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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18.11.01 0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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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준희교수.png▲ 차준희교수
  ⑤ 나가는 말
  베스터만(C. Wester mann)은 구약의 영에 관한 논문에서 사사시대의 루아흐의 특징을 다음과 같이 정리했다.

  1) 하나님의 영은 모든 사람이 인정하는 위기 상황에서 활동한다. 2) 하나님의 영은 사람이 설립한 공식기관에 의해 위임받지 않은 한 사람을 통하여 특별한 일을 한다. 3) 이 사람은 주어진 명령에 의해서 움직이며, 그에게 임한 하나님의 영의 능력이 백성들을 자발적으로 참여토록 고무시킨다. 4) 이 자발적으로 집결된 집단은 대적의 수를 능가하지 않는 소수의 집단을 형성한다. 5) 하나님의 〈루아흐〉는 위기의 상황에서만 활동하는 것으로 제한된다. 한 번도 지속적인 힘으로 활동하지 않는다.

  이러한 다섯 가지 특징들은 옷니엘, 기드온의 경우에는 매우 적절하다. 그러나 입다와 삼손의 경우 이 특징들 모두가 적용되지는 않는다. 입다의 경우 2)의 특징은 해당되지 않는다. 입다는 야웨의 영이 임재하기 전에 길르앗 장로들에 의해서 이미 지도자로 위임받는다(삿 11:4-11). 

  또한 삼손의 경우 적어도 이 가운데 1), 3) 그리고 4)의 특징은 적합하지는 않아 보인다. 삼손이 사사직을 수행하는 동안 이스라엘 사람들은 40년간 블레셋의 지배를 받았다(삿 13:1). 그러나 당시 이스라엘 백성들은 이방인들에게 겪고 있는 예속상황을 벗어나야 할 위기로 여기지 않은 것 같다. 삼손 내러티브에서 백성들이 이스라엘의 구원을 위해 하나님께 부르짖었다는 언급이 없으며, 오히려 블레셋과의 무력 충돌을 피하고 현재의 예속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문제의 삼손을 결박하여 블레셋에게 넘긴다(삿 15:9-13). 1)의 특징은 삼손의 경우에 맞지 않는다. 또한 삼손은 블레셋과의 전쟁을 위해서 이스라엘을 소집한 적도 없다. 삼손은 이스라엘 공동체의 구원에는 관심도 없어 보이고, 오직 개인의 사적 충동에만 휘둘린 사람이었다. 따라서 3)과 4)의 특징도 삼손에게는 적합하지 않다.

  사사시대에 야웨의 영을 체험한 사사는 옷니엘, 기드온, 입다 그리고 삼손뿐이다. 이들에게 임한 야웨의 영을 표현하는 동사가 모두 일치하지는 않는다. 대체적으로 뒤로 갈수록 야웨의 영의 임재가 강력해진다. “임했다”→“입었다”→“격동시켰다”→“꿰뚫고 들어갔다”.

  또한 그들에게 임한 야웨의 영의 기능도 약간의 차이가 있어 보인다. 1) 옷니엘의 경우는 새로운 사사제도와 최초의 사사로서의 ‘공적 인증’과 이스라엘의 구원을 위한 ‘능력부여’의 기능이다. 2) 기드온의 경우는 소심함과 두려움을 대체하는 ‘군사적 지도력’을 내면에(기드온을 옷으로 입고) 채워주는 기능이다. 3) 입다의 경우는 미천한 신분을 말소시키는 ‘공적 권위’를 부여하는 기능이다. 4) 삼손의 경우는 새로운 일을 하도록 ‘마음을 격동’시키고. ‘초인적인 괴력’을 몸에 심어주는 기능이다. 

  특히 삼손에게 임한 영은 옷니엘, 기드온 그리고 입다에게 주어진 이스라엘을 인도하는 카리스마적·공적 권위와는 전혀 다르다. 삼손에게 임한 영은 오직 초인적인 괴력으로만 기능한다.

  또한 사사기에 나타난 야웨의 영의 중요한 특징은 일시성이다. 사사 시대의 야웨의 영의 활동은 지속적이 않았고, 일시적으로만 임하였다. 이는 삼손의 경우를 통하여 잘 입증된다. 삼손은 새로운 사건을 경험할 때마다 여러 번에 걸쳐서 야웨의 영을 체험한다(삿 13:25; 14:6, 19; 15:14). 야웨의 영은 위기의 상황에서 벗어나도록 일시적으로만 역사한다.

  마지막으로 사사기의 야웨의 영은 사람의 내적 변화를 이끌지는 않는다. 사사기의 맥락에서 야웨의 영은 인간 존재의 인격과 삶을 변화시키지 않은 채 특정한 목적을 위한 능력을 수여할 뿐이다. 야웨의 영이 임한 사람은 더 수준이 높거나 이상적 형태의 사람이 되지는 못한다.

  블록(D. I. Block)의 사사 인물평은 이 점을 잘 드러내주고 있다. “옷니엘은 지도자로 징집된 개종자였고, 기드온은 좋게 말하면 고집이 세고 신실하지 않은 사람이고, 나쁘게 말하면 반이교도였다. 입다는 가나안 방식의 어리석은 서원으로 승리를 확실히 하려고 애쓰는 정신적 상태가 의심되는 기회주의자였고, 삼손은 고귀한 소명을 허비하고 자신의 능력을 아주 이기적으로만 사용하는 이기적인 바람둥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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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사기에 나타난 하나님의 영(5) - 한세대학교 차준희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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