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3-28(목)

성장주의 탈피·신학교육 강화 등 과제

교회 공공성 회복통한 공적 권위 절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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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19.08.12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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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린샷 2019-08-12 오후 4.50.55.png▲ 한국교회는 과거 믿음의 선배들이 쌓아올린 사회적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사회 공동체를 위한 사역으로 공적 권위를 드높여야 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만인평등사상·독립운동 등으로 교회의 사회신뢰 집적
윤리교육·공공사역통한 교회의 공동체성 회복이 절실

언더우드와 아펜젤러선교사를 시작으로 뿌리를 내린 한국교회는 근대 문명의 전달자이자 청교도 정신을 바탕으로 두는 윤리관을 통해 구한말과 일제강점기를 거치며 정신적 지주 역할을 맡게 됐다. 과용되는 음주와 흡연 문화를 일소하고 근면과 성실을 강조하는 노동관 등을 제시하며 교육과 의료, 구제사역을 통해 사람들의 신뢰를 쌓은 교회는 종교 공동체 이상의 사회적 조직으로 자리를 잡았다. 사람들의 신뢰를 발판삼아 한국교회는 사람들을 끌어모을 수 있었고 70~80년대 급격한 경제성장에서 채울 수 없었던 정신적 갈증을 해소해주는 오아시스가 되어주었다. 하지만 현재 한국교회가 사회적 신뢰를 받고 있다고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많은 교회 원로들과 학자들은 한국교회가 사람들의 신뢰를 잃어버린 데에는 윤리적 타락과 더불어 공공성을 잃어버렸다고 진단한다. 사람들의 신뢰를 다시금 얻을 수 있도록 기독교적 윤리관 확립과 공공사역에 매진해야 한다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다.


민족계몽의 선구가였던 기독교
 두 차례의 양요와 갑신정변, 을사조약 등 사회적 혼란이 극심한 시기에 한반도로 들어온 기독교는 혼돈에 빠졌던 민중의 정신적 지지대가 되어주며 당대 사람들이 필요했던 부분을 적절히 채워주었다. 서구권에서 유입됐다는 특수성과 신학연구를 위해 해외 유학에 나섰던 목회자가 많았던 사실은 선진적인 서구문물을 쉽게 접할 수 있는 통로로 인식되면서 자연스럽게 사람들의 머릿속에 기독교를 향한 신뢰와 믿음이 생겨났다.

 구한말 역사적 맥락에 관해 김재성교수(국제신학대)는 “정신적인 갈등과 사상적 방황, 지도층의 대립과 혼돈 속에서 실학파의 구국운동은 실패했다”며, “조선 후기 역사에서 가장 중심이 되어야 할 정신적인 중추세력이 표류하던 비극적 현상이다”고 진단했다. 이어 “구한말 왕정 통치의 한계와 봉건제도의 패착을 드러내는 사건들이 연속해서 벌어졌는데도, 개혁적 실학운동은 정치적인 격변에 휘말리면서 사색당쟁에 빠져 있었다”며, “충효적인 애국심만으로는 풀 수 없는 이념적 혼돈의 연속이었다”고 덧붙였다.

 혼돈의 시대에서 기독교는 사회가 고아와 과부 등 사회가 미처 돌보지 못했던 빈민을 구제하는 데에 힘을 기울였다. 가부장제로 크게 기울어버린 유교 전통 아래 직업적 소명을 인정받지 못했던 상인과 중인, 집안일이나 하는 천한 존재로 격하됐던 여성 등 사회적 약자에게 있어 기독교가 지닌 만인평등의 사상은 지식인들에게 서구 문명의 발전 원인으로 여겨졌다. 이를 바탕으로 김구와 안창호, 이승만, 함석헌 등 서로 다른 생각과 행적을 보인 이들 사이에는 기독교가 한민족을 구할 수 있다는 공통된 의견이 나올 수 있었다.

 을사조약으로 인해 나라를 빼앗긴 뒤에도 한국교회는 그간 맡아왔던 민족적 소명에 부응하고자 소외된 이들에게 희망을 전하고 민족이 겪는 고난에 동참했다. 심지어 민중과 함께하고자 당시 한국교회 목회자들은 선교사들에게 알리지 않고 3·1운동을 모색할 정도였다.

 감신대학교 학장으로 재직했던 고 송길섭박사는 기독교사상 제249호에 「선교사들이 본 3·1운동」이란 제목으로 게재한 글을 통해 3·1운동에 관한 선교사의 소견을 밝혔다. “일본이 3·1운동을 선교사와 관련시키려고 하나 우리가 아는 한에 있어서는 선교사들은 이 운동에 처음부터 관여한 바도 없고 또 자세히 아는 바도 없었다. 3·1운동이 터짐으로 일본제국만 놀란 것이 아니라 선교사들도 깜짝 놀랐다. …… 어느 장로교 선교회의 보고서는 이 운동이 그들에게 청천벽력과 같이 왔다라고 언급하고 있다”


탈성장주의적 사역 필요성 제시
 사람들의 신뢰를 얻자 교회를 시무하는 목회자를 향한 신뢰 또한 증가할 수밖에 없었다. 비록 체계적인 교육과정을 모두 거친 목회자가 많은 편은 아니었지만, 사회 구성원으로서 자신의 의무를 다하고자 하는 열정과 헌신적인 모습은 많은 이들의 뇌리에 긍정적인 인상을 심어주었다. 하지만 성장제일주의와 개교회 우선 문화, 목회자 개인을 향한 무한한 신뢰가 맞물리면서 목회자 개인의 권위가 무한정 증가하게 됐다. 권위를 바탕으로 교회에서 목회자 개인이 군림하는 경향이 늘고 교인 또한 무비판적으로 동조하면서 성추문이나 폭력사건, 임금체불 등 교회 내부에서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이를 쉬쉬하는 문화가 생겨나게 됐다. 이로 인해 기독교인과 목회자, 한국교회 전체를 향한 자성과 개혁의 목소리를 커지게 됐다.

 이렇게 교회의 신뢰도가 떨어지고 사회적 공분의 대상이 된 가장 큰 원인으로 교계의 전문가들은 그간 한국교회가 성장제일주의에 바탕을 두어 교회를 이끌어오면서 발생한 윤리의식 부족을 꼽고 있다. 한 명이라도 더 많은 교인을 모으고 크고 아름다운 교회를 건축하는 것이 교회와 목회의 존재 목적이자 의의로 변질된 것이다.

 지난해 한국복음주의신학회(회장=원종천교수)에서 「위기시대의 목회」란 주제로 진행된 토론에서 이정익목사(신촌교회 원로)는 “그동안 우리 사회를 지배한 사고는 경제성장 제일주의였다. 경제적으로 부유해지면 모든 것이 해결된다고 생각했다”며, “문제는 경제성장이 우선이라는 이유로 사람의 생명과 가정, 자연환경이 파괴됐으며 비윤리적이고 비도덕적인 행동을 조장했다”고 전했다. 이어 “교회도 성공우선주의를 여과 없이 받아들였고 교회 성장을 번영신학의 논리로만 이해하였다”며, “교회와 목회자의 간증과 수기는 외형적 성공만을 이야기했으며 이를 보고 들은 교회와 목회자들은 외적 성장과 성공이 곧 교회의 성장이고 하나님의 능력이라는 방정식이 성립하게 되었다”고 덧붙였다.

 현재 우리 사회의 흐름은 탈권위주의와 간소화로 나아가고 있다고 밝힌 이목사는 “한국기독청년협의회가 실시한 청년의 교회·종교의식 설문조사에 의하면 청년들은 탈권위 시대에 목회자의 권위를 강조하는 교회에 남아 있을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며, “교회의 권위주의는 성장제일주의와 관련이 있다. 한국을 비롯한 개발도상국들이 급성장을 이룬 배경에는 카리스마를 갖춘 지도자를 중심으로 한 독재정치가 있었다. 고도성장과 도시화 현상은 교회의 급성장으로 이어지고 교회에서도 카리스마적 목회자들가 등장하면서 교회의 급성장이 이루면서 대형교회의 토대가 마련됐다”고 강조했다. 

 또한 이목사는 “목회자의 문제는 신학교육의 문제로 이어진다. 전반적으로 교인들의 숫자가 줄어드는 것과 달리 목회자는 늘어나고 있는 기형적인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며, “교회는 신학을 통한 비판적 성찰 없이 성장우선주의로 빠지고 신학은 교회와는 상관없는 신학으로 가고 있다. 하나님의 말씀인 성경과 교회의 머리 되신 그리스도를 바탕으로 세워진 신학이 교회와 상관없이 간다는 것은 모순이다”고 피력했다.
 

공적 권위의 회복 절실
 한국교회가 잃어버린 신뢰를 되찾고 이 사회와 소통하는 공동체가 되기 위해선 내부 개혁과 더불어 사회 참여형 공공사역을 모색해야 한다는 의견이 일고 있다.

 이길용교수(서울신대)는 “지난 천 년간 세계를 바꾼 사람 100명 중 마르틴 루터로 3번째 인물로 선정될 정도로 그가 인류사에 끼친 영향력은 막중하다”며, “믿음에 관한 새로운 조명을 통해 개신교라고 하는 새로운 시대를 연 장본인인 루터의 개혁은 기독교에만 국한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여성을 포함하는 공교육을 세계 최초로 실시했으며 개인 중심의 신앙관을 제시하면서 개인이 자아를 찾고 드러낼 수 있도록 새로운 길을 제시했다”며, “이를 바탕으로 루터는 근대 유럽 문명을 디자인했다”고 역설했다.

 교회의 공공성 회복을 통해 선한 권위를 일궈야 한다는 의견도 힘을 얻고 있다. 이은서 전 교수(세종대)는 “권위는 개인과 공동체의 삶을 구체적으로 돕고 증진하여 전개할 때 주어진다. 한나 아렌트가 말했듯 권위는 화자의 행실과 원칙에 근거한다”며, “현대는 이 모든 것이 무너졌기에 권위의 붕괴 현상이 나타난다. 오늘날 교회가 삶에서 권위가 되지 못하고 떠나는 사람들이 많은 것은 교회가 개인의 삶을 증진하고 북돋지 못하기 때문이다”고 밝혔다. 또한 “추락한 권위를 놓치지 않고자 한국교회의 많은 지도자들은 자신들이 은총을 독점하고 영적이라 외치며 교인, 특히 여성 교인을 대상으로 억압과 우민화, 성적 노리개로 삼으며 사슬로 묶으려고 한다”며, “은총이라는 이름으로 소수의 남성 목회자나 성령 세례를 받았다고 독점한 이들에게서 성의 타자성을 통해 진정 보편적인 은총의 회복을 교회가 추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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