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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18.10.19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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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준희교수.png▲ 차준희교수
  입다 내러티브에서 야웨는 놀라울 정도로 능동적인 활동을 보이지 않는다. 야웨는 기드온에게 찾아오셨지만, 입다에게는 나타나지 않으신다. 적어도 야웨는 입다에게 할 일을 명령하지도 않는다. 입다는 사람들에게 부름을 받고 임명되었지, 하나님께 임무를 부여받은 것도 아니다. 입다는 야웨에 의해 세움 받지 않은 유일한 사사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순간 변화가 찾아온다. 입다에게 야웨의 영이 임한다. 이어서 입다는 길르앗과 므낫세를 방문하고 이곳을 지나서 길르앗의 미스베에 이르고 그곳에서 암몬 자손이 진 친 곳까지 나아간다(삿 11:29). 입다가 지도력을 발휘하기 전까지 군대의 사기는 매우 떨어져 있었을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야웨의 영이 임하여 새롭게 임명된 지도자인 입다는 각 지역 방문을 통하여 자신이 지도자임을 과시하고 사기를 고양하려고 했을 것이다.
그런데 입다는 옷니엘처럼 바로 전쟁을 수행하고 기드온처럼 보증을 요구한다(삿 6:36-40). 입다는 무모한 서원을 감행한다(삿 11:30-31). 이 서원으로 무남독녀를 번제로 바치는 비극적인 상황을 마주하게 된다(삿 11:34-40). 웹(B. G. Webb)은 다음과 같이 추정하며 입다 동정론을 설파한다.

  “입다의 입장에서 보자면 야웨는 전쟁에 여전히 무관심하고 관여하지 않는다. 입다는 자신이 야웨의 도구가 되었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 체 이미 야웨의 도구가 되어버렸다. 우리는 유리한 입장에서 입다가 공유하지 못한 것을 본다. 입다는 극단적인 수단으로 하나님의 도움을 확실히 하려고 한다. 그러나 우리는 그러한 하나님의 도움이 이미 그에게 주어졌음을 알고 있다”

  그러나 입다 자신이 야웨의 도구가 되었음을 인지하지 못했을 것이라는 주장은 근거 없는 추정에 불과하다. 이보다는 트리블(P. Trible)의 책임론 주장이 더 자연스러워 보인다. 트리블은 “입다 자신은 야웨의 영이 도와줄 것이라는 확신을 분명히 드러내지 않는다. 다만 확신과 용기를 가지고 행동하기보다는 그는 의심과 요구로 대응한다”고 주장한다.

  입다는 야웨의 영이 그에게 임했음에도 하나님과 거래를 한다(삿 11:29-31). 입다는 하나님의 뜻을 의심하고 시험한다. 게다가 입다는 야웨 신앙을 무시하고 암몬의 인신희생제사를 수용하는 우상숭배의 길을 걸어간다. 맥캔(J. C. McCann)은 “기드온이 우상숭배의 길을 열어놓았다면(삿 8:27), 입다는 그 길을 하나님 앞에서 보란 듯이 걸어간다”고 이를 잘 표현한다.

  사실 입다는 옷니엘에는 한참 못 미치는 인물이었고, 기드온보다 더 못한 처지의 사람이었다. 그는 암몬의 전쟁 위협 앞에서 길르앗의 머리와 장관의 자리를 약속받은 대가로 암몬과의 전쟁에서 이스라엘을 이끌기로 약속한다. 입다는 암몬과 외교적 협상을 시도하지만, 실패로 막을 내린다(삿 11:12-28). 이젠 전쟁만을 앞두고 있다. 이때 야웨의 영이 입다에게 임한 것이다.

  야웨의 영이 입다에게 “임했다”라는 문장의 표현에서 ‘임하다’는 동사는 옷니엘에 쓰인 단어와 같다(삿 3:10). 이는 옷니엘의 영 임재와의 유사함을 암시한다. 아마도 옷니엘에게 임한 구원의 능력은 이미 “힘센 용사”로 검증되었기에 불필요했을 것이다. 입다에게 필요한 것은 하나님의 인증을 통한 공적 권위 획득이다.

  입다에게 임한 영은 군대 지도자로서의 공적 권위부여의 영이다. 그러나 입다는 야웨의 영 임재 이후 이를 온전히 수용하지 못하고 의심하며 우상숭배자가 되어 불필요한 서원으로 딸을 잃고(삿 11:34-40), 동족을 대량 살상하는 포악함을 보여준다(삿 12:1-6). 올손(D. T. Olson)은 “참으로 하나님의 영은 지도자들에게 특별한 힘을 확실히 준다. 그러나 그 힘은 불신실하거나 잘못 인도하는 지도자들에 의해 남용될 수도 있다”라며 이를 적절하게 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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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사기에 나타난 하나님의 영(3) - 한세대학교 차준희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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