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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버의 「기독교 윤리의 해석」 화제

신학적인 인간학의 안내자를 감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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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19.08.12 1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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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통과 자유주의 기독교를 지양, 예언적인 기독교를 제시
그리스도가 제시한 사랑의 윤리를 현실 속에서 실천해야

라인홀드 니버의 대표작을 꼽으라면 그의 출세작인 <도덕적 인간과 비도덕적 사회>와 그의 사상을 집대성한 작품인 <인간의 본성과 운명 Ⅰ, Ⅱ>(종문화사)을 들 수 있을 것이다. 도덕적인 개인들도 집단에 소속되면 쉽게 악에 물든다고 주장하며 기독교적 가치를 정치-사회적 문제에 적용하려는 첫 번째 시도가 <도덕적 인간과 비도덕적 사회>였다면, <인간의 본성과 운명Ⅰ, Ⅱ>은 죄의 보편성에 대한 강조와 인간의 본성에 대한 기독교적 관점을 옹호하여 독자적인 신학적 인간학-윤리학을 완성시킨 책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니버 사상의 양대 산맥을 이루는 명저들 사이에서 시기적으로나 사상적으로나 가교 역할을 하고 있는 작품이 곧 <기독교 윤리의 해석>(종문화사)이라 할 수 있다. 산투리가 서문에서 서술하듯이, <기독교 윤리의 해석>은 <도덕적 인간과 비도덕적 사회>에서 던져진 질문들에 대한 해답을 제시하는 한편, <인간의 본성과 운명Ⅰ, Ⅱ>에서 전개된 신학적 인간학에 대한 안내자의 역할을 한다.

 의심할 바 없이 <기독교 윤리의 해석>에서 주된 논지는 사랑-정의의 변증법이지만, 이른바 ‘예언적 기독교’를 주창하는 점 또한 <기독교 윤리의 해석>의 핵심요소이자 니버가 제시하는 독특한 논지다. 니버는 “역사의 모든 현실은 도래하고 나면 단지 이상의 근사치에 불과했다는 점을 스스로 드러내게” 되며, 그러한 의미에서 “사실상 하나님의 나라는 언제나 다가오지만 결코 임하지는 않는다”고 주장했는데, 이러한 생각을 가장 잘 드러내는 예가 바로 기독교의 두 형태들에 대한 분석이다. 

 니버는 정통 기독교와 자유주의 기독교를 모두 지양하며 역사 속에 결코 완벽히 실현된 적이 없는 ‘예언적 기독교’를 제시한다. ‘예언적 기독교’가 실현된 적이 한 번도 없는 것은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 속에는 ‘결정적인 도덕적·영적 과정’이 존재하지도 존재할 수도 없기 때문이다. 상징과 신화에 대한 문자주의를 고수하고 인간의 타락을 지나치게 강조하는 경향을 지닌 정통 기독교와 예수의 절대적 윤리를 상대적 윤리로 격하시키고 ‘현시대 특유의 신조들과 편견들에 맞춰가[는]’ 경향을 지닌 자유주의 기독교는 바로 인간의 죄라는 현실의 한계로 인해 기독교가 진정한 형태에서 엇나가는 모습들에 다름 아니다.

 이처럼 역사 속의 특정한 형태의 정치체제, 사회체제, 심지어 종교체제에 결코 안주하지 않고 궁극적인 이상의 불가능성을 지적하면서도 동시에 그 필수성을 역설하는 점에서 우리는 이상주의자이자 현실주의자로서 니버의 면모를 엿볼 수 있다. 다가오는 시대의 비극들을 짚어내는 니버의 예언적 목소리가 오늘날에도 강력히 발현되는 것은 그가 기독교인이라면 마주할 수밖에 없는 인간 실존의 원형적인 문제를 짚어냈기 때문이다. 그러한 문제는 한마디로 “복음서들의 절대적 윤리로부터 어떻게 사회 윤리를 끌어내는 것이 가능한가”이며, 이기심의 지속성을 상정하면서도 그리스도가 제시한 사랑의 윤리를 어떻게 하면 단순한 이상주의를 넘어 현실 속에 결착시킬 수 있는가이다. (종문화사 펴냄/국판 양장 280쪽/값 20,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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