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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19.03.25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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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528_26_4.jpg▲ 시인 최규창
 
오늘 그 곳에는
하늘의 빵을 나눠 준다
십자가를 바라보고
아이들이 오고 있다

오늘 그 곳에는
하늘의 소식을 알려 준다
십자가를 바라보고
청년들이 오고 있다

오늘 그 곳에는
멀리 떠났다가 돌아온 친구도 있고
사랑하는 딸도 있고
이웃집 아저씨도 있고
어머니 빈 자리도 있다

오늘 그 곳에는
하늘 가는 밝은 길을
훤히 비춰주는 등불이
대낮처럼 켜져 있다
     - 「크리스마스」의 전문

이매수의 「크리스마스」는 크리스마스를 맞은 교회의 정경(情景)을 형상화했다. 아기 예수의 탄생을 축하하기 위해 어린이와 청년들, 그리고 멀리 떠났다가 돌아온 친구와 사랑하는 딸, 이웃집 아저씨도 참석하고, 어머니의 빈 자리를 떠올리며 예배를 드리는 광경이다. 크리스마스이기 때문에 모두가 참석한 것이다. 이러한 크리스마스를 맞은 교회는 하늘나라의 밝은 길을 훤히 비춰주는 등불이 대낮처럼 켜져 있다. 크리스마스의 교회정경을 풍경화로 그리듯이 선명하게 그려 준다.

이 시의 각 연마다 반복된 “오늘 그 곳에는”이란 구절의 ‘오늘’은 크리스마스인 12월 25일이고, ‘그 곳’은 화자가 다니는 교회당이다. 제1연과 제2연의 “십자가를 바라보고”란 구절은 크리스마스를 알리는 빨간 불이 켜진 십자가이다. 이 반복을 통해 아기 예수가 탄생한 날인 크리스마스와 이 날을 맞은 교회당의 분위기를 고조시켜 준다.

제1연은 크리스마스를 맞은 교회에서는 어린이들에게 크리스마스선물인 빵을 나눠 준다. 어린이들은 빵을 선물로 받기 위해 십자가가 보이는 교회에 모여 든다. 이 빵은 세상적인 빵이 아니라, 신앙적인 의미를 부여한 ‘하늘의 빵’으로 표현했다. 어렸을 적에 크리스마스 때마다 선물로 주던 빵과 과자를 받던 추억을 떠올려 준다. 

제2연은 ‘하늘의 소식’을 듣기 위해 청년들이 모여 든다. 이 날은 크리스마스이기 때문에 아기 예수의 탄생과 그의 생애를 통한 구원의 소식을 전할 것이다. 이 ‘하늘의 소식’은 구약에서 선지자에 의한 하나님의 말씀에 대해 인용되고, 신약에서는 그리스도의 복음을 의미한다.

제3연은 아기 예수의 탄생을 축하하는 예배에 참석한 자들이다. 크리스마스를 맞아 직장과 학교 등으로 멀리 떠났다가 돌아온 친구와 사랑하는 딸, 그리고 이웃에 사는 아저씨도 앉아 있다. 이들은 평소에 보지 못했던 자들이다. 멀리 떠났다가 크리스마스를 맞아 예배에 참석한 것이다. 그러나 모두가 앉아 있지만, 그 자리에 앉아 계셔야 할 어머니는 보이지 않고 빈 자리로 남아 있다. 이미 하늘나라로 떠나신 어머니를 ‘어머니 빈 자리’로 떠올려 준다.

제4연은 어느 교회나 크리스마스를 맞은 밤에는 대낮처럼 불을 켜고, 아기 예수의 탄생을 축하하는 예배와 축하행사를 가진다. 축제의 분위기로 진행한다. 예수가 이 땅에 오신 것은, 죄인인 모든 사람들을 구원해 주시기 위해 오셨다.

이 시는 크리스마스를 맞은 교회의 정경과 하늘나라 가는 길의 밝은 길을 일깨워 준다. 하늘나라에 가는 길도 여러 갈래의 길이 있지만, 크리스마스 때에 가르쳐주는 길은 지름길이다. “하늘가는 밝은 길을/훤히 비춰주는 등불”로 표현한 것이다. 예수가 이 땅에 오심으로 구원의 길을 제시해 주셨기 때문이다. 하늘의 양식인 ‘하늘의 빵’이나 ‘하늘의 소식’은 하늘나라에 가는 밝은 길의 가장 필요한 자산이다. 이 시에서 보여주는 것처럼 그의 시들은 이미지가 선명하고, 군더더기 없는 시어와 정갈한 구성이 특징이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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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기독교시 다시 읽기 4] 크리스마스를 맞은 교회의 정경 - 이매수의 「크리스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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