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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18.09.12 1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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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린샷 2018-09-12 오후 1.02.26.png▲ 민필원목사
  미국 미시간주 칼빈신학교에서 유학하고 있는 동안에 갈보리교회라는 현지 미국인들이 다니는 교회를 일 년 넘게 출석한 적이 있다. 그 교회는 매 주일에 대략 5000여 명이 모이는 꽤 규모 있는 교회였다. 어느 주일 아침, 여느 때와 다름없이 주일예배에 참석했다. 그날은 그 교회의 매우 특별한 날이었다. 바로 교회 설립 75주년 기념예배가 있는 날이었다. 평상시와 다름없는 예배였지만 그 가운데 그 교회의 긴 역사를 돌아보며 감사하는 몇몇 특별한 순서들이 있었다.

  그 중 나에게 가장 인상 깊었던 순서 한 가지는 헌금시간을 통해 이루어진 바이올린 독주였다. 사실 이 교회는 아주 잘 구성된 수준 높은 오케스트라가 있었다. 아마도 교인 중에는 젊고 훌륭한 연주자들도 많이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그날 헌금 시간에 바이올린 독주를 하러 나오신 분은 백발의 85세 할머니였다. 천천히 조심스럽게 강단 위로 걸어 나오신 그 할머니는 떨리는 손으로 서서히 연주를 시작하셨다. 조용한 가운데 흘러 퍼진 그 할머니의 바이올린 연주는 그 곳에 앉은 많은 사람들의 마음속에 감동으로 들려왔다. 할머니의 떨리는 손에서부터 전해오는 감동스러운 울림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우리는 그 날 그 아름다운 바이올린 독주를 하신 이 할머니가 누구신지를 알게 되었다.

  바이올린 독주를 하신 그 할머니는 그 교회가 창립되던 75년 전부터 그 교회에서 바이올린을 연주해온 분이셨다. 교회가 설립될 당시 10살이었던 소녀가 무려 75년 동안 변함없이 그 자리에서 교회의 예배를 돕는 바이올린 연주자로 봉사해온 것이었다. 그날 그 할머니의 연주 가운데 느껴지던 감동은 그 바이올린 소리뿐 아니라 그 할머니의 신실함에서부터 오는 감동이었다. 이 할머니의 연주와 신실함이 그 할머니뿐만 아니라 예배를 받으시는 하나님을 감동케 했을 것이라 확신한다.

  오늘날 우리는 모든 것이 매우 빨리 그리고 쉽게 변하는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이러한 시대적인 흐름으로 인해 우리의 마음도, 생각도 너무나 쉽게 바뀌고 움직인다. 뿐만 아니라 우리의 사랑도 쉽게 변하고 소망도 쉽게 변한다. 과연 이러한 시대 가운데 우리는 어떻게 하나님과 사람에게 감동을 주는 사람이 될 수 있을까? 우리는 많은 봉사와 사랑과 섬김이 하나님과 사람들에게 감동을 준다고 생각한다. 물론 그렇다. 그러나 이 모든 것도 하나님과 사람 앞에서 신실함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종종 목사님들 사이에서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흔히 나오는 이야기 중에 하나가 “성도들 못 믿는다”는 말이다. 그리고 종종 설교하시는 목사님들이 성도들에게 “목사는 섬김의 대상이지, 믿음의 대상이 아니다”라고 성도들에게 말씀하신다. 안타깝게도 목회의 현실에서 이러한 말들이 모두 사실이지만 이것이 가슴 아픈 것은 목사와 성도들 간에 신실함이 상실된 모습을 보게 되기 때문이다. 성도들이 목사를, 목사가 성도들을 믿을 수 없는 대상으로 여기는 것이 교회의 현실인 것은 매우 아픈 일이다.

  나는 우리의 삶이 하나님과 사람들 앞에서 신실함으로 나누는 삶의 연주가 되기를 소망한다. 75년간 변함없이 신실함으로 한 교회를 섬기셨던 85세의 할머니의 손 떨리는 바이올린 연주가 하나님과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었듯이, 우리도 우리의 신앙과 삶을 하나님과 사람 앞에서 신실하게 연주함으로 하나님과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줄 수 있기를 소망한다.
/대한신학대학원대학교 교수·천안반석교회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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