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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18.02.28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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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면 정론 - 연규홍 복사본.jpg▲ 연규홍 총장
올해의 봄은 수난절과 함께 시작된다. 기독교는 고난의 종교다. 고난이 없이 새 생명이 싹 틀수 없고 고난이 없이는 성장과 성숙이 없다. 생명의 원리가 그렇기 때문이다. 한 알의 씨앗이 땅에 떨어져 죽지 않고는 결코 많은 열매를 맺을 수 없다. 고난 없이는 부활도 영광도 없다.

금년에도 어김없이 목회를 꿈꾸며 그리고 신학도의 길을 걷기 위해 신학교를 찾아오는 학생들이 많을 것이다. 신학의 길은 곧 고난의 길이자 영광의 길로 이어질 것이고, 신학을 가르치는 학교 역시 고난의 길을 위한 여정을 준비하는 고난의 학교가 될 것이다.. 새내기로 신학생이 되는 여러분들에게 고난의 학교에 입학 한 것을 진심으로 환영한다.

얼마 전 시인 이해인수녀님의 병상일기를 읽었다. 수녀님보다 나이가 두 살 많은 언니 수녀님의 이야기가 제게 감동이었다. 암에 걸린 동생을 위해 기도하는 내용이다. 투병 중에 힘들어하는 사랑하는 동생을 위해 언니로서 할 수 있는 것은 갈멜수녀원에서 한 주일에 두 번 마실 수 있는 커피를 끊고 자기희생의 기도를 주님께 드린 다는 것이었다. 

내 즐거움과 행복을 포기하지 않고는 다른 이들에게 기쁨과 행복을 줄 수 없다. 많아서 주는 것이 아닙니다. 넘쳐서 나누는 것이 아닙니다. 자기도 모자라고 부족함에도 나보다 더 어려운 이를 위해 나누는 것. 그것은 물질이 아닙니다. 영적인 사랑이다. 

희생이 없는 종교는 가짜 종교다. 특별히 기독교는 저 높은 하늘 보좌를 버리시고 낮고 천한 말구유에 종의 형체로 오신 하나님을 믿는 종교다. 그리고 피 한 방울까지 아낌없이 십자가 위에서 인류의 구원을 위해 주신 예수 그리스도를 고백하는 종교다. 서로 잡아먹고자 경쟁하는 약육강식 세상 속에서 스스로 밥이 되어 우리에게 자신의 몸을 주신 하나님의 아들이요 이 땅에 다시 오실 주님을 기다리는 종교다. 

오늘날 한국교회는 급격히 쇠락하고 있다. 그러나 하나님은 신학의 길에 들어선 여러분들에게 큰 기대와 소망을 갖고 계십니다. 인공지능의 시대가 온다하더라도 주님이 세우신 교회는 없어지지 않다. 죄인인 인간이 존재하는 곳이라면 구원의 복음은 끊임없이 선포되어야 한다. 

한 가지 중요한 것은 하나님은 지금까지 이 땅에 있는 교회의 형태가 아니라 성령의 능력 안에서 새로운 교회 공동체를 끊임없이 창조하신다는 것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특징은 융합과 창조이다. 기존의 것을 가지고 새로운 것을 만들어가는 것이다. 여기에는 도전하는 실험정신과 영감이 필요한다. 성서는 구원의 책이며 끊임없는 영감의 원천이다. 성서가 없이는 혁명을 이룩할 수 없다. 아니 성서를 바로 읽고 그 뜻을 안다면 성서를 가지고 혁명을 안 할 수 없다. 

신학을 위한 모든 학문은 궁극적으로 성서를 성서되게 바로 읽고자 하는 준비이다. 성서에 집중하자. 성서는 나를 찾아주고 나를 읽어주는 유일한 책이다. 온 천하를 얻더라도 진실한 나를 찾지 못한다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수 만권의 책을 내가 읽을 수 있어도 나를 진실되게 읽어주는 위로와 소망의 책이 이 땅위에 어디 있는가? 나를 찾아야 한다. 그리고 나를 읽어야 한다. 그 나는 십자가 위에서 나를 위해 모든 것을 버리신 나사렛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만 찾을 수 있다. 그리고 나를 읽을 수 있다. 

아낌없이 나를 위하여 자기 생명을 버리신 예수님의 사랑 안에서 진정한 나를 찾는 여정, 그것이 신학의 영광된 길이다.

/한신대학교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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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생이 없는 종교는 가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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