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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19.03.25 0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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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528_26_4.jpg▲ 시인 최규창
 
한 날이 나에게 왔습니다.
나의 식탁에
나의 배를 채울 빵과
물이 한 잔 가득합니다
나의 허물을 감싸 줄 아내
나를 꼭 필요로 하는
해맑은 자녀가 있습니다
내 인사를 받아 줄 이웃을
오늘도 만날 것입니다
당신의 말씀이
나의 생명의 되었습니다.
- 임만호의 「오늘아침 · 2」 전문

이 시는 하나님의 섭리와 사랑에 연유한 아름다운 가정의 정경(情景), 그리고 신앙이 생활화된 삶을 보여 준다. 가장(家長)인 화자가 하나님이 주신 오늘의 한 날을 시작하는 아침에 아침식탁과 아내, 그리고 자녀와 이웃의 모습을 떠올린다. 행복한 가정과 사랑의 삶에 의한 하루의 일과이다. 생활화된 신앙의 삶에서 비롯된 것이다.

“한 날이 나에게 왔습니다”란 하나님께서 오늘의 하루를 주셨다는 의미이다. ‘왔습니다’는 자의(自意)에 의한 것이 아니고 타의(他意)인 하나님에 의해 주어졌음에 대한 신앙의 자각(自覺)에서 생성된 인식이 반영되어 있다. 그것은 스스로가 맞이 하고 차지한 것이 아니라, 저절로 주어졌다는 것은 하나님의 섭리에 의한 사랑이다. 믿는 자들의 삶과 활동에 대한 하나님의 돌보심인 것이다. 세상의 모든 일은 하나님께서 섭리하시고, 인간에 대한 사랑의 배려이기 때문이다. 

“나의 식탁에 / 배를 채울 빵과 / 물이 한 잔 가득합니다 / 나의 허물을 감싸줄 아내 / 나를 꼭 필요로 하는 해맑은 자녀가 있습니다”란 구절은 아침식탁과 가족의 모습을 떠올린다. 행복하고 단란한 가정의 풍경이다. 풍경화를 가까이서 보듯이 선명하게 보여 준다. 아침식탁이 ‘빵’과 ‘물의 한 잔’으로 단조롭게 보일 수도 있지만, 이 시의 전체적인 맥락에서 보면 풍성한 식탁이다. 부수적인 음식이 생략되었지만, 배를 채울 만큼의 영양적인 요소를 갖춘 음식이 차려져 있다고 연상된다. ‘배를 채울’이나 ‘가득’이란 의미가 풍성함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나의 허물을 감싸 줄 아내”란 구절은 “내 허물을 주머니에 봉하시고 내 죄악을 싸매시나이다”(욥기 14장 17절)란 하나님의 말씀을 떠올려 준다. 바른 부부관계의 모습이다. 서로가 허물을 감싸주고, 존중하는 관계임을 암시해 준다. 그것은 신앙의 삶이 작용한 행위인 것이다. 또 “나를 꼭 필요로 하는 / 해맑은 자녀가 있습니다”도 자녀사랑에 대한 표현이다. 자녀양육은 부모의 책임이고 의무임을 인식시켜 준다. “해맑은 자녀”로 표현한 것은, 바른 자녀교육으로. 순수하게 성장하고 있음을 보여 준다. 그리고 “내 인사를 받아 줄 이웃을 / 오늘도 만날 것입니다”란 구절은 공동체적인 삶을 암시한다. 이웃이 외면하지 않고 인사를 받아주는 것은 친근한 관계이거나, 신앙의 생활화로 지닌 품성때문이다. 

“당신의 말씀이 / 나의 생명이 되었습니다”란 구절은 “말씀이 육신이 되어 우리 가운데 거하시매 우리가 그 영광을 보니 아버지의 독생자의 영광이요 은혜와 진리가 충만하더라”란 요한복음 1장 14절에 근거해 형상화했다. “당신의 말씀이 / 나의 생명”이란 “말씀이 육신이 되어”와 동일한 의미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성육신(成肉身)을 떠올린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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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기독교시 다시 읽기 2] 행복한 가정과 사랑의 삶 - 임만호의 「오늘 아침 ·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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