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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19.03.25 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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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528_26_4.jpg▲ 시인 최규창
 
화나고
짜증날 때

-한번 웃자

헤헤헤
히히히

친구 웃고
나 웃고

하하하
호호호

낄낄낄
깔깔깔.
- 「웃음 도돌이」의 전문

이 동시는 일상의 생활 속에서 웃는 모습으로 기쁨의 생활을 추구했다. 웃는 생활을 통해 어린이들에게 순수하고 밝은 동심을 지닐 수 있도록 인도한다. 화가 날때나 짜증이 날때도 웃을 수 있도록 ‘웃음’의 생활습관을 생활화할 수 있도록 일깨워 준다. 웃는 모습의 생활이란 기쁨이 넘치는 생활이며, ‘웃음’은 곧 ‘기쁨’의 생활이다. 데살로니가전서 5장 16절의 “항상 기뻐하라”란 구절을 연상시킨다. 그것은 원하는 일이 성취되었을 때에 얻을 수 있는 기쁨만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라, 어렵거나 힘든 일에도 기뻐하는 것을 포함한다. 화가 나고 짜증이 날 때에도 웃을 수 있는 생활을 지녀야 한다는 의미이다. 언제 어디에서나 기쁨의 생활은 웃음이 동반되기 때문이다.

「웃음 도돌이」는 《웃음 도돌이》(2018년, 시선사 펴냄)의 표제시이며, 제37회 한국기독교문학상 수상 동시집이다. 이 시의 제목인 ‘도돌이’는 악곡에서 줄음표의 한 가지인 ‘도돌이표’에 연유한 것이다. 그것은 악곡의 어떤 부문을 두 번 되풀이하라는 뜻이다. 「웃음 도돌이」는 웃음을 계속 되풀이 하듯이, 일상의 생활 속에서 웃음의 생활화를 의미한다. 제목 자체가 이 시의 주제를 그대로 담고 있으며, 시인의 기발한 창조적인 발상이다.

“화나고/짜증날 때//-한번 웃자//헤헤헤/히히히”이란 구절은 기쁨의 삶을 영위하기 위한 것이다. 웃음의 생활이란 기쁨의 생활이 전제된 구절이다. 화가 나고 짜증이 날 때에도 웃자는 것은, 웃음만이 화가 난 마음과 짜증스러운 마음을 풀어 줄수 있기 때문이다. 웃는 마음과 모습은 기쁨의 생활을 갖기 위한 방법이다. 그리고 “친구 웃고/나 웃고//하하하/호호호//낄낄낄/깔깔깔”이란 구절은 친구와 함께 자연스럽게 웃는 모습이다. 친구와 함께 잔뜩 참고 있던 ‘웃음보’를 터뜨리고, 한꺼번에 웃음을 터뜨리는 ‘웃음바다’의 장면이다. 이 광경은 즐거운 ‘웃음꽃’을 한바탕 피우거나 어우러져 웃는 자리인 ‘웃음판’으로 표현할 수 있을 것이다.

“화나고/짜증날 때//-한번 웃자”란 것은, 타의의 설득에 의한 웃음이다. 그러나 “친구 웃고/나 웃고”란 것은 자발적인 감정에 의한 것이다. 전자는 가식적이고 타의에 의한 웃음이었다면, 후자는 감정에 의해 자발적인 웃음이다. 일상의 생활 속에서 웃는 모습이 생활화되어 가는 과정을 보여 준다.

특히 이 시에서 흥미로운 것은 웃음의 상승작용이다. 웃음의 형태에 따라 웃는 사람의 마음을 엿볼 수 있기 때문이다. 타의에 의한 어쩔 수 없이 웃어야 하는 웃음부터 자발적으로 터져 나오는 웃음형태를 고조시킨다. ‘헤헤헤’ → ‘히히히’→ ‘하하하’ → ‘호호호’ → ‘낄낄낄’ → ‘깔깔깔’의 웃음으로 상승시킨다. 시어에 대한 깊은 고뇌 속에서 구성시켰다고 볼수 있다. ‘헤헤헤’의 웃음은 힘없이 조금 벌린 모양이거나 입을 조금 벌리면서 경망스럽게 웃는 모양이다. ‘히히히’는 만족감을 느끼고 싱겁게 웃거나 비웃을 때에 내는 소리이다. 그것은 “-한번 웃자”란 구절이 암시하듯이 타의에 의한 웃음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하하하’의 웃음은 반가워서 웃는 소리이고, ‘호호호’는 입을 오므리고 입김을 많이 불어내는 웃음소리이다. ‘낄낄낄’이나 ‘깔깔깔’은 억지로 참으려다가 터져 나오는 웃음소리이다. 이 웃음들은 참지 못하고 감정에 의한 것이다. 이러한 웃음의 과정을 보면 웃음이 많이 쌓여있는 ‘웃음보따리’를 풀어 놓은 듯한 장면을 보여 준다.

/시인·한국기독교문인 협회 전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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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기독교시 다시 읽기 11] ‘웃음’의 생활습관을 생활화 - 이명희의「웃음 도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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