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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19.05.09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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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린샷 2019-05-09 오전 10.20.58.png▲ 전정무
 
로스팅, 커피머신 설치나 수리, 카페 창업을 원하는 분들을 도우며 커피 관련 일을 시작한 지도 이제 8년 정도 됐다. 커피를 통해 사람들을 만나다 보면, ‘대한민국에 참 까다로운 사람 많구나’라고 절실하게 느끼게 된다. 인터넷이 발달한 요즘이다 보니 커피와 관련된 최신 정보부터 그 옛날 족보에 이르기까지 줄줄 외우는 젊은 손님, 향만 맡아도 이게 어느 회사 믹스커피인지 알 수 있다는 연세 지긋한 손님, 외국의 유명 카페들을 두루두루 섭렵하셨다는 손님 등 커피라는 음료 한 잔을 통해 정말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개성 강한 손님들과 떨리는 미팅이 닥쳐올 때 힘이 되고 능력이 되는 것은 프로로서의 ‘실력’인 듯하다.

자신감 있는 실력은 하루아침에 쌓이는 것이 아니다. 인터넷 서칭이 취미인 사람보다 더 많이, 더 빠르게 정보를 찾아야 하고, 제 나이만큼이나 커피를 드셔 오셨던 분들보다 더 다양한 커피를 다양한 방법으로 접하는 정성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계속 고민하고 연구하는 노력이 중요하다.

카페에서 일하는 사람을 흔히 ‘바리스타’라고 하는데 이런 면에서 본다면 바리스타가 되는 것보다 바리스타로 사는 것에 몇배의 노력이 더욱 필요하다. 그런데 주변을 둘러보면 가끔 노력을 게을리하거나 아예 노력 자체를 하지 않는 바리스타들도 보게 된다.

노력을 게을리하는 사람들을 만나게 되면 신앙인으로서 모습도 자연스럽게 돌아보게 된다. 그리고 ‘나는 과연 그리스도인으로 살기 위한 노력을 얼마나 하고 있는가’라고 자신에게 물을 때면 부끄러움이 앞선다. 한때 ‘은혜’에 집착했던 시기가 있었다. 정확하게는 ‘은혜 받아야 한다’라는 강박이 있었던 것 같다. 그렇지만 주일에 교회나 집회에 빠짐없이 ‘참석하기 위한 노력’은 할지라도 그때 마음에 남았던 말씀과 내용, 교훈들을 삶에서 실천하기 위한 노력은 턱없이 부족했기에 ‘은혜 받은 자’의 모습으로 살지는 못했다. 예수님은 나라고 하는 사람을 자녀로, 형제로, 친구로, 제자로, 백성으로, 여러 가지 형태로 부르셨지만, 나는 그저 값없이 베풀어진 은혜만을 소비하며, 스스로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게으른 사람이었던 것이다.

하나님의 사랑하심으로 아무런 노력 없이 이집트의 노예에서 자유민이 되었지만, 이후 광야를 지나 가나안에 가기까지 수십 년의 여정 동안 하나님의 백성으로 살기 위해 노력하며 몸부림쳤던 여호수아와 갈렙, 수많은 이스라엘 백성들 중 단지 이 둘만이 출애굽 이후 가나안에 들어갔다는 말씀은 나의 양심을 훑고 지나간다. 분명 나는 예수의 십자가 사건으로 사망에서 생명으로, 죄인에서 자녀로 ‘구속의 은혜’를 받았지만, ‘구별된 자’로서의 노력을 하지 않는다면 진정으로 구원받았다고 말할 수 있는가? 행함이 없는 믿음을 죽은 믿음이라 표현했던 야고보서의 말씀처럼 내가 받은 은혜 역시 내 노력이 없다면 죽은 은혜에 불과한 것은 아닐까?

커피라고 하는 업계에 몸담고 있으면서 ‘정말 끝이 없구나’라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된다. 때마다 프로란 완성되는 것이 아니고 끊임없이 노력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된다.

한 번 받은 은혜, 그때 주신 은혜를 땅에 묻어 놓는 것이 아니라 그 은혜를 가지고 노력해 주님을 더욱 기쁘시게 할 열매들을 많이 맺는 그런 삶을 살아보겠노라고 오늘도 다짐해 본다.  
/프리미엄 엑스프레소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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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로암] 프로가 되는 것과 프로로 사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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