마 밑에도 비를 피하려고 있는 다른 무리를 보며 마치 거울을 보는 것 같았다. 한강은 그 모두에게 ’나‘라는 1인칭을 느낌은 언어의 실을 따라 타인의 내면을 마주하게 되었다고 한다. 비오는날 어린시절의 타자와 나를 동일시한 깨달음은 한강의 글읽기와 글쓰기가 바탕이 된 것이다.    어릴 적부터 저는 알고 싶었습니다. 우리가 태어난 이유. 고통받는 이유와 사랑이 존재하는 이유. 이 질문들은 문학이 수천 년간 물어왔고, 오늘날에도 계속해서 이어지는 질문입니다. 우리가 이 세계에 잠시 머무르는 것은 무슨 의미일까요? 무슨 일이 있어도 인간으로 남는다는 것은 얼마나 어려운 일일까요? 가장 어두운 밤, 언어는 우리가 무엇으로 이루어져 있는지 묻습니다. 언어는 지구에 거주하는 인간과 모든 생명체를 일인칭 시점에서 상상해야 한다고 끈질기게 말합니다. 언어는 우리를 이어 줍니다. 이러한 언어를 다루는 문학은 필연적으로 체온 같은 것을 지니게 됩니다. 마치 문학이 필연적으로 삶을 파괴하는 모든 행동의 반대편에 서 있는 것처럼요. 저는 문학에 주어지는 이 상의 의미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여기서 함께, 폭력에 맞서면서요.    한강 작가는 ’언어는 연결된다‘는 믿음으로 한국 문학이 세계 문학의 우듬지가 되게 했다. 한강은 맨부커상 수상을 계기로 노르웨이 공공 예술 단체 미래도서관으로부터 올해의 작가로 선정되었다. 2014년 시작한 미래도서관 사업은 매년 한 명씩 총 100명의 작가를 선정해 그들의 미공개 작품을 오슬로 도서관에 보관되다가 2114년에 출판된다. 한강 작가의 소설명은 <<사랑하는 아들에게>> 이다. 2014년 5월 25일, 한강 작가는 한국에서 가져간 흰 천으로 한글 원고를 둘둘 싸맨 뒤 제목만 발표했다. 그 소설은 2114년까지 미공개 된다. 한강은 마침내 첫 문장을 쓰는 순간, 백년 뒤의 세계를 믿었다. 소설의 제목인 아들이 보게 될지 모르지만. 그러나 100년 후에도 인간의 역사가 이어진다면 흰색과 빨간색을 서사한 한강의 문학을 기억해내는 이들이 보게 될 것이다. 그들은 생명, 그리고 사랑을 읽게 될 것이다. 여전히 세계 곳곳에서 자행되는 인간이 인간에 대한 폭력이 있더라도 인간은 희망을 포기할 수 없다는 것을 한강의 소설은 증언하고 있다.    / 기독교문화예술원 원장·문학평론가
    • 출판/문화/여성
    • 문학
    2025-07-30
  • [현대문학산책]한강, 역사적 트라우마에 맞선 강렬한 시적 산문(23)
    우리가 이 세계에 잠시 머무르는 의미  왜냐하면 기억한다는 것은, 감당하기 어려울지라도, 결국 지식과 진실을 추구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어느 한 강렬한 기억에서, 한 친구는 물리적인 몸이 머나먼 곳의 병실에 묶여 있음에도, 서가에서 자료 담긴 상자를 꺼내 한 문서를 찾아내고, 역사의 모자이크에 조각을 더합니다. 꿈은 현실로 넘쳐흐르고, 과거는 현재가 됩니다. 경계가 허물어지는 이러한 전환은 한강의 소설에서 반복됩니다. 인물들은 방해받지 않고 돌아다니고, 그들의 더듬이는 신호를 포착하고 해석하기 위해 양방향을 향합니다. 그들이 목격하는 것으로 인해 무너지더라도요. 마음의 평화를 대가로 치르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그들은 필요한 힘을 붙잡고 앞으로 나아 갑니다. 망각은 절대 목표일 수 없습니다.  ‘누가 나를 죽였을까?’ 살해당한 남자 아이의 영혼이 묻습니다. 그를 삶에 묶어 두었던 얼굴의 특징들이 흐려지고 사라질때예요. 생존자의 질문은 다릅니다.  ‘나를 고통으로만 이끄는 이 몸과 어떻게 살아갈 수 있을까? 고문으로 인해 단지 피 흘리는 물건이 되버린 이 몸을 어떻게 되찾을 수 있을까?’ 그러나 몸이 포기한다 할지라도, 영혼은 끊임없이 말합니다. 영혼이 지칠 때, 몸은 계속해서 걷습니다. 우리 내면 깊은 곳에는 완고한 저항이 자리하고, 말보다 강한 고집이, 기억해야 한다는 필요가 있습니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망각은 목표가 아니고, 그것은 가능하지도 않습니다.    한강의 세계에서 인물들은 상처입고, 부서질 듯하고, 어떤 면에서는 연약합니다. 그러나 다시 한 발 내딛거나, 또 다른 질문을 던지거나, 또 다른 기록을 요구하거나, 혹은 또 다른 생존자를 인터뷰하기위해 딱 필요한 만큼의 올바른 힘을 갖고 있습니다. 빛이 희미해지고, 죽은 자의 그림자가 벽에 계속 어른거립니다. 아무 것도 그냥 지나가지 않습니다. 아무 것도 그냥 끝나지 않습니다. 한강의 소설에는 모국어에서 흰색을 말할 때, 솜사탕처럼 깨끗하기만 한 ’하얀‘과 달리 ’흰‘에는 삶과 죽음이 소슬하게 함께 배어 있다. 한강 문학이 갈피마다 산 자가 죽은 자를 살려내는 흰색의 서사로 이루어 진 것이다. 한강의 소설은 흰색과 빨간색으로 고유 명사 광주와 제주를 보통명사가 되게 했다. 한강 작가는 5.18과 4.3을 지금도 우리가 기억해내는 힘은 사랑이라고 증언한다. 그것은 우리가 인간이라는 생명체로 지구상에 잠시 머무르는 의미일 것이다. 엘렌 맛손의 한강 문학의 해석이 스톡홀름 콘서트홀을 가득 메운 내빈을 뛰어넘어 전 세계에서 TV로 시상식을 지켜보는 이들에게 가슴과 가슴 사이를 빛나는 금실로 이어져 생명과 사랑의 공감과 연대감을 형성했다.      2024년 10월 10일 스웨덴 한림원에서 노벨문학상 한강을 수상자로 발표했던 한림원 18명 종신위원 중 한명인 문학 사학자 마츠 말름은 조선일보 황지윤 기자에게 한강의 증언 문학에 대해 이렇게 평가했다. (계속) / 기독교문화예술원 원장·문학평론가
    • 출판/문화/여성
    • 문학
    2025-07-25
  • [현대문학산책]한강, 역사적 트라우마에 맞선 시적 산문(22)
          윤동주의 서시, 한강의 서시         한강의 '서시'     당신, 가끔 당신을 느낀 적이 있었어. 라고 말하게 될까. 당신을 느끼지 못할 때에도 당신과 언제나 함께였다는 것을 알겠어, 라고   아니, 말은 필요하지 않을 거야.   당신은 내가 말하지 않아도 모두 알고 있을 테니까. 내가 무엇을 사랑하고 무엇을 후회했는지 무엇을 돌이키려 헛되이 애쓰고 끝없이 집착했는지 매달리며 눈먼 걸인처럼 어루만지며   때로는 당신을 등지려고도 했는지   그러니까   당신이 어느날 찾아와 마침내 얼굴을 보여줄 때 그 윤곽의 사이사이, 움푹 파인 눈두덩과 콧날의 능선을 따라 어리고 지워진 그늘과 빛을 오래 바라볼 거야. 떨리는 두 손을 얹을 거야. 거기 당신의 뺨에, 얼룩진.    한강의 시집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 끄트머리에 ‘서시’가 있다. 어째서 일까?  죽음은 누구나 인생의 끝에서 만난다. 한강은 그의 문학에서 제주 4.3,광주 5.18의 영혼을 우리들 안에 가만가만히 불러냈다. 산 자와 죽은 자를.  윤동주의 ‘서시’나 한강의 ‘서시’는 누구에게나 다가올 생의 마지막 순간을생각하게 한다. 시인은 죽음과의 대면을 미리 상상한다. 운명의 ‘얼룩진 뺨’에 두 손을 얹음은  윤동주의 ‘서시’ 처럼 한강에게 주어진 길을 끝까지 가 보겠다는 다짐이다. 그 이유는 인간이란 근본적으로 생명이고 사랑해야 하기에 그러하다.  윤동주와 한강은 그가 알고 있는 모든생명을 사랑한다. 살아 있었거나 살아있는 것은 사랑의 대상이기에.     우리가 이 세계에 잠시 머무르는 의미      2024년 12월 10일, 오후 4시 40분쯤 스웨덴 스톡홀름 콘서트홀에서 작가이자 평론가이며 스웨덴 한림원 종신위원인 엘렌 맛손이 한강의 문학 세계를 연설했다.    한강의 글에서는 흰색과 빨간색, 두 색이 만납니다. 흰색은 그녀의 많은 작품에 내리는 눈이자, 서술자와 세계를 구분 짓는 방어막 같은 커튼입니다. 동시에 슬픔, 그리고 죽음입니다. 빨간색은 삶을 대변합니다. 그러나 고통, 피, 칼에 깊게 베인 상처이기도 합니다. 그녀의 목소리는 매혹적으로 부드럽지만, 형언할 수 없는 잔혹함, 돌이킬 수 없는 상실에 대해 이야기 합니다. 학살이 끝나고 켜켜이 쌓인 시체에서는 피가 흘러나오고, 짙어지며, 호소하고, 질문합니다. 글이 답을 하지도, 무시할 수도 없는 것을요. 우리는 죽은자, 강탈된자, 사라진 자들과 어떻게 관계해야 하는가? 우리는 그들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가? 우리는 그들에게 무엇을 빚지는가? 흰색과 빨간색은 한강이 그녀의 소설을 통해 되 짚는 역사적 경험을 상징합니다.  2021년 작 <<작별하지 않는다>>에서 눈(雪)은 산 자와 죽은 자, 그리고 그 사이 아직 어느 쪽에도 속하지 않는 떠다니는 것들이 만나는 장소를 만듭니다. 소설은 눈보라 속에서 전개되며, 기억을 조합하는 과정에서 서술적 자아는 시간의 층을 미끄러지듯이 지나갑니다. 죽은 자들의 그림자와 상호작용하며, 그들의 지식을 배우면서요. / 기독교문화예술원 원장·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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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5-07-07
  • [현대문학산책]한강, 역사적 트라우마에 맞선 시적 산문(21)
    돌이킬수 없는, 5‧18과 12‧3   그로부터 45년이 지나 ‘계엄’은 재연할 수 없는 명사로 굳혀 졌다. 2024년 12월 3일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계엄령 포고문 1호를 발표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1979년 10월 26일부터 1980년 5월 18일의 전국 계엄으로 확대 발표한 과정을 생략하고 기습적으로 발표했다. 2024년 12월 10일 스웨덴 스톡홀름 콘서트홀에서 한강의 <<소년이 온다>> 외 그외 작품이 노벨문학상작이 되었다. 세계인들이 한국의 12.3 '계엄'불발 되어진 것은 <<한강의 소년이 온다>>가 발휘한 문학의 힘이라 여겼다. 윤석열 대통령은 ‘비상계엄’ 선포 이전으로 결코 되돌아갈 수 없다. ‘시간은 모든 것을 파괴한다’는 영화의 메시지처럼 그 자신은 물론 국민 모두에게 돌이킬 수 없는 현실이 되었다. 한강의 <<소년이 온다>> 는 시대를 넘어서 읽혀져야 하는 이유가 있다. '폭력'은 5월 광주에 그친 것이 아니고 계속 발생될 수 있는 것은 카인에서 시작된 폭력 유전자가 시대와 지역을 떠나서 누구에게나 나타날 수 있기에 그러하다. 윤석열은 위법한 군사력을 행사하여 2024년 12월 14일 대한민국 국회에서 탄핵소추 되었고, 2025년 4월4일 헌법재판소에서 재판관 전원일치로 파면되었다. 윤석열은 전국 대학교수들이 올해의 사자성어로 뽑은 ‘도량발호’ 권력부리며 함부로 날뛰다가 그 자신이 폐기처분 되었다. 돌이킬 수 없는.   윤동주의 서시, 한강의 서시   한강의 노벨문학상 선정 이유로 “가장 한국적인 사건들을 자신만의 시적 문장으로 담아낸 한강만의 독창성에 있다. 한강은 역사적 장소와 사건을 매우 특별한 방식으로 활용해 산 자와 죽은 자가 어떻게 얽혀 있는 지, 트라우마가 한 세대를 넘어 어떻게 대대로 남게 되는지를 보여주고 한강의 매우 부드럽지만 정확한 산문이 폭력의 잔인한 힘에 대응하는 강력한 힘이 된다”고 노벨위원회는 밝혔다. 시인 한강의 ‘서시’와 윤동주의 ‘서시’는 시대를 넘어선 생명과 사랑에 대한 연대가 있다.    윤동주의 ‘서시’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 했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  오늘 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한강의 ‘서시’    어느 날 운명이 찾아와  나에게 말을 붙이고  내가 네 운명이란다. 그동안  내가 마음에 들었니 라고 묻는다면  나는 조용히 그를 끌어안고  오래 있을 거야.  눈물을 흘리게 될지, 마음이  한없이 고요해져 이제는  아무것도 더 필요하지 않다고 느끼게 될지는  잘 모르겠어.    (계속)   / 안준배 기독교문화예술원 원장·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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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학
    2025-06-30
  • [현대문학산책]한강, 역사적트라우마에 맞선 시적 산문(20)
    2024년 12월 5일, 한국기독교성령센터 황희자채플에서 기독교문화예술원 주관으로 ‘한강의 노벨문학상과 한국교회’라는 주제로 문학포럼을 가졌다. 발표자 김삼환 박사는 한강 작가에게 있어서 철학적 깨달음으로 ‘생명현상의 아름다움에 대한 경외와 사랑’이라고 지적했다. 또 하나의 깨달음은 생명현상의 아름다움과 대척점을 이루는 것으로 생명을 죽이고자 하는 모든 종류의 폭력에 대한 것이라고 했다. 한강에게 있어서 폭력이란 국가의 폭력이든 어떤 주의나 이념이나 신앙이 내포한 폭력성이나 <<채식주의자>>에서 보듯 인간이 자신의 건강을 위한 육식으로 인해 다른 생명체에 대해 저지르는 살해든 간에 모든 생명체를 위협하고 살상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하였다. 철학과 문학 사이에는 ‘과’로 연결되는 현상학적 연결이 있다. 인식론적으로는 단절이지만 현상학적으로는 연결이다. 그러나 신학은 철학을 거친 문학과는 현상학적으로도 연결되지 않는다. 그 이유는 신학을 초월적인 신의 존재를 다루는 까닭이다. 초월의 차원에서 신학은 문제를 해결한다고 김삼환 박사는 제시했다. 이는 한국 기독교내에서 한강의 소설을 좌우로 나누어서 비판하는 현상에 대해 객관적이고 타당성 있는 해석이다. 생명현상을 파괴하는 십자군 전쟁이나 온갖 종류의 폭력성은 모두 타락한 원죄의 심성 속에 깊이 새겨져 있는 까닭에 인간의 본성에 내재해 있는 것들로 부터는 구원의 길이 결코 발견되지 않는다고 하겠다. 한강의 작품에는 정자체로 전개되다가 이탤릭체의 기울인 체가 상당부분 차지한다. 한강 작가가 이탤릭체로 쓰게된 것은 쓰다가 보면 감정의 밀도가 차오르게 되어 정자체로는 이를 담을수 없어서 이탤릭체로 기울여 쓰게 되었다고 한다. 한강 작가는 인물의 독백, 심리적으로 중요하거나 시적인 부분을 이탤릭체로 표현해 감성을 자아냈다.   돌이킬수 없는, 5‧18과 12‧3   박정희 대통령의 서거로 1979년 10월 26일 비상계엄이 선포되었다. 전두완 신군부는 12.12 군사반란을 일으켜 이어서 국가권력을 장악하고자 1980년 5월 17일 24시에 군부를 장악했다. 전국으로 비상 계엄을 확대하였고 계엄 포고령 10호를 선포하여 정치 활동 금지령, 휴교령, 언론 보도 검열 강화 같은 조치를 내렸다. 신군부는 김대중, 김영삼, 김종필 등을 포함한 정치인과 재야인사들 수천명을 감금하고 군 병력으로 국회를 봉쇄했다. 광주 지역 대학생들은 5월 18일에 ‘김대중 석방’, ‘전두환 퇴진’, 비상계엄 해제‘ 등의 구호를 외치며 시위를 일으켰다. 신군부는 부마민주항쟁 때처럼 광주의 민주화 요구 시위도 강경 진압하면 잠잠해질 것으로 판단하였고, 계엄군을 동원해 진압했다. 신군부는 1980년 3월부터 5월 18일 직전까지 공수부대에 충정훈련을 실시했고, 5월 초부터 군을 사전 이동 배치하고 신군부에 반발하는 시위를 진압할 준비를 마친 상태였다.   가스파르 노에 감독, 모니카 벨루치가 주연한 2002년 개봉한 프랑스 영화 《돌이킬 수 없는》 일들을 역순으로 보여준다. 처음의 끔찍한 폭력의 현실에서부터 마지막 장면의 행복했던 과거로 가면서 이젠 그 과거로 돌아갈 수 없음에 모두 좌절한다.    /안준배 기독교문화예술원 원장·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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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학
    2025-06-23
  • [현대문학산책]한강, 역사적 트라우마에 맞선 시적 산문(19)
    생생히 번쩍이는 눈으로 영혜는 허공의 어딘가를 응시하고 있었다. 그녀가 온 것도 알아차리지 못한 것 같았다. …영혜야. 대답이 없자 그녀는 좀 더 큰소리로 불렀다. 영혜야. 지금 뭘 하고 있어, 똑바로 서봐. 그녀는 영혜의 달아오른 뺨에 손을 뻗었다. 똑바로 서, 영혜야. 머리 안 아파? 얼굴이 새빨갛잖아. 마침내 그녀는 영혜의 몸을 힘주어 밀었다. 과연 다리부터 바닥으로 털썩 무너졌다. 그녀는 영혜의 목에 팔을 받쳐 들어 올렸다. ……언니. 영혜의 얼굴에 미소가 어렸다. 언제 왔어? 마치 좋은 꿈에서 깨어난 것처럼 영혜의 얼굴은 빛나고 있었다. 보고 있던 보호사가 다가와 그녀들을 로비 한 켠의 면담실로 안내했다. 원무과 옆의 면회실로 내려오기 어려울 만큼 증상이 무거운 환자들은 이곳에서 가족과 면회한다고 했다. 아마 의사와의 면담이 진행되는 곳인 것 같았다. 그녀가 탁자에 음식을 풀어 놓으려 하자 영혜는 말했다. 언니, 이제 이런 거 안 가져와도 돼. 영혜는 웃었다. 나, 이제 안 먹어도 돼. 그건 또 무슨 소리야. 그녀는 홀린 듯이 영혜의 얼굴을 보았다. 이렇게 밝은 영혜의 얼굴을 그녀는 오랜만에, 아니, 어쩌면 처음 보았다. 그녀는 물었다. 아까는 대체 뭘 하고 있었던 거야? ……언닌, 알고 있었어? 대답 대신 영혜는 물었다. ……뭘? 난 몰랐거든, 나무들이 똑바로 서 있다고만 생각했는데… 이제야 알게 됐어. 두 팔로 땅을 받치고 있는 거더라구. 봐, 놀랍지 않아? 영혜는 벌떡 일어서서 창을 가리켰다. 모두모두 다 물구나무서 있어. 까르륵 영혜가 웃었다. 그제야 그녀는 영혜의 표정이 어린 시절의 어느 순간과 닮아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외꺼풀 눈이 가늘어지며 온통 까매지는 순간, 영혜의 입에서 까르륵, 무구한 웃음이 터져나오곤 했다. 어떻게 내가 알게 됐는지 알아? 꿈에 말이야, 내가 물구나무서 있었는데… 내 몸에서 잎사귀가 자라고. 내 손에서 뿌리가 돋아서… 땅 속으로 파고들었어. 끝없이, 끝없이… 사타구니에서 꽃이 피어나려고 해서 다리를 벌렸는데, 활짝 벌렸는데… 열에 들뜬 영혜의 두 눈을 그녀는 우두망찰 건너다 보았다. 나, 몸에 물을 맞아야 하는데, 언니, 나 이런 음식 필요 없어. 물이 필요한데. 영혜는 가부장제라는 육식 문화에 채식이라는 소극적 저항으로 탈주하려 했다. 그녀는 육식을 거부하고 나무가 되고 싶다며 물구나무서서 햇빛과 물만 있으면 된다고 주장한다. 죽어가고 있는 영혜를 실은 구급차는 축성산을 벗어나는 마지막 굽이길을 달려가고 있다. 한강은 <<채식주의자>>에서 영혜를 폭력과 억압의 공동체를 탈주시키고자 했다. 가부장적 폭력으로 무너지는 인간으로서의 삶을 자연과 화합하게 하는 세상을 구현하려고 했다.   한강의 은유가 가득한 이 산문은 여성의 삶에 대해 뚜렷하게 느껴지는 공감대를 이루었다.     안준배 /기독교문화예술원 원장·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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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학
    2025-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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