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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18.04.18 0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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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김경호목사-.jpg▲ 김경호목사
 부활절을 준비하던 강남향린교회에 느닷없이 집달관들이 들이닥쳤다. 성금요일에 성소는 침탈되었고 예배당에서 십자가는 내려졌다. 교회는 철제담장으로 폐쇄되었다. 이런 신성 모독의 사건이 최소한 법적으로 보장되어야 할 예고조차 없이 집행되었다.

 교회에 보상금은 터무니없게 낮게 책정되었다. 그 금액으로는 근처에 땅 조차도 마련할 수 없어 소송이 진행중이다. 그러나 교회는 소송과는 별도로 이사할 곳도 마련했다. 4월에 잔금을 치르고 곧 이사할 것이라는 것을 조합도 알고 있었다. 종교 시설의 경우엔 강제집행 시점이 임박하더도 지역 내 역할 및 사회적 의미 등을 고려해 가장 후순위로 집행하는 것이 관례이다.

 이런 폭거를 왜 감행했을까? 조합장이 동부지청 집행관실에 보낸 탄원서는 “재개발 사업을 차질 없이 진행하기 위해서는 강남향린교회가 우선 명도가 되어야 후속임무를 진행할 수 있으므로, 강제집행을 예고하게 되면 교회 신도들의 강력한 저항이 예상되기 때문에 예고를 하지 않고 신속하게 집행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그리하여 다른 미 이주자들에게도 집행이 임박했음을 알 릴 수 있고… ”라고 한다.

 교인들이 밖에 나와 예배를 하고 시끄럽게 하면 미 철거자들이 서두를 것이라는 꾀를 냈다는 것이 충격적이고 이를 법원은 그대로 받아들였다. 통상 강제집행이 결정될 시 법원은 계고장을 발송해 집행 사실을 예고한다. 1~2주 간 자진 철거 기간을 두고 있음에도 이런 절차를 모두 무시했다.

 시행사는 대개 재벌이다. 거여지구는 롯데건설이다. 시행사인 재벌은 법원, 구청, 경찰등과 단단하게 연대되어 있다. 이들에게는 예배가 계속되어야 하고 거룩한 것들이 지켜져야 한다는 것은 안중에도 없다.

 서울시는 2009년 ‘서울시 뉴타운 지구 등 종교시설 처리방안’을 내놓은 적이 있다. 처리방안의 주요 내용으로는 △이전계획 수립시 관련 종교단체와 협의 △기존 부지와 이전 예정부지는 ‘대토 원칙 △현 종교시설 실제 건물 연면적에 상당하는 건축비용 조합 부담(성물 등 가치가 큰 종교물품에 대한 제작설치비 고려) △사업기간 동안 종교 활동에 지장이 없도록 임시장소 마련·이전비용 등을 고려하여 보상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원칙은 대개 지켜지지 않고 작은 교회들은 교인들의 헌금으로 마련한 교회당을 빼앗기고 교인들이 거주하는 지역을 떠나 보다 싼 건물로 이주할 수밖에 없다.

 이런 일들이 재개발 지구 내에 있는 교회들에서 계속되고 있다. 이렇게 억울한 일을 당하고 신앙의 신성함이 한낮 조롱거리가 되는 일을 교회는 그냥 당하고 있어야만 하나? 작은 교회들이 거대 재벌과 맞서서 싸우다가 만신창이가 되어도 그 부담을 고스란히 해당 교회 교인들만 져야하는가? 교회가 폐쇄되고 성소가 침탈되는 것에 대해 교단과 교파를 초월해서 교계전체가 연대된 힘으로 막아내야 한다. 그래야 교회 스스로의 권리를 지켜나갈 수 있다. 이런 사례가 전체 교계에는 엄청난 숫자가 될 것인데 교계는 숫자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십년 전 용산참사 때도 그랬듯이 정권은 바뀌었어도 건설사와 조합, 법원, 경찰의 부당한 연대는 계속되고 적폐세력들이 도처에서 결탁하여 가난한 서민의 눈에서 피눈물을 흘리게 하고 있다. 적폐청산이 이제는 민생의 자리로 내려와야 한다. 이들의 부당한 유착관계를 들추어 내 일벌백계해야 한다. 더우기 교회가 하나 둘씩 거대자본에 밀려 폐쇄되는 것에 대해 교계의 연대된 힘이 강력하게 요청된다. 더 이상 성소가 침탈되고 조롱거리가 되는 일을 하나님께서는 결코 원치 않으실 것이다.

 /들꽃향린교회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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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는 성소의 침탈을 용인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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