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핵화’ 언급 없는 합의문에 논란
세계교회의 한반도 평화지지 재확인
판문점에서 ‘민간 평화협정체결’ 제안에 관심 고조
“침략적 합동군사훈련 반대 등 북한입장만 수용했다”
태국 방콕에서 개최됐던 ‘한반도에큐메니칼포럼’이 지난 12일 「평화를 이루기까지 있는 힘을 다 하여라(시편34:14)」는 주제로 코뮤니케를 채택하며 마쳤다. 본 포럼에는 11개 국가에서 46명이 참가하였으며, 남북의 교회를 대표하여 교회협과 조그련이 참여했고, 코뮤니케 역시 양측을 비롯한 모든 참가자들의 합의하에 채택됐다.
이번 에큐메니칼포럼에 참가한 교회 지도자들은 지난 남·북·미 정상의 판문점 회동을 공식적으로 환영하고 지지했다.
세계교회협의회는 “우리는 한반도에서 평화와 통일 및 개발협력을 위해 한국과 북한의 교회들과 전 세계의 모든 회원 교회와 동역자들과 함께 협력하겠다고 한 약속을 재확인한다”며, “오랫동안 대결 의식과 적대감, 그리고 엄청난 재앙을 야기할 수 있는 갈등을 초래할 수 있는 적대관계가 심화되었지만, 최근 대한민국과 북한, 그리고 북한과 미국합중국 사이에 벌어지고 있는 평화를 위한 정치적 시도에 대해 우리는 환영하고 지지한다”고 밝혔다.
이홍정총무가 제안한 판문점에서의 민간평화조약체결과 민간 6자회담 제안도 눈여겨 볼 대목이다. 교회협 관계자는 “세계교회와 시민들이 한반도에서 냉전을 끝내는 평화조약 체결을 촉구한다는 상징성에서 이런 제안을 했다”며, “이를 통해 정치군사적으로 평화조약이 조속히 실현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교회협과 조그련이 합의한 코뮤니케의 내용은 5가지이다. 첫째, 코뮤니케는 남북공동선언 이행을 위해 남북이 민족자주의 입장을 철저히 견지해 나가야한다며 “남북이 힘들게 마련한 관계개선의 좋은 분위기를 고조시키고, 평화와 통일의 의미있는 결실을 맺기 위해 자주정신을 약화시키고 민족의 공동이익을 침해하는 외세의존정책을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둘째로 한반도의 정세를 긴장시키고 남북관계개선에 역행하는 반통일, 반평화세력들을 반대 배격하기 위하여 적극 연대할 것이라며 “한반도와 그 주변정세를 긴장시키는 침략적인 합동군사훈련을 은폐된 형태로 강행하는 것을 규탄하며 이를 반대한다”고 천명했다. 셋째 “미국이 싱가포르 북미공동성명을 성실히 이행할 것을 강력히 주장하며, 이를 위한 연대를 강화해나갈 것”을 주장했다.
넷째 △미국과 UN 등 국제사회의 대북 적대정책을 철회하고 제재와 압박을 즉시 중단할 것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을 즉시 재개할 것 등을 요구하며 민간단체들의 교류와 협력을 위해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다섯째로는 “2020년 한국전쟁 70주년을 맞이하면서 전쟁을 막고 평화를 구축하기 위하여 미국 워싱턴 등지에서 화해예배를 드리고 한반도와 지역의 평화와 안전을 위해 함께 노력할 것을 다짐한다”고 밝혔다.
그런데 이 합의를 두고 논란이 일 전망이다. 한국교회의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보수성향의 교회에서 받아들이기 힘든 내용이 다수 포함됐기 때문이다. 샬롬을꿈꾸는나비행동 사무총장 이일호교수는 세계교회가 한반도의 평화정착을 기도하는 것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외세의존정책 중단, 침략적 군사훈련 반대, 대북 제재와 압박 중단 등은 북한이 지속적으로 주장하는 것으로 미국과 UN마저 적인 것처럼 몰아 부치는 표현은 적절치 않다”며, “북한의 입장만을 편들고 있어서 공감대를 얻기는 힘들 것 같다”고 전했다. 또 “북한의 핵무기개발과 대륙간 탄도미사일 무장에 대해서는 왜 한마디 언급도 없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비핵화에 대한 언급 없이 북한의 제재 철회를 요구하는 이번 합의문은 한국교회를 넘어 한국사회에도 파장을 낳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