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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18.03.28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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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수지R.jpg▲ 채수지목사
 미투 운동 전까지는 피해자들이 말하거나 나설 생각을 못했는데 이제 비로소 그들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시기가 온 것 같다. 미투운동은 피해자들을 함께 연대하게 하고, 서로를 위로하며 치유해나가는 성령의 바람이자 교회개혁운동이라고 생각한다. 교회 내 성폭력 피해자들은 이 계기를 통하여 다시 하나님을 찾고 신앙으로 돌아오려고 하고 있다. 그런데 교회가 그들을 포용하고 그들의 억울한 한을 풀어줄 때까지 그들은 교회 밖에서 서성거릴 수 밖에 없다.

 한국교회가 양적 성장과 수적 부흥의 성장가도를 달리고 있을 때부터 보이지 않는 곳에서 교회지도자들에 의한 성폭력이 자행되어 왔다. 피해자들은 교회와 목회자에게 실망하여 교회를 떠나도 교회는 그들의 상처를 보지 못했고 그들에게 ‘교회를 분열시키는 사람’이라고 손가락질했다. 피해자의 인권을 전혀 존중하지 않고 행하는 2차 가해는 교회의 의식수준을 보여준다. 지금 한국교회는 스스로 물어야 한다. 우리들만의 교회가 과연 하나님의 교회인가? 

 가해자만의 잘못이라고 치부하기에는 우리들의 공범죄가 너무 크다. 목회자를 믿고 따르는 정도를 벗어나 그에게 모든 전권을 넘겨주었던 한국교회 온 성도들은 우상숭배에서 벗어나 주님의 영으로 새로워지는 은혜를 받아야 한다. 약자와 여성들을 동등하고 다양한 하나님의 형상으로 보지 않고 “그들은 열등하다”, “그들은 죄인이다”라고 가르쳐온 죄를 하나님 앞에 자복하고 회개해야 할 때이다. 그러나 여전히 돌같이 무뎌진 우리의 마음은 피해자들의 아픔에 공감할 수 없고 그들이 용기 내어 이야기한 피해사실을 인정하지 않는다. 

 성폭력은 성문제가 아니라 폭력의 문제임에도, 가해자가 “성추행은 했지만 성폭행은 하지 않았다”, “강제성은 없었다”라고 말하는 행위는 피해자를 두 번 죽이는 것이다. 교회 내 성폭력은 신뢰와 의존을 이용한 범죄이므로 영혼에 대한 사기이자 살인이다. 피해자의 신체, 심리, 영혼에 이르는 전 인격을 사로잡는 어둠의 영으로 피해자를 숨 쉬지 못하게 하는 범죄이자 하나님의 영광을 크게 가리는 대죄이다. 이와 더불어 교회 지도자의 영적 타락과 성적 타락이 성도들의 영혼을 잠식하고 있다. 기독교인이 하나님의 살아계심을 망각한 채로 일으키는 온갖 성폭력의 문제가 교회 밖의 취약한 이들까지 위협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아직도 가해자의 말뿐인 회개에 면죄부를 주고, 피해자에게 주님의 사랑으로 다 덮고 용서하라고 할 수 있을까? 주님의 사랑은 무조건적이지만 무분별하지 않다. 사랑은 오래 참는 것이지만 불의에 대해 절대 참지 않는 것이다. 성폭력 피해자들이 주체가 되는 미투운동은 하나님이 그들을 통해 정의로운 세상을 열어나가시고자 하시는 부르심이다. 그러나 우리가 나서지 않는다면 그들의 상처는 더 깊어질 것이다. 피해자들은 함께 연대하면서도 자신의 구체적인 삶이 회복되기를 원한다. 다시 숨 쉴 수 있고 다시 웃을 수 있고 다시 기뻐할 수 있기를 바란다.

 성령은 다른 사람의 아픔에 공감하게 하는 영이다. 그리고 피해자들은 한국교회의 지체들이다. 그들이 아파할 때, 우리가 함께 아파하고 응답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그리스도 안에 하나’라고 고백할 수 있을까? 우는 자의 편에 서고 억눌린 자를 해방시켜주셨던 예수님을 본받아 한국교회 성도님들이 영적 어두움에서 깨어나서 피해자들의 편에 서주셨으면 좋겠다. 

 /기독교여성상담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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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3차 촛불기도회 시대의 증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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