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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버트 실젠의 「가가와 도요히코 평전」

기독교신앙을 노동운동으로 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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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18.06.12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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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사회의 폭력과 착취구조에 따른 다양한 문제점 지적
사랑과 협동의 정신 통한 사회정의 실현코자 한 삶 ‘큰 울림’

  로버트 실젠이 집필한 〈가가와 도요히코 평전〉은 20세기 초반을 살았던 인물들 중 3대 성인으로 추앙 받는 ‘사랑과 사회 정의의 사도’ 가가와 도요히코를 다룬 평전이다.

  이 책은 사랑과 사회정의를 위해 치열하게 살았던 산증인 가가와 도요히코의 모든 삶의 기록이며, 그의 출생 100주년기념프로젝트로 출판된 것이다. 이 책이 최근 서정민, 홍이표에 의해 번역 출판돼 화제다. 

  사람의 생명이 돈과 이익 앞에서 한없이 경시되는 물신주의 사회가 더욱 심화되어 간다. 그 대표적인 사건으로 우리는 세월호의 비극을 경험했다. 한국사회가 ‘사람’, ‘평화’, ‘민주주의’ 등 이른바 기본부터 다시 고민해야 할 이때에 그 적절한 지도교사로 가가와 도요히코목사 만한 인물이 없다.

  그리스도교 신앙을 철저히 실천했던 가가와는 우치무라 간조와 함께 일본을 대표하는 기독교 지성으로 꼽힌다. 그는 자본주의의 경제적 착취와 폭력을 비판했으며 반전운동에 힘썼다. 그가 일본의 군사체제를 비판한 혐의로 투옥되었을 때 뉴욕타임스는 ‘일본의 간디가 체포되다’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이미 밝힌 것처럼 가가와는 슈바이처, 간디와 더불어 당대의 현존했던 3대 인물로 추앙받았던 인물로, 여러 인간적인 한계, 특히 전시 하에서 보인 국수주의적인 태도가 비판받으며 서서히 잊혀 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시아인으로서 가장 먼저 사랑과 협동의 정신으로 사회정의를 실현해 가고자 분투했다. 그의 길은 험난했지만 불굴의 정신과 업적들은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여전히 큰 울림으로 다가온다. 

  생명과 평화 그리고 정의의 가치를 그는 이미 한 세기 전부터 이 극동지역에서 묵묵히 실현했고 애써 왔음을 이 책에서 재확인 할 수 있다. 일본에서는 이미 수많은 가가와 평전이 나왔으나 저마다 너무 주관적인 서술과 편협한 자료 선택, 그리고 선양과 찬미를 통한 성인전(聖人傳) 류의 책이 많다. 특히 일본의 지배를 당했던 한국인의 일본에 대한 편견어린 감정은 일본인이 집필한 평전에 대한 의구심을 가질 수도 있다. 하지만 제3국의 시민인 실젠 선생은 그런 편견을 불식시킨다. 

  자유로운 자료선택과 개의치 않은 비판이 여과 없이 담겨있다. 동시에 협동조합 및 환경운동가로서의 입장에서 공과를 분명하게 기술한 가장 객관적인 가가와 평전이다. 이 책이 한국에서 처음으로 출판되는 ‘가가와 도요히코’의 평전이라는 점에서 책의 의미가 더 크고 값지다. 

  가가와는 협동조합운동을 천국의 경제방식에 가깝다고 믿고 그 씨를 뿌리고 가꾸는 작업을 멈추지 않았다. 평생 가난한 이웃을 위해 헌신한 그의 사상과 생애의 모범은 신앙인과 비신앙인을 떠나서 다시금 주목하고 고찰해야 한다. 2018년은 그의 출생 130년이 되는 해이다. 특히 한국을 비롯한 동아시아의 긴장이 더욱 고조되어 가는 이때, 이 평전은 늦었지만 매우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그는 일본 노동운동의 선구자이자 생활협동운동의 지도자로 치열하게 살면서 작가로서도 이름을 알렸고 노벨평화상, 노벨문학상 후보에도 여러 차례 올랐다. 그가 주창하고 고군분투했던 많은 개혁과제들 중 상당수는 현재 일본 사회에서 구체적으로 실현됐다. 

  하지만 현재 우리 사회의 폭력과 착취구조, 그에 따른 문제점들은 그가 살던 시대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그가 추구하려던 가치를 되새겨볼 필요는 여전하다.

  일본의 가가와 기념관(고베)에서 이 책에 제공한 200점이 넘는 귀한 사진은 가치있는 평전으로 자리매김하는데 부족함이 없다.

〈신앙과지성사 펴냄/서정민·홍이표 편저/A5 변형 568쪽/값 2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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