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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19.03.25 0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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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528_26_4.jpg▲ 시인 최규창
 
님의 무덤을 찾아오지 않고서야
어찌 시인이라 할 수 있으랴
그대처럼 아파하지 않고서야
어찌 시를 쓴다 할수 있으리오
부끄러움 하나 느끼지 않고 시를 썼던
가짜 시인을 꾸짖어 주십시오
눈물 없이 쓴 껍데기 시를
심판해 주십시오
참회록 없는 이 시대의 시인들을
파면해 주십시오
당신 무덤에 피어오른 동주화를
내 마음의 무덤에 심도록 허락해 주십시오
-「윤동주 무덤 앞에서·3」의 전문

이 시는 일제에 저항한 윤동주의 삶과 고고한 시정신을 추구했다. 화자인 소강석시인(새에덴교회 목사)은 윤동주의 무덤 앞에서 그의 삶과 시정신을 기리고, 스스로의 시작(詩作)에 계승하려는 결의를 표현했다. 그것은 시인으로서의 삶과 시작(詩作)의 자세로 형상화시켰다. 이 시대를 사는 시인이 지녀야 할 품성(品性)을 일깨워 준다. 그것은 신앙인의 바른 삶에 대한 길을 의미한다.

이 시는 윤동주의 삶과 시정신을 전제한 후에, 화자의 시인적인 삶을 되돌아보는 형태로 구성했다. “있으랴”나 “있으리오”, 그리고 “주십시오”란 구절의 반복을 통해 윤동주의 삶과 시정신을 화자에 대한 삶과 시정신으로 극대화시킨다. 특히 “있으랴”나 “있으리오”란 윤동주의 삶과 시정신을 전제한 후에 화자인 스스로의 시인적인 삶을 되묻는다. 또한 “주십시오”도 오늘의 현재를 돌아보며 결단하고 요구하기도 한다. ‘심판’과 ‘파면’, ‘허락’은 법률적으로 판결에 대한 언어이다. ‘심판’과 ‘파면’으로 옳고 그름에 대한 분명한 결단을 내리고, ‘동주화’를 심도록 허락해 달라고 요구한 것이다.

“님의 무덤을 찾아오지 않고서야/어찌 시를 쓴다 할수 있으리오”란 구절에서 윤동주의 삶과 시정신을 표현했다. 윤동주의 고고하고 지순한 시정신을 알지 못하면 시인이 될수 없다고 단언한다. 일제의 서슬퍼런 시대에 순교자적인 각오로 시를 썼기 때문이다. 그것은 시로 십자가의 사명을 감당했다고 볼수 있다. 또한 “그대처럼 아파하지 않고서야/어찌 시를 쓴다 할수 있으리오”란 구절은 윤동주처럼 아파하지 않고서는 시를 쓴다고 할수 없다. 윤동주의 아픔이란 시대적인 상황인 나라를 빼앗긴 슬픔에서 비롯되었다. 오늘의 시인도 윤동주처럼 고고하고 지순한 시정신과 현대사회의 시대적인 아픔을 지녀야 한다고 일깨워 준다.

그리고 ‘부끄러움’이나 ‘눈물’, ‘참회록’은 윤동주의 시를 연상시키고, 윤동주의 시를 상징한 시어들이다. 이 시어를 통해 윤동주의 삶과 시정신을 떠올리고, 시인의 자세를 일깨워 준다. “부끄러움 하나 느끼지 않고”란 구절은, 「서시(序詩)」의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이란 구절을 떠올려 준다. 부끄러움을 느끼지 않고 시를 쓰는 시인은 ‘가짜 시인’으로 간주한다. 또한 “눈물 없이 쓴 껍데기 시를”이란 구절은 눈물이 없는 시란 껍데기에 불과하고 기교만 앞세워 감동이 없기 때문이다.  또 “참회록 없는 이 시대의 시인들을”이란 구절은, 윤동주의 「참회록(懺悔錄)」이란 시를 떠올려 준다. 과거의 죄악을 깨달아 뉘우치고, 죄를 뉘우쳐 하나님께 고백함으로써 바른 삶과 이 시대와 함께 하는 시를 쓸수 있기 때문이다.

“당신 무덤에 피어오른 동주화를/내 마음의 무덤에 심도록 허락해 주십시오”란 구절의 ‘동주화’는 화자가 윤동주의 무덤에 피어있는 꽃을 동주화로 명명한 것이다. 시인은 창조적인 시각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기발한 시인적인 발상이다. 윤동주의 삶과 시정신을 동주화로 함축했다. ‘내 마음의 무덤’에 심도록 허락해 달라는 것은, 윤동주의 바른 삶과 시정신에 대한 동경에서 비롯된다. 그것은 윤동주와 화자 간에 일체적(一體的)인 삶을 희구한 것이다. 
/시인·한국기독교문인협회 전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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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기독교시 다시 읽기 10] 윤동주의 삶과 시정신을 추구 - 소강석의 「윤동주 무덤 앞에서·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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